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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표 로맨틱 코미디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지난 5월 4일에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23일 독고진(차승원)과 구애정(공효진)의 행복한 '충전'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최고의 사랑>은 15회까지 한 번도 시청률 20% 고지를 넘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성공한 드라마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20~30대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국민 드라마급' 인기를 얻으며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을 해병대로 보내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여성 시청자들은 독고진의 까칠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고, '구미호' 신민아가 대웅이 곁으로 떠나며 희망을 잃었던 남자 시청자들도 구애정과 강세리(유인나)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생계형 연예인과 까칠한 톱스타의 사랑에 관한 홍자매의 유쾌한 해석

홍자매는 독고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MBC의 드라마 포스터를 활용했다.
 홍자매는 독고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MBC의 드라마 포스터를 활용했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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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은-홍미란 자매는 대단히 부지런한 작가다. 홍자매는 지난 2005년 <쾌걸 춘향>으로 데뷔한 후 거의 공백 없이 매년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일하게 공백을 가졌던 2007년에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드라마 특집 대본을 집필했다.

홍자매의 드라마는 대부분 코미디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로맨스물인데, <최고의 사랑>에서는 그동안 홍자매가 쌓아 온 역량을 모두 쏟아 부은 듯 '최고'로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 톱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최고의 사랑>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생계를 위해 연예인 활동을 하는 구애정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홍자매는 '생계형 연예인'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밝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특히 홍자매 특유의 패러디와 말장난은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을 피터 제이슨으로, 유명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를 영화 감독 제리 하이머로, 김기덕 감독과 박찬욱 감독을 섞어 '칸 영화제 보증수표' 김기욱 감독으로 재탄생 시켰다.

독고진과 구애정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충전키스'는 <최고의 사랑> 최고의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독고진과 구애정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충전키스'는 <최고의 사랑> 최고의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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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회에서 <진짜진짜 좋아해>, <내 인생의 콩깍지>, <황태자의 첫사랑>, <위기의 남자>, <당신 참 예쁘다> 같은 MBC 드라마의 포스터를 이용해 구애정에게 반해 방황하는 독고진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15회 독고진의 토크쇼 출연 장면에서는 이상형 월드컵을 빌미로 그동안 홍자매가 집필한 작품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신민아, 박신혜, 이다해, 한채영, 박시연, 유이)의 이름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홍자매의 작품에 출연한 적 없는 이요원은 <최고의 사랑> 박홍균 감독의 <선덕여왕>에 출연한 바 있는데 이날 이상형 월드컵에도 등장했다).

물론 이런 웃음 속에서도 '벚꽃 자백(고백이 아니다)', '충전키스', '도돌이 고백' 같은 달달한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이 모든 명장면들이 모두 홍자매의 재치 있고 탄탄한 대본에서 나온 것이다.

차승원, '까칠 톱스타' 독고진 완벽 소화

시청자들은 독고진의 매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제됐다.
 시청자들은 독고진의 매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제됐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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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역시 '독고진' 차승원이었다. 차승원은 까칠한 톱스타 독고진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사실 차승원의 코믹 연기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1997년 패션 모델에서 배우로 전업한 차승원은 2001년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에서 체육교사 최기동을 연기하면서 코미디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라이터를 켜라>, <귀신이 산다> 같은 영화에서 발군의 코미디 연기로 박중훈의 뒤를 잇는 한국 영화의 대표 코미디 배우로 군림한 바 있다.

하지만 <혈의 누>를 시작으로 차승원은 진지한 연기에 도전장을 건냈고, 최근 2~3년 동안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시크릿>, <포화속으로>,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런 차승원에게 <최고의 사랑> 독고진은 전공 분야로의 회귀보다는 또 다른 도전에 가까웠다. '2001년판' 차승원 코미디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2011년판' 차승원 코미디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승원은 <최고의 사랑>이 방영된 지난 두 달 동안 완벽하게 독고진으로 빙의해 모든 우려와 걱정의 시선들을 '극복'해냈다. "나 독고진이야", "극뽁", "신고(혹은 고소)할 거야" 같은 평범한 대사가 유행어가 된 것은 차승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효진은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의 감성을 잘 표현한 공효진은 <최고의 사랑>의 또 다른 주역이다.
 공효진은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의 감성을 잘 표현한 공효진은 <최고의 사랑>의 또 다른 주역이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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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민요정이자 현직 '비호감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을 연기한 공효진도 차승원 못지 않게 돋보였다. 사실 가슴 속 상처와 아픔을 홀로 이겨내는 캐릭터는 <눈사람>, <고맙습니다> 등에서 보여 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공효진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구애정을 기존에 연기했던 인물들보다 훨씬 밝고 씩씩하게 연기했고, 극 중에서는 비호감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도 사랑스런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이 밖에 악녀가 되기엔 너무나 어설프고 순수했던 강세리 역의 유인나도 첫 번째 주연급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했고, <트리플>과 <로드 넘버원>의 시청률 참패 이후 슬럼프를 겪을 뻔했던 윤필주 역의 윤계상도 많은 시청자들을 '필라인'으로 만들며 <최고의 사랑>을 통해 멋지게 재기했다.

<최고의 사랑>을 이을 MBC의 새 수목 드라마는 <거짓말>, <풀하우스> 등을 연출했던 스타 PD 표민수 감독이 연출하는 <넌 내게 반했어>. 공교롭게도 <넌 내게 반했어>에서는 홍자매가 지난 2009년에 집필한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했던 박신혜와 정용화가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태그:#최고의 사랑, #홍자매,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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