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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부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대량으로 불법매립한 사실이 한 미군에 의해 폭로된 가운데, 23일 오전 녹색연합, 민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정부 공식사과, 환경정화 비용과 및 피해보상 비용 부담, SOFA개정, 미군기지 내 불법매립에 대한 전면 조사'등을 촉구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부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대량으로 불법매립한 사실이 한 미군에 의해 폭로된 가운데, 23일 오전 녹색연합, 민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정부 공식사과, 환경정화 비용과 및 피해보상 비용 부담, SOFA개정, 미군기지 내 불법매립에 대한 전면 조사'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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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파문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북 칠곡의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퇴역 주한미군의 증언이 나온 이후 시작된 이 파문은 비무장지대와 군산 미군기지 인근에서도 고엽제가 살포되었다는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같은 증언은 계속 나올 것이다.

우선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보자. 다이옥신은 여러 화학물질을 묶어서 부르는 총칭인데, 고엽제에 존재하는 다이옥신은 그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TCDD이다. TCDD는 독성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극소량이라고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다이옥신은 암을 일으키며, 생식독성과 신경독성, 그리고 태아에 대한 발달독성을 가지고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TCDD를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된 1급 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다. 특히 폐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되었고, 유방암에 대한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의 고엽제법에서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암에 대해 '비호지킨임파선암, 연조직육종암, 호지킨임파선암,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등을 정하고 있다.

고엽제의 주성분 다이옥신의 치명성

암 이외에 특히 치명적인 것은 기형아 출산이다. 고엽제가 대량 살포된 베트남에서는 기형아 출산이 확인되었다. 다이옥신에 노출되면 유산율도 높아진다. 또한 다이옥신이 감상선호르몬을 억제시킴으로써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고엽제에 존재하는 다이옥신 TCDD는 살포, 저장, 운반 과정에서 전파된다. 고엽제가 사용된 베트남과 한국의 비무장지대의 경우 살포된 다이옥신이 지금까지도 검출되고 있다. 또한 다이옥신을 저장하고, 혼합하며, 항공기에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공군기지 토양은 심각하게 다이옥신에 오염된다. 이렇게 오염된 다이옥신은 오염토양이나 미세입자들이 바람에 날리거나 빗물에 날려 이동하면서 주변 생태계로 퍼져나간다.

다이옥신이 살포된 후 1년이 지나면 광분해로 99% 정도는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토양에 결합된 것도 온도가 높아지면 휘발되면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다이옥신이 오염된 토양이나 미세입자들이 햇빛을 받지 않는 상태가 되면 매우 오랜 기간 변하지 않고 남아있다. 특히 다이옥신 TCDD는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물에 오염될 경우 침전물이나 부유물질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 경우 다이옥신의 반감기는 5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람 몸에 들어온 TCDD의 반감기는 대략 7~10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어머니의 혈액과 모유를 통해 태아 및 영아의 다이옥신 오염이 가능하며, 발달장애 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미군은 매립된 것을 다시 파내어 기지 내 다른 곳에 한번 더 매립했다고, 나중에 다시 기지 밖으로 옮겨 처리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토양도 제거했다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 포인트가 발견된다. 첫째, 매립지로부터 인근 지역으로의 오염확산이 발생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매립 깊이와 매립 지역의 하수관로 및 빗물의 이동경로, 1차 매립 - 굴착 - 2차 매립의 정확한 시기와 당시 기상조건, 특히 장마기와 겹치는지 여부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둘째, 매립 이전의 고엽제 저장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매립 이전에 고엽제가 어디에 저장되어 있었으며, 저장 상태는 어떠하였는지, 그리고 저장고에서 하수관로를 통해 지역으로 오염이 확산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

캠프 캐럴만 조사하면 되는가

미군은 고엽제가 든 드럼통을 기지 밖으로 옮겼다고 했다. 어디로 옮겼을까. 왜 옮겼을까. 갖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춘천에 있었던 옛 캠프 페이지 미군기지 터에는 고엽제 의심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면 고엽제가 든 드럼통은 어디로 갔는지 밝혀야 한다.

