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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사회와 그 적들  왼쪽부터 장하준, 조국, 도정일, 김두식
▲ 불량사회와 그 적들 왼쪽부터 장하준, 조국, 도정일, 김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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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이 끝자락으로 치닫는 요즈음.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는 어떤 화두가 있으며, 어떤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을까.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우리나라를 새롭게 밝힐 희망과 디딤돌은 어디에 꼭꼭 숨어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입심이 제법 센 열셋 '좋은' 시민들이 말하는 그 '길'은 또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사회,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입씨름이 자주 붙는 '불량사회와 그 적들'은 누구일까. 열셋 좋은 시민들이 불량사회와 맞서는 그 적들일까. 불량사회를 자꾸자꾸 만들어 이끌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좋은 사회와 맞서는 적들일까. 그 불량사회에 빌붙어 히죽거리며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불량한 적들일까.

열셋 '좋은' 시민들이 2011년 불량한(?) 사회와 2012년 다가올 좋은 사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장하준, 도정일, 조국, 김두식, 엄기호, 윤희정, 정태인, 최태욱, 박성민, 고성국, 이상이, 이철희, 강신준이 그들이다. 이들은 9가지 불타는 화두를 들고 불량사회와 좋은 사회에 대해 거칠게 혹은 부드럽게 키위질한다.

이들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키위질하는 불량사회는 불신(不信), 불안(不安), 불통(不通)이라는 '3불(3不)' 사회다. 이들이 말하는 '불량사회와 그 적들'은 불량사회에 적당히 손을 맞잡은 채 함께 뒹굴지 않고, 우리 사회에 '색다른' 물음표를 툭툭 던지며 '함께' 실천하자고 하는, 그야말로 '좋은' 시민들이다.

이들이 '지금 당장' 이 9가지 화두 가운데 불량한 것은 톱으로 자르고 끌로 긁어내 '좋은' 것만 남기자고 하는 까닭은 다가오는 2012년 때문이다. 2012년이 되면 25년이나 이어온 대한민국 헌법이 바뀔지도 모르고, 어쩌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우리 시민들 피부에 와 닿는 '복지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로 한 발짝 들어설지도 모른다. 여기에 첫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장밋빛만 아름답게 비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불량한 '승자독식'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은 그런 불량한 사회가 되면 '불안'은 증폭'되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곱씹는다. 이들은 그 때문에 "프랑스 68혁명의 구호처럼 '지금 당장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세워야 한다"고 못 박는다.

불량사회에 살 것인가? 그 적이 될 것인가?

"이들의 말 중에는 지금 한국 사회의 상식에 비춰보면 '이단'으로 취급당할 게 부지기수다... '불량사회'의 적을 자처하는 '좋은' 시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이제 세상의 운명은 이들의 질문과 대답을 읽고 함께 행동을 할, 바로 이 책을 든 당신에게 달렸다. 불량사회에 안주할 것인가, 그 적이 될 것인가?" - 머리말 '불량사회의 적들을 만나다' 몇 토막

'좋은 시민들이 들려주는 우리 사회 이야기'라는 앞글이 붙은 <불량사회와 그 적들>(알렙)이 나왔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지금까지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을 통해 기획되고 이루어졌던 인터뷰와 좌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큰 물줄기는 "한국사회의 쟁점과 현안, 희망과 대안"이다.

이 인터뷰와 좌담에는 지구촌에서 알아주는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국,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두식,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엄기호, 덕성여자대학교 학생 윤희정이 한 목소리로 '불량'인 우리 사회를 향해 쓴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정태인,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최태욱, 정치 컨설팅 '민' 대표 박성민, 정치평론가 고성국, 제주대학교 교수 및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철희, 동아대학교 교수 강신준도 날선 목소리로 '불량사회'와 '좋은 사회'를 가르는 잣대를 들이댄다. 

이 책은 모두 4장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9가지 화두를 파헤치고 있다. 제1장 '좋은 시민, 개혁을 말하다'에는 "불가능한 것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개혁'이다"(장하준), "한국을 '좀비의 나라'로 만드는 바이러스에 맞서라"(도정일), "진보를 부흥하라"(조국)라는 3가지 화두를 좋은 사회란 정으로 쪼개고 있다.   

제2장 '좋은 시민, 사회를 말하다'에는 "세상 사람들이여, '사탄의 시스템'에 맞서 싸워라!"(김두식), "20대는 찌질이? '486'한테 보고 배운 것뿐인데…"(엄기호, 윤희정)가 불량한 사회에 비수를 꽂고 있다. 제3장 '좋은 시민, 정치를 말하다'에는 "한국 사회의 표심을 가르는 '38선'을 넘어라"(정태인, 최태욱, 박성민), "2013년 제18대 대통령은 박근혜인가?"(고성국, 이상이, 이철희)에서 2012년 제18대 대선을 저울질하고 있다.

제4장 '좋은 시민, 경제를 말하다'에는 "'대박' 꿈에 취해 벼랑 끝에 선 개미들아, '무기'를 들자!"(강신준), "정치와 분리된 '자유'시장은 없다"(장하준)가 우리 정치와 경제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두드리고 있다. '불량사회의 적'인 '좋은' 시민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빠르게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엮은 강양구는 머리말에서 "<불량사회와 그 적들>에 실린 열세 명 '좋은' 시민과의 대회를 정리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도 그랬다"라고 말한다. 그 생각은 곧 "2012년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며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삶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마비 낳은 바이러스, '밀림+시장만능+쾌락지상+착각'

불량사회와 그 적들 이 책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지금까지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을 통해 기획되고 이루어졌던 인터뷰와 좌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불량사회와 그 적들 이 책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지금까지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을 통해 기획되고 이루어졌던 인터뷰와 좌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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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에도 여러 산업에서 삼성,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가지기를 원한다면 지금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한미 FTA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교육문제, '청년실업' '88만 원 세대'로 상징되는 세대 격차 문제 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보편 복지'를 지향하는 유럽 국가처럼 복지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장하준

글쓴이는 이 책을 보는 순간 영국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1902~1994)가 지은 철학이론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1945년 펴냄)이 떠올랐다. 김소진이 펴낸 소설 <열린사회와 그 적들>도 물론 있지만. 왜 그랬을까. 까닭은 하나다. 누가 '좋은 사회'로 함께 가는 동지이며 누가 '불량사회'를 만드는 적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대해 짤막하게 훑어보자. 이 책은 1938년 히틀러가 칼 포퍼가 고향인 오스트리아를 침공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전체주의 정치체제에 대한 서슬 퍼런 비판서다. 그는 무명학자였지만 이 책을 펴내면서 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다. 이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적과 동지로 쪼개진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불량사회와 그 적들>에서 동지는 삼성 공화국을 해체하는 것보다 '공화국의 삼성'으로 만들려고 하고, 적이 만든 시스템에 맞서며 '좀비의 나라'를 만드는 바이러스를 죽이려 애쓰는 시민들이다. 이들은 공동선을 고민하고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회, 즉 공정사회(좋은 사회)를 바라는 '좋은' 시민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적'은 불량사회를 마구 쪼아대는 '좋