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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0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에게 "북의 권력승계문제에 대한 합의 내용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주문했다. 조 대표가 당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최대 쟁점인 '3대 세습 비판' 관련 합의 내용을 '마사지'하고 있단 비난이었다. 그는 "(조 대표가) 합의 내용을 왜곡했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진보신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승수 대표 등이 당내 독자파들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 대표가 그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릴 만한 '폭탄'을 던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최종합의문 통과 여부를 결정할 당 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이처럼 민감한 발언을 한 이 대표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도 의심하고 있다.

 

이정희 "조승수 대표, 합의 내용 왜곡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승수 대표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조 대표님이 헤쳐나가야 할 상황을 알기에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을 망설였습니다만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위한 고언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며 "북의 권력승계문제에 대한 합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밝혔다.

 

진보 양당은 지난 1일 연석회의 최종 합의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북한 문제 쟁점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 조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3대 세습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 일반 민주주의 정신에서 비춰볼 때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확인했다"며 "아무리 북한 체제 내부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 다수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우리 진보정당이 분명히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 자체는 권력승계문제에 대해서도 6·15 정신에 따라 이 입장을 취한다는 뜻"이라며 "따옴표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당내 의견의 하나로서 소수의견 존중 원칙에 따라 '존중'되는 것으로 이 의견을 놓고 토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의 인터뷰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는 또, "제가 전화드린 뒤에도 또 이렇게 말씀하실 줄 생각도 못했다, 저는 이렇게 확인해드린 바 없다"며 "제가 당원으로 있게 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자체가 이런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합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든 합의문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해한다"며 "그러나 진보정당을 책임지고 있는 당 대표로서 우리는, 당원들 앞에서만큼은 가장 솔직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당장 조 대표님 인터뷰처럼 이해하는 당원들이 많아지면 지금 당장은 합의문 통과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통합 후에도 당이 유지되려면 합의 내용 자체가 정확하게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참여당 합류 문제에 대해서도 간략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참여당은 4월 1일에 연석회의 참여공문을 보냈는데 5월 26일 대표자 회의에서 비로소, 참여당이 최종합의문에 대해 동의하는 의사를 연석회의에 밝혀오면 참여문제를 논의하기로 공감을 이뤘다"며 "정당이 참여하겠다고 요청하는데 국민들이 공감할 만하고 책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더 이상 뒤로 미룰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문제들을 짧은 시간 내에 풀어나가려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의 행동이 당내에서 어떻게 평가되든,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한 말과 당에 돌아가 하는 말은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이정희 행보 우려스럽다"... 강기갑 "민노당 당심 믿어달라"

 

일단 진보신당은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공식적 대응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당내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이 대표가 이 같은 행보를 하는 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글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 보고 아예 대놓고 (합의안 당대회 상정을) 부결시키라는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민노당의 한 당직자는 "이정희 대표로서도 조 대표의 주장을 계속 묵인하기 힘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생각을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며 "통화 당시의 조 대표의 답변과 이후의 발언이 달랐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또 "해당 메시지가 진보신당이 아니라 민노당 내부를 향한 것이냐"는 질문에 "민노당 내부에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말들이 많다, 수십 년 동안 통일 운동을 했던 이들 입장에서도 생각이 많지 않겠냐"고 답했다.

 

한편, 강기갑·정성희 민주노동당 진보통합추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동지들이 우려하는 바는 새로운 진보정치대통합이라는 큰 그릇에서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 민노당은 역사적인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에 따라 그 누구도 변함없이 한 길을 갈 것"이라며 "진보신당 동지들, 그리고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동지들께서 민노당 당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보내주시고 진보양당의 의결 과정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민노당의 통합 의지에 대해 각종 억측과 오해가 제기되고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도 앞둔 상황이라 당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며 "진보신당 전국위원회의 최종합의문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이 대표의 진정성은 믿지만 시점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참여당과 선(先)통합에 대해 오해와 억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참여당 문제를 강조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태그:#이정희, #진보대통합, #조승수, #북한 권력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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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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