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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백도에서 바라본 백도전경
 상백도에서 바라본 백도전경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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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에 와본 지 어느덧 네 번째다. 태곳적 신비를 지닌 섬 백도에 가 본 많은 이들이 '원더풀'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 이유가 뭘까?

남해 끝자락에 우뚝 솟은 백도는 올 때마다 또다른 느낌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눈부신 아름다움에 울컥 반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너무나 좋으면 눈물이 난다고 했던가? 백도에 온 내 마음이 꼭 그 심정이다.

나를 슬프게 하는 백도. 그래서 떠오르는 시가 있다. 바로 이육사 시인이 쓴 <광야>다. 일제강점기때 시를 통해 민족적 저항운동을 온 몸으로 펼쳤던 이육사 시인의 <광야>는 마치 드넓은 남해에서 홀로 억겁(億劫)의 세월을 이겨낸 백도처럼 깊고 푸르다. 백도를 보면서 떠오른 그 시를 약간 개사해 보았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흑비둘기 우는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바다가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풍란향기 홀로 가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라.

다시 천고의 뒤에
요트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여기 백도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백도에는 바다위로 39개의 섬들이 모여있다.
 백도에는 바다위로 39개의 섬들이 모여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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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볼거리가 많은 백도의 모습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볼거리가 많은 백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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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5월 백도 주변의 날씨는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다고 한다. 그 이유가 참 재밌다. 자신을 쉽게 세상에 내보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백도가 더 신비로운지도 모르겠다.

백도의 주소는 행정구역상 전남 여수시 삼산면 동도리에 속한다. 그간 다도해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관리하다 최근 여수시로 이양됐다. 사실 백도는 위치상 먼 바다에 속한다. 먼 바다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이 심해 그 속내가 예측불허다.

옛날 기상예보가 없던 시절, 어부들은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나서 풍랑을 만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낮 티끌에 불과한 존재로 여겨진다.

백도 탄생, 옥황상제와 용왕님 아들, 딸의 못다한 사랑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백도는 유람선으로 약 30분이면 도착한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백도는 전설도 참 많다. 옥황상제의 아들과 용왕의 딸이 사랑을 나누다 바위로 변했다는 백도의 전설은 특히 눈길을 끈다.

태고적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받아 바다로 내려왔다. 그는 바다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진다. 수년 후 아들이 몹시 보고 싶은 옥황상제는 아들을 데리러 신하를 보냈으나, 아들은 물론 신하마저도 돌아오지 않는다. 몇 번에 걸쳐 신하들을 백 명 정도 보냈지만 바다로 내려간 신하들 역시 마찬가지. 화가 난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를 돌로 변하게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크고 작고 기묘한 형상의 섬으로 탄생한 백도의  전설이다.

일주일에 3~4회 정도만 모습을 볼 수 있는 백도가 화창한 날씨탓에 선명한모습을 드러냈다.
 일주일에 3~4회 정도만 모습을 볼 수 있는 백도가 화창한 날씨탓에 선명한모습을 드러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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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백도의 병풍 바위와 옥황상제가 연락을 취했다는 나룻섬, 하늘에서 내려 온 신하 형제가 꾸지람을 들으며 숨어있는 모양의 형제바위, 먹을 양식을 쌓아놓았다는 노적섬, 옥황상제의 아들이 풍류를 즐기며 새를 낚아채려다 돌로 변했다는 매바위, 내려온 신하의 갓모양을 닮았다는 탕근여 등도 저마다의 전설로 전해진다.

백도해상에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무려 39개의 무인도가 있다. 상백도는 나루바위, 노적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오리바위, 탕근대 등 기묘한 바위들이 있고, 하백도는 각시바위, 궁성바위, 서방바위 등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바다 위에 깎아지른 듯 펼쳐져 있다.

멀리 산등성이 위에 백도의 등대가 보인다
 멀리 산등성이 위에 백도의 등대가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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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백도는 원래 해상에 39개, 바닷속에 61개를 합쳐 100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백백 자와 섬도 자를 써서 '百島'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수중을 탐색해 보니 바닷속에 60개뿐이어서 한 개가 줄어 일백 백 자에서 한 일(一) 자를 뺀 '白島'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치 99세의 나이를 '白壽'라고 하는 이치와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백도라는 명칭이 공식화된 연대는 알 수 없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전설에 의해서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백도는 희귀 동식물과 난초 중 으뜸으로 꼽히는 풍난이 기암괴석에서 많이 자라고 있는 자연의 보고다. 그래서 옛날 백도를 지나는 선박들이 안개로 인해 길을 잃으면 백도에서 풍기는 풍란향으로 그 길을 찾았다고 한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 팔색조 등 30여종의 이름모를 새들이 이곳에 서식한다.

외세도 백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흔적이 있다. 거문도, 백도의 동식물 조사는 일찍이 1889년 영국 왕립학회에서 처음 조사했다. 이어 1928년 일본의 중정 박사와 정대용 박사가 조사됐다.

또한 1935년과 1940년, 그리고 1965년 정 박사와 이우철 교수가 조사에 임했다. 이후 1978년 7월 한국 동굴 보존협회와 한국 명승고적 보존협회에서 기상, 해양식물, 조류, 수온 등 심도 깊게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고 한다.

맑았던 해상 날씨가 오후들어 바람일자 함께 파도가 높아졌다.
 맑았던 해상 날씨가 오후들어 바람일자 함께 파도가 높아졌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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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 좋았던 날씨가 오후에 접어들자 바람이 일고 파도가 높아졌다. 이제 다시 되돌아가야한다. 남해 먼 바다에서 옹기종기 떠있는 섬 백도는 아름다운 자태만큼 그 외로움도 커 보인다.

그 억겁의 세월동안 외로움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태어난 백도는 뒤늦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거문도와 여수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여수의 보물임에 틀림없다. 이제 2012년 해양 엑스포에 즈음해 백도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에게까지 맘껏 펼쳐 보일때가 됐다. 백도에 대한 관광상품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백도, #거문도, #이육사,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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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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