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호미는 우리 엄마를 닮았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로 치솟으면서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따가운 햇살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논밭에 나가 일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래서 엄마랑 둘이서 이른 아침 아랫논에 나가 논물을 대고 밭일을 하다가 오전 10시쯤에 집에 돌아와 쉬고는, 다시 뜨거운 태양이 서쪽 하늘로 물러날 때 나가서는 일을 돕고 있다. 모내기를 끝낸 뒤에는 콩-오이-토마토도 심고 열무씨도 뿌리고, 옮겨심은 상추 밑줄기도 따주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풀들도 뽑아주고 있다.



그러다 작년 들깨를 심었던 자리에 비닐 위로 쑥쑥 자라난 풀들을 뽑아주려 했는데, 뿌리가 깊게 박혀 쉽게 뽑히질 않았다.

그래서 철쭉나무를 심어놓은 밭 김매기를 하는 엄마를 따라 낫을 이용해 김매기를 시도했는데, 잡초 뿌리를 캐내는데 요긴하긴 했지만 손에 익숙치가 않았다.

낫을 대신해 바지락을 캘 때 사용하는 호미와 녹슨 밭호미를 찾아내 사용해 봤는데, 세개의 칼퀴를 가진 바지락 호미는 비닐에 구멍을 낼 뿐 잡초 뿌리를 뽑아내는데는 시원찮았다.


그리하여 낡은 밭호미를 이용했는데 낫과 바지락 호미와 달리 뿌리깊은 잡초를 캐내는데 탁월한 능력-효과를 발휘했다. 비닐도 덜 찢어지고 풀뿌리만 콕콕 집어서 빼낼 수 있었다.

왜 농부들이 호미로 김매기를 하는지 새삼 알 수 있었는데, 뿌리를 뽑아내지 않고 줄기만 슬슬 손으로 끊어냈던 들깨 심을 자리의 김매기는 밭호미와 함께 두날에 걸쳐 끝낼 수 있었다.

엄마를 닮은 전천후 호미로 나무뿌리 같은 풀들을 쪽쪽 뽑아내는 남다른 통쾌함을 느끼면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낫#밭호미#엄마#바지락호미#김매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