네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국내 다른 기지로 옮겨졌을 가능성이다. 둘째, 미군기지 말고 국내의 다른 곳으로 옮겨져서 매립되었을 가능성이다. 셋째, 미국 본토로 돌아갔을 가능성이다. 넷째, 주한미군 기지 말고 다른 해외미군 기지로 옮겨졌을 가능성이다.

우선 미본토로 돌아갔을 가능성은 없다. 다른 나라의 미군기지로 옮겨졌을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손쉬운 곳을 두고 굳이 그렇게 먼 경로를 택했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첫째와 둘째, 어느 경우이건 우리 국토에 매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1차적으로 모든 주한미군 기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서 나온다. 구체적으로 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첫째, 2002년 발효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반환이 완료된 미군 기지이다. 둘째,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이다. 셋째,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 이전에 반환된 미군기지이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모든 미군기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착수해야 한다.

만약 모든 기지를 동시에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최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기지를 1차 조사 대상으로 설정하여 즉각적인 조사를 벌이고 그 외의 기지는 2차, 3차 조사를 하면 될 일이다. 경북 칠곡의 캠프 캐럴과 동두천 미2사단, 캠프 캐럴과 같은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부평의 캠프 마켓, 부천의 캠프 머서 등이 1차 조사 대상 기지가 될 것이다.

2001년 강원도 원주 캠프롱 미군기지 기름유출 당시 소파(SOFA)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 모습.
 2001년 강원도 원주 캠프롱 미군기지 기름유출 당시 소파(SOFA)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 모습.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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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의 장애물, 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4일 "현 단계에서는 소파(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문제를 미국 측과 협의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했는지 26일 "소파 환경 규정 보완, 개정 여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말은 달라졌을지언정 내용은 변한 게 없다. 26일의 발언은 개정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협의계획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현행 한미 소파로는 이와 같은 환경오염에 대한 진상조사 자체가 불가능할 뿐더러 설령 미국 측의 환경오염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는 원상복구 의무가 없고, 따라서 치유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우리 국민의 안전보다 소파의 규정이 더 우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 정부 역시 그같은 인식에 기반해서 최근 사태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한미 소파는 환경 문제와 관련한 한국 법을 미 행정부가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미 행정부는 한국의 관련 법을 '존중'하면 된다.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 미국이 독일과 맺은 협정에는 '독일 환경법규 준수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둘째, 현행 소파로는 미군기지 관련 오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미군의 협조가 없이는 오염 실태 조사, 관련 자료 열람, 행정조치 집행이 불가능하다.

셋째, 오염사고 시 정화의 기준이 모호하다.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라고 나와 있는데, 대단히 추상적이다. 실제로 미군은 기지 오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인간건강에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유 책임을 거부해왔다. 

넷째, 정보공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소파 규정으로는 환경사고가 발생했거나 미군기지를 반환받을 때 모든 정보의 언론 공개나 대중 배포에 대해 환경분과위원회 양측 위원장의 '공동승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알 권리를 한미 소파가 가로막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보다 SOFA가 우위일 수 없다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주성분으로 하는 고엽제가 한국에 반입, 저장 및 보관, 매립, 이동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양이, 얼마나 오랫동안, 어떻게 관리되어 왔고 어디에 매립되어 있으며, 지하수와 토양에 얼마나 흡수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국민 안전과 생명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한미 관계가 중요하고, 한미 소파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 당국은 한미 소파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 역시 한미 소파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반국민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한미 소파를 개정하기 위한 즉각적인 논의와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이같은 논의와 절차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등한시하는 것이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고엽제 매립과 관련한 모든 진상을 규명하고 그 오염 실태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한미 소파의 개정은 필수적 과정이다.

덧붙이는 글 | *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 이글은 2011년 5월 31일 민주노동당·새세상연구소·홍희덕의원실·김선동의원실에서 공동주최한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범죄와 한미 SOFA 개정"이라는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참고로 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토론회 자료집은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그:#고엽제, #한미S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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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특임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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