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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식사 하셨나요? 저는 오늘 저녁에 스페인 음식을 만들었어요. 뭐, 근사한 건 아니고 재료비 5천원으로 만든 가정식 요리랍니다. 아주 간단하고 만들기 쉽고,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스페인 쌀요리, 빠에야(Paella )랍니다.

최근에 스페인 음식점에서 한 먹 먹어보고는 그 맛에 반해서 자꾸 생각이 났는데 오늘은 직접 요리에 도전해 봤어요. 게다가 사 먹는 가격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투자했으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맛도 제가 한 게 더 맛있었고요.

해물의 향에 밥에 잘 배어 있고 기본 간이 다 된 상태이므로 반찬이 따로 필요없다.
▲ 빠에야 해물의 향에 밥에 잘 배어 있고 기본 간이 다 된 상태이므로 반찬이 따로 필요없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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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촉촉한 빠에야 한 입 드세요. 빠에야는 말 그대로 풀이하면 '냄비'란 뜻이고, 찰진 쌀이 재배되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냄비볶음밥을 일컬어요. 아주 오랜 옛날, 스페인 농부들이 밭에서 일하다가 점심 때 나무 그늘에 불을 피우고는 주변에서 따온 채소와 달팽이를 쌀과 함께 넓적한 냄비에 익혀서 나눠 먹은 것이 그 유래랍니다.

오늘 저는 대형 마트의 폐점 시간에 들러서 50프로 할인 가격에 해물탕거리를 사 가지고 와서 재료로 사용했어요. 오징어, 조갯살, 미더덕까지 갖은 해산물이 적당한 분량으로 썰어져 한 팩에 담겨 있는 걸 씻어서 넣었어요.

빠에야는 냄비째 놓고 여럿이서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므로 각자 앞접시를 준비하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 앞접시 위의 빠에야 빠에야는 냄비째 놓고 여럿이서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므로 각자 앞접시를 준비하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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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해물, 감자나 콩 등의 탄수화물 및 단백질 채소, 파프리카 같은 색깔 채소를 이용하면 좋다.
▲ 빠에야 재료 각종 해물, 감자나 콩 등의 탄수화물 및 단백질 채소, 파프리카 같은 색깔 채소를 이용하면 좋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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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서 해물을 볶는다.
▲ 해물볶기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서 해물을 볶는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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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에야는 정해진 재료 없이 신선한 것을 많이 넣고 만드는 냄비밥인데요, 지금도 스페인 현지 축제 때는 몇 백인분의 빠에야를 큰 냄비에 요리해서 나눠 먹는다고 해요.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서 대형 비빔밥 만드는 거랑 비슷하네요.

빠에야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냐에 따라 음식명이 정해지고요, 전통적인 빠에야는 토끼, 닭, 콩 같은 게 주재료랍니다. 오늘 저는 해물을 사용했는데요, 다음엔 육류를 이용한 빠에야에도 도전해 볼까 생각중이랍니다.

여러 빠에야 중에서 우리 입맛에 익숙한 것으로는 오징어 먹물 빠에야, 샤프란 해물 빠에야가 있어요. 그 중에서 샤프란 해물 빠에야는 냄비에다 조개, 오징어, 새우 같은 해산물과 피망, 쌀을 넣어 만들어요. 저도 이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우선, 넓적한 냄비에 각종 재료를 넣고 올리브유로 볶다가, 그 위에 샤프란 녹인 물을 붓고 뜸들이면 완성이죠. 촉촉한 밥알에 해물의 맛이 고스란히 배어서 풍미가 일품이랍니다. 냄비 바닥에 눌은 누룽지 긁어먹는 맛도 아주 별미고요.

저도 누룽지가 만들어지도록 밥을 살짝 태워봤어요. 샤프란은 구할 수가 없어서 치자꽃 말린 걸 사서 대체했어요. 더 간편하게 하려면 카레가루를 한 수저 풀어넣으면 된답니다. 색깔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빠에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샤프란해물빠에야'에는 샤프란꽃의 꽃술을 이용해서 노란색을 낸다. 샤프란은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샤프란이 집에 없다면 치자물이나 카레물을 이용해서 빠에야의 색을 내도 된다.
▲ 치자물 만들기 빠에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샤프란해물빠에야'에는 샤프란꽃의 꽃술을 이용해서 노란색을 낸다. 샤프란은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샤프란이 집에 없다면 치자물이나 카레물을 이용해서 빠에야의 색을 내도 된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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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니쉬들은 하루에 다섯끼를 먹는다고 하더군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빵과 곁들여 커피나 우유를 먹고, 오전 11시쯤에는 샌드위치를 먹고, 오후 2시쯤에는 점심 정찬으로 배를 채운 후 6시를 전후해서는 간식 스타일 저녁을 먹는대요. 그리고 오후 9시나 그 이후에는 수프나 샐러드를 먹으며 음식과 함께 한 하루를 마감한다고 해요.

대단한 음식 사랑이죠?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점심만 정찬으로 거하게 먹고 나머지는 간단히 먹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대신 좀 자주 먹는 게 특징이군요. 그리고 그런 다양한 식문화가 스페인 문화의 한 단면을  만든 것이겠죠.

투우, 플라멩고 그리고 정열과 화려함을 상징하는 스페인 문화 곁에는 음식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스페인 음식은 투박하지만 강렬한 뒷맛, 많이 만들어서 나눠먹는 '정(情) 문화', 서민적이란 것까지 우리와 비슷한 게 너무 많네요. 게다가 육류와 채소를 잘 조화한 건강 웰빙식이고 화려한 색상은 보는 즐거움까지 주고요.

간단한 빠에야, 오늘 한번 만들어 보세요. 해물과 쌀을 볶다가 소금 간을 살짝 해서 물 붓고 뜸들으면 끝이지만 그 담백하고 깊은 맛은 가히 일품이랍니다. 제가 만든 빠에야, 어땠나요? 레몬을 듬뿍 썰어넣은 아이스티와 함께 맛있게 먹었답니다. 여러분도 한번 만들어보세요. 그윽한 해물과 바다의 향기가 여름을 부르는 스페인 음식 빠에야의 매력에 풍덩 빠질테니까요.

직접 만든 빠에야와 레몬쥬스로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상차림 연출.
▲ 빠에야와 레몬쥬스 직접 만든 빠에야와 레몬쥬스로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상차림 연출.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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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페인요리, #빠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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