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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늘동네
 대전 하늘동네
ⓒ 이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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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동에 위치한 '하늘동네'는 예쁜 이름만큼, 아름다운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이곳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전의 낙후된 달동네에 불과했다. 하지만 희망의 씨앗을 틔운 사람들 덕분에 밝은 희망의 장소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희망의 씨앗은 예술가들이 달동네에 벽화와 조형물을 조성하고, 정부와 시가 예산 지원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이야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늘동네는,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공공미술추진위의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돼, 행복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역 미술가들은 '하늘동네'에 꿈과 열정을 담았다. 그들은 장장 3개월이란 노력 끝에 마을 곳곳에 멋진 작품들을 빚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하나의 벽화와 조형물엔 감동이 아로새겨졌다. 덕분에 하늘동네는 '전국 최초의 벽화마을'이란 의미 깊은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하늘동네' 변화 과정은, 이후 많은 언론에 보도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감동은 계속됐다. 이후 지역구의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어 2000만 원의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키 백과사전 참조)

덕분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하던 달동네는, 어느덧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있다. 마을 동산 위의 멋들어진 풍차가 마스코트처럼 자리 잡은 '하늘동네'는 그 아름다운 사연을 머금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 5일 필자도 이 특별한 공간을 찾아갔다.

숨은 그림찾기 같은 하늘동네, 동화 속 풍경에 반하다

하늘동네
 하늘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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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부쩍 다가온 6월, 가파른 언덕길에 위치한 '하늘동네'에 가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밝은 계통의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높은 지대를 향해 가는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위치를 찾는 것도 숨은 그림를 찾는 것 마냥 쉽지 않았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라고 퉅툴거림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걷다가 지쳐, 땅을 보고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헤맸던 것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눈 앞에는 "우와"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올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동네였다.

하늘동네 한 주택의 배수구
 하늘동네 한 주택의 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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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의 담 벽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채워져 있었다. 마치 소설, <어린왕자>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 동네 곳곳에 동심이 넘쳐흘렀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예쁜 그림들이었다. 벽에 써져있던 한 글귀 '사랑해요. 하늘동네'는, 걷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던 편견. 이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달동네의 풍경이 아니었다. 도시의 높은 지대에 존재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는 낡고 허름하고, 그래서 보기 흉한 것처럼만 생각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하늘동네는, 달동네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술과 조화된 하늘동네는 많은 돈을 들인 부자동네 못지 않았다. 피노키오 코를 연상시키는 배수구, 비밀의 화원같이 꽃들로 장식된 계단. 아름답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하늘동네의 콘크리트 담벽 사이, 일부러 뚫어 놓은 듯한 작은 구멍에서는 조그만한 풀이 자라고 있었다. 하늘동네의 이름 모를 풀은 작은 공간 속에 희망을 담고 튼튼히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이제 더 이상 외로운 달동네가 아니었다. 하늘동네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도경(21, 충남대)씨도 그런 사람 중 한명, 그녀는 말한다. "블로그를 통해 하늘동네를 처음 알게 됐어요. 대학교 시험기간이지만 꼭 보고 싶어서 이곳에 들렀어요. 와보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예쁘고, 즐거운 동네네요". 내 생각도 같았다. 하늘 가까이 위치한 예쁘고 즐거운 동네. 사랑스런 하늘동네였다 .

하늘동네 아이들, "언니도, 오빠도 안녕!"

하늘동네의 명물 하늘공원
 하늘동네의 명물 하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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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동네 뒤편에 있는 하늘공원은, 마치 동화 속 어느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국적인 풍차와 예쁜 벤치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애바위'라 불리는, 감성적(?)인 바위도 이곳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5일 오후, 따사로운 햇살이 자리 잡은 동산에는 한 연인과 꼬마 여자아이 두 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인은 외지 사람처럼 보였고, 아이들은 이 동네 아이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짧은 시간의 만남에 그들은 친한 사이가 된 듯 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이곳을 찾은 젊은 연인에게 이것저것을 자주 물었다. 그들의 대화를 재밌게 들으며, 하늘동네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전의 정경이 장엄하게 펼쳐졌다.

높은 빌딩, 멋들어진 주택가, 오래전 달동네의 사람들은 하늘동네 너머의 풍경을 보며 소외감을 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 하늘동네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공간이 된 듯 보였다.

하늘동네에서 바라본 대전의 모습
 하늘동네에서 바라본 대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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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동네 아이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곳은 최고의 동네가 아닐까. 아이들이 하늘 공원에서 내려가면서, 손을 흔들며 젊은 연인들에게 외쳤다.

"언니도, 오빠도 안녕!"

아쉬움이 담긴 이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또 볼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목소리였다. 하늘동네 아이들은 사람이 그립지 않았다. 아름다웠던 하늘 동네. 예술과 정부차원의 작은 지원 그리고 사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하늘동네'의 변화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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