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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강변 테크노마트 6층 휴대폰 매장. 평일인 데다 방통위 보조금 단속 소식 탓인지 손님 발길이 뜸했다.
 지난 24일 오후 강변 테크노마트 6층 휴대폰 매장. 평일인 데다 방통위 보조금 단속 소식 탓인지 손님 발길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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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폰요? 100대 팔면 한두 대나 나올까요. 어쩌다 손님이 굳이 그 모델을 원하고 비싼 요금제를 쓰면 단말기 공짜로 줘도 40~50만 원 남지만 요즘 손님들이 바보인가요?"

지난 24일 오후 250여 개 휴대폰 판매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 6층 매장. 평일인 데다 방통위 보조금 단속 소식 탓인지 손님 발길이 뜸해 상인들만 애타게 손님을 찾고 있었다. 이곳에서 15년째 휴대폰만 팔았다는 A씨는 요즘처럼 장사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리베이트 30~40만 원에 실제 남는 건 7~8만 원"

지난 15일 SK텔레콤 신고를 계기로 스마트폰 보조금 문제가 한동안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일부 스마트폰은 판매 마진이 40~50만 원에 이르고 하루 1대만 팔아도 퇴근할 수 있어 '퇴근폰'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엔 일부러 특정 모델을 찾으면서 현금 지급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한대 팔면 마진만 70만원"... '퇴근폰'된 스마트폰).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게 갤럭시S2하고 아이폰4인데, 보상 기변하면 리베이트(보조금)가 2만 원 나와요. 거기에 2500원짜리 액정보호막 붙여주고 3000원짜리 케이스 주고 나면 1만 원 초반대가 남는 거죠. 한 대 팔아 50만 원씩 남으면 떼돈 벌게요?"

A씨는 요즘 '퇴근폰'으로 화제가 된 '스카이 미라크A'를 꺼내 보여줬다. 리베이트가 74만 원에 달해 월 3만5천 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면 40~50만 원, 5만5천 원짜리 요금제는 70만 원이 남는다는 문제의 제품이다.

"손님이 운 좋게 5만5천 원짜리 요금제 쓰고 안 좋은 기계를 고르면 되죠. 어차피 그 요금제면 최신폰 중에서도 '공짜폰'이 수두룩한데 누가 일부러 그런 제품 고르겠어요. 일부 몰지각한 상인이 그럴듯하게 속여서 팔기도 하는데, 단골들에겐 못할 짓이죠."

판매 마진이 40~50만원대에 이른다고 해 '퇴근폰'이라 불린 스카이 미라크A(왼쪽)
 판매 마진이 40~50만원대에 이른다고 해 '퇴근폰'이라 불린 스카이 미라크A(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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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리베이트 조건으로 비싼 요금제-부가서비스 강요"

A씨는 대리점에서 나온 제품 단가표를 직접 보여줬다. 아이폰4나 갤럭시S2처럼 많이 팔리는 모델은 리베이트는 2~3만 원에 불과한 반면 일부 구형 모델은 40~50만 원에 이르는 등 천차만별이다.

특히 번호 이동이나 신규 가입시 리베이트가 훨씬 높기 때문에 매장에선 보상기변 고객에게 가입비와 유심비, 해지 위약금까지 대신 내주고 신규 가입을 권한다. 또 비싼 요금제일수록 리베이트가 많기 때문에 일단 5만5천 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했다 두 달 뒤 값싼 요금제로 바꿀 것을 권하기도 한다.

"리베이트 30-40만 원 나와도 실제 남는 건 7~8만 원 정도예요. 80만 원짜리 단말기에 보조금 53만 원이 나온다고 치면 5만5천원 요금제에 붙는 단말기 할부금 28만 원 대신 내주고, 가입비와 유심비, 위약금 대신 내주는 데도 20만 원 정도 들어가요. 또 35요금제면 될 사람도 55요금제 두 달 쓰게 하고 현금 4만 원을 줘요. 안 그러면 7만 원 떼이거든요."

A씨가 거래하는 이통사 대리점에선 10만 원 추가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으로 월 3만5000원 이상 요금제와 1만3000원짜리 부가서비스를 2개월 이상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빠뜨릴 때마다 3만 원씩 차감된다. 

"온라인 판매 늘어 경쟁 치열... 5년 전보다 매상 절반 줄어"

이통3사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휴대폰 판매점은 대리점과 달리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현재 전국 3만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변 테크노마트만 해도 250여 곳에 이르지만 나머지 50개 매장은 문을 닫았거나 텅 비어있다. 많이 생기는 만큼 문을 닫는 곳도 많은 탓이다.

A씨는 자신의 장부를 직접 보여줬다. 장부에 꼼꼼하게 적은 판매 마진은 대부분 3~5만 원짜리고 10만 원이 넘는 경우는 열에 하나 꼴이었다.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A씨 부부가 함께 매장을 돌보고 있는데 하루에 많아야 2~3대, 한 달 평균 60~70대 정도를 판다고 한다.  평균 판매 마진이 7~8만 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한 달 400~500만 원 정도 버는 셈인데, 여기서 부가세 10%와 매장 임대료 빼고 나면 두 사람 인건비 건지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예전엔 한 달에 130~140대씩 팔아 많게는 1400~1500만 원씩 벌기도 했어요. 5년 전부터 인터넷 판매가 늘어나고 별정통신업체에서 TV 홈쇼핑 등을 이용해 구형 모델을 싸게 팔다보니 이젠 '박리다매'에요. 또 스마트폰이 워낙 고가다 보니 1대당 판매 마진은 늘었어도 손님들이 자주 안 바꾸니 그만큼 손해에요. 예전엔 3개월 의무여서 6~7개월마다 바꿨는데."

250여 개 휴대폰 매장들이 몰려있는 강변 테크노마트 6층 매장.
 250여 개 휴대폰 매장들이 몰려있는 강변 테크노마트 6층 매장.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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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15년 뿌리내리다 보니 단골손님도 많다. 그는 갤럭시S2나 아이폰을 찾는 고객들에게 원하는 거 사라고 권한다고 한다. 당장 마진을 많이 챙기려고 문제 있는 단말기를 팔았다간 나중에 욕만 먹기 때문이다. 그는 통신비 내리는 대신 단말기 보조금을 줄이면 고객들만 손해라고 주장한다.

"결국 돈 버는 건 이통사 밖에 없어요. 보조금 줄여도 이통사는 손해 안 봐요. 그래도 보조금 많은 게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소비자들에겐 유리하죠. 요즘 휴대폰 보통 2년 정도 쓰면 통신비 5천 원 내려 봐야 2년에 12만 원 정도인데 차라리 단말기 값에서 20만 원 빼주는 게 낫죠."


태그:#보조금, #휴대폰, #퇴근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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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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