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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연, 헌 청바지로 만든 가방
 정보연, 헌 청바지로 만든 가방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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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요? 글쎄! 모두가 직원이고 모두가 대표예요."

여기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준비해 갔던 질문이 머릿속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사장이 있고 직원이 있는 그런 기업과는 태생부터 달랐다. 직급에 관계없이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일을 하는 회사였다.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대표직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6명이 돌아가면서 맡는다고 한다.

미리 준비한 그 다음 질문은 사장님을 살짝 당황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사장님 성격 어떠냐? 월급 많이 주느냐? 같은. 이 질문에 대답해줄 사장님이 없어서 급히 질문을 바꿔야 했다.

"이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겁니까?"
"음~ 3년 전에 시작했어요. 녹색가게 자원 봉사자들이 좋은 일 한번 해 보자고 시작한 사업이에요. 환경 사업이지요. 재활용품 이용해서 제품 만드는… 돈 벌기 위해서 만난 게 아니기 때문에 3년간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이유였다. 상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장님이 필요 없었던 것. 이들은 생협(안양 YMCA 등대생활협동조합) 안에서 만들어진 '일 공동체'였다. 이들이 하는 사업은 재활용품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름하여 '바늘귀에 걸린 실은'이라는.

바늘에 손가락 찔리는 일은 부지기수

녹색가게
 녹색가게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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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에 걸린 실은'은 올 3월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마을기업은 지역에 산재된 자원을 활용해 주민 주도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은 앞치마, 생리대, 컵 주머니 등 실로 다양한데 특징은 대부분 재활용품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버려진 청바지는 멋진 가방으로 변신한다. 또 버려진 우산은 컵 주머니로, 폐현수막은 시장바구니로 거듭난다.

판매는 주로 생협 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간혹 뜻하지 않은 곳에서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몇 개월 전에는 이화여자 대학교에서 컵주머니 50개를 주문해 납품하기도 했다.

원자재는 대부분 기증 받아서 조달한다. 생협 회원들이 가져 오는 경우도 있고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모아서 가져 오기도 한다. 폐현수막은 주민자치 센터에서, 폐우산은 녹색가게 전국 협의회에서 기증해 주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자체 생산이다. 가위로 재단하고 재봉틀로 바느질해서 직접 만든다. 놀라운 것은 3년 전 이들이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모두 '생초보'였다는 점이다. 재봉틀은커녕 대바늘도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다고. 

"바늘에 손 찔리는 일은 부지기수였어요. 가르쳐 줄 만한 사람도 없었고요. 바늘귀 끼우는 일부터 독학한 거죠. 지난 3년이 시행착오 기간이라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운 기간이지요. 지금요? 지금은 고장 난 재봉틀도 직접 고쳐요. 웬만한 것은 다 고쳐요. 하다하다 안되면 서비스 부르고요."

이제 기술자가 다 됐지만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한다.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없다보니 상품 개발이 어렵다고.

"디자인도 우리끼리 회의해서 개발하고 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요. 실생활에 유용한 상품을 개발 할 수 있는 사람이 도와준다고 하면 기꺼이 도움 받고 싶어요."

되도록 일회용품 쓰지 말았으면

폐 현수막으로 만든 장 바구니
 폐 현수막으로 만든 장 바구니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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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에 걸린 실은'이 마을기업에 선정된 이유는 공공성과 수익성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마 수익 위주 사업이었다면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공동체 일원 정보연씨는 말한다.

"안양시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마을기업에 공모해 보라고. 우리가 하는 일이 공공의 이익에 맞아서 선정된 것 같아요. 물론 수익도 내고 있고요. 매출이 많이 올라가면 그만큼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이잖아요. 사실 쓰레기라는 것이 버리는 순간 쓰레기가 되는 것이거든요. 버리지 않으면 절대 쓰레기가 될 수 없지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마을기업으로 선정해서 지원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 기업이 마을기업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

"담당기관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운영이 달라질 수 있어요. 수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고요,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중시한다면 공공성 위주로 가겠지요. 저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공공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수익이 난다면 금상첨화지요."

이들이 하는 일은 거창하다. 쓰레기도 줄이고 돈도 버는 일이니 어찌 거창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꿈은 아주 소박하다. 문 닫지 않고 살아남아서 계속 쓰레기 줄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고객인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했더니.

"녹색가게 많이 이용해 주었으면 하고요. 음~ 재활용 제품 많이 써주고…그것보다도 일회용품 많이 안 썼으면 좋겠어요. 조그마한 불편만 감수하면 안 써도 되거든요. 환경과 불편함은 같이 가는 거잖아요."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태그:#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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