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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너무 심각해진 '나는 가수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가수다>가 불편해졌습니다. 뭐랄까 …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냥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나와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겁게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요즘 '나가수'는 너무 심각합니다. 출연하는 가수들, 평가하는 대중들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노래의 과잉이고 감정의 과잉입니다.

'나가수' 초반 서바이벌 방식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저는 '나가수'를 옹호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쓴 글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그리고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가창력 대결을 벌이는 형식도 흥미로웠다. 그런 가수들의 '좋은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약간 거시적으로 말하면 아이돌에 점령된 가요계에  일정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이렇게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을 데리고 가창력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정도 있는 게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지 않나, 뭐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초반에는 혹평이, 지금은 과잉평가가 '불편'

MBC <나는 가수다>
▲ 나는 가수다 MBC <나는 가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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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논란이 불거지긴 했지만 이후 '나가수'는 대중의 호응을 얻어 승승가도를 달렸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지켜봤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가수'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아마 '나가수'에 대해 음악의 진정성이니 감동의 진수니, 진정한 음악은 이런 것이라는 등의 찬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그런 불편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초반 '나가수'를 지나치게 혹평하는데 대해 반발했다면 지금은 '나가수'의 과잉평가에 대한 반발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나가수'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라이브 대결을 펼치는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나가수'가 아이돌 음악 위주의 방송계와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시너지 효과까지 불러온다면 더 좋겠지요. 실제로 '나가수'는 그런 영향력을 발휘했고 지금도 발휘하고 있습니다. '나가수' 방영 이후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나가수' 노래들이 휩쓸고 있는 건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열풍이 없더라도 '나가수'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제는 지금 '나가수'는 아니 '나가수'를 대하는 가수들과 '우리들'의 자세는 그런 차원을 뛰어넘고 있다는 겁니다. 마치 '나가수'가 진정한 음악을 대표하기라도 하는 듯한 자세와 태도를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러다보니 '나가수' 범주에 들지 않는 음악이나 가수들, 이를 테면 아이돌과 아이돌 음악에 대한 평가는 적대적이기까지 합니다. 옥주현의 '나가수' 출연에 대한 대중의 격렬한 반발은 옥주현 개인에 대한 안티가 많은 측면도 있지만 저는 '나가수'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의무 부여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나가수'는 '나가수'일 뿐 오버하지 말자

MBC <나는 가수다>
▲ 나는 가수다 MBC <나는 가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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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가수'가 아이돌과 기계음 중심의 가요계에 일대 충격을 준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마치 '나가수'만이 진정한 음악이라는 식의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중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한데 '나가수'는 가창력 90%, 감정에 호소하는 편곡 10%를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말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가수'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커지면서 그런 인식이 커지고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나가수'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일까요. 시간이 갈수록 '나가수'는 너무 어깨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출연하는 가수들 목이 쉬는 건 다반사이고, 가수들의 태도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더군요.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가창력 대결을 벌이는 무대라고 보기엔 가수들도 그렇고 평가하는 청중평가단 모두 '전쟁에 나가는 전사들'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마치 '7인의 전사들' 영화 주인공 같다고나 할까요. 저는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청중평가단의 모습도 불편하게 다가오더군요. 제 솔직한 느낌은 그렇습니다.

저는 '나가수'가 감동도 좋지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솔직히 '감동'을 주입시키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출연하는 가수는 '좋은 음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청중평가단과 '나가수'를 보는 시청자들은 지금껏 지상파에서 접하지 못했던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그런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는 겁니다.

MBC <나는 가수다>
▲ 나는 가수다 MBC <나는 가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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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지난 5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김범수의 태도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범수는 시종 일관 '나가수가 청중평가단 때문에 무거울 수 있기 때문에 흥겹게 축제를 만드는' 쪽에 비중을 두더군요. '청중평가단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강조한 김범수는 곡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경직된 분위기를 탈피해 분위기를 신나는 쪽으로 바꾸려는 듯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 '나가수'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뭔지를 김범수가 몸소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감동도 좋지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 됐으면

한국 대중가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돌 중심의 음악과 비주얼을 강조하는 획일성이었지 '라이브 여부'가 아니었습니다. '나가수'가 뜨면서 '아이돌 음악'을 평가절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이돌 음악에 열광했던 게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돌 위주의 대중음악이 가진 획일성은 비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돌 음악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가선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MBC <나는 가수다>
▲ 나는 가수다 MBC <나는 가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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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장르가 다양해지고 작사, 작곡, 편곡과 프로듀서, 연주자 등 가수 이외에 참여자들도 많은데 가수의 가창력이 대중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평가하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세시봉'과 '나가수' 효과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마치 '세시봉'이 7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전부이거나 '나가수'만이 음악의 진정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오버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성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세시봉' '나가수'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중심' '이소라의 프로포즈' '슈퍼스타K' 등을 통해 '다양한 그리고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 아닐까요. '우리 모두' 어깨에 힘 좀 뺍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나가수, #나는 가수다, #라이브, #아이돌, #청중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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