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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년 동안 아시아 각 지역을 취재해온 현장 저널리스트이자, 현재는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는 노나카 아키히로 아시아 프레스 인터내셔널 대표.
30여 년 동안 아시아 각 지역을 취재해온 현장 저널리스트이자, 현재는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는 노나카 아키히로 아시아 프레스 인터내셔널 대표. ⓒ 아시아프레스인터내셔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지금 일본 사회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방사능 대재앙이 정치, 경제, 사회와 일본 사람들의 심리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피해 지역과 비교적 인접한 지역 등 나이와 성별, 직업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 말부터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인터뷰 야마구치에 사는 후쿠다 미치코(福田美智子)씨에 이어 이번엔 도쿄에 거주하며, <아시아프레스·인터내셔널>의 대표 언론인이자 릿쿄대학 교수이기도 한 노나카 아키히로(野中章弘)씨를 인터뷰했다. 

노나카 아키히로 대표는 관서지방인 효고현에서 출생하여, 저널리스트로서 인도네시아 난민, 아프가니스탄 내전, 에티오피아 기아, 대만출신 옛 일본 병사, 캄보디아 분쟁과 미얀마 소수민족문제, 타이 에이즈 문제, 티베트, 동티모르 독립투쟁과 한반도 문제, 이라크 전쟁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제3세계 문제를 취재하며 신문, 잡지, 방송 등에 발표해 왔다.

그는 1987년 보도규제가 엄격한 아시아 언론인들의 네트워크인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2004년 제3회 방송인 그랑프리 특별상을 수상했고, 현재 릿쿄대 대학원 21세기사회디자인연구과 교수 및 와세다대 대학원 정치학연구과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미래 언론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노나카 대표와는 기자가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의 객원연구원으로 있던 지난해 11월, 나가사키 현립 시볼트 대학 주최의 노나카 아키히로 저널리즘 집중 특강에 이틀간 청강생으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인터뷰는 지난 5월 21일 이메일로 이루어졌다.    

"일본은 지금 우울증 상태"

- 3월 11일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사무실에서 회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진동은 1977년에 도쿄에 온 이후 처음 경험했습니다. 도쿄에서는 거의 대부분 전차가 멈춰서 그날은 사무실에서 밤 새우고 다음날 아침 일찍 집에 돌아갔습니다."

-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처음에는 상황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알아보니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사태구나'하며 충격을 받았지요."

-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지금까지 다섯 차례 피재지를 방문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취재를 했습니다. 다음주(5월 23일~28일 주중)에는 후쿠시마에 가서 방사능 오염 때문에 집과 삶의 터전을 놓아두고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촬영할 계획입니다. 지난주부터는 지진 피해 취재와 대학 강의를 병행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 현재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우울증'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전부터 경제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진 피해까지 겹쳐서 밝은 대화 주제가 별로 없습니다."

- 도쿄도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는데요. 도쿄의 분위기는 또 어떠한가요?
"도쿄에서는 그다지 혼란스러움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생수 사재기 같은 것은 있었지만, 대체로 평상시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현재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피난소에서의 생활 환경은 어떤가요?
"지금 11만이 넘는 사람들이 피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공간과 프라이버시가 전혀 없는 생활이니까 한계에 다다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균형잡힌 식사도 어렵고, 목욕을 할 수도 없지요. 또 장래를 전망할 수 없는 점도 불안감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대지진과 핵발전소 사고 이후, 언론의 보도는 어떻습니까?
"언론의 보도는 계속 혼란 상태입니다. 특히 원전 사고와 관련된 보도에서는 '방사능 무엇이 위험한가'에 대해서 기자들도 별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지키기 위한 진실 파악, 대응방안 등 정확한 정보가 충분하게 제공되고 있습니까?
"정보는 매우 많습니다. 다만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는 주변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신문이나 방송 보도를 통하여 저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후쿠시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상당히 심각합니다. 건강에 대한 영향은 정확하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주의 깊게 상황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11월 시볼트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때의 노나카 교수.
지난 해 11월 시볼트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때의 노나카 교수. ⓒ 전은옥

-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것이 가장 걱정되십니까?
"방사능도 걱정되고, 도쿄와 도카이 지역에 큰 지진이 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 사고 이전과 이후, 무엇이 바뀌었고 지금부터 무엇이 바뀌리라 생각하십니까?
"원전 폐기를 외치는 여론이 점점 강해지겠지요. 다만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가치관이 금방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생활의 질을 중요시하는 삶의 방식, 철학을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원전은 거대한 비즈니스로 정치적으로 선택됐다"

- 지금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은 살 곳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은 일이 필요하지요.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서 그 다음에 '부흥'이 가능하겠지요."

- 일본에서는 정부와 사회 차원, 시민운동의 차원, 그밖의 다양한 차원에서 어떤 움직임과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정치가는 대체로 '무능'한 상태입니다. 그다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피재지 구호에 직접 뛰어든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성숙'한 곳도 있군요."

- 노나카씨는 핵발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핵무기와 핵발전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원자력 발전에는 예전부터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일미안보조약을 근거로 한 '밀약'으로 일본에 미군의 핵무기가 반입되었던 것에 강한 분노를 느낍니다. 우선은 '핵군축'에 대해서 진지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과 같은 일본의 상황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일본을 망치고 있는 것은 '무능'한 정치가나 잘못된 엘리트 의식을 가진 관료들만이 아닙니다. 이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아직 취약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려는 노력을 쌓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 한국의 핵발전 정책도 일본과 똑같습니다. 일반 여론도 위험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대안이 없지 않나. 핵발전소가 없으면 전기는 어떻게 하나' 하는 의식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원자력이 없어도 일상 생활의 전력은 조달될 겁니다. 원자력 발전은 거대한 비지니스이고, 단순히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여서 채택된 것이 아닙니다. 거액의 이윤을 낳는 원자력 발전은 정치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선택된 것입니다. 원전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곤란해질 정도로 전력이 부족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 마지막으로, 좀 더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부나 전력회사, 관료들이 말하는 것은 대체로 신뢰할 수 없습니다. 신문과 방송 등의 미디어도 대단히 '엉성하고 무책임'합니다. 상황을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나카 아키히로#후쿠시마 원전 사고#탈원전#방사능 재앙#일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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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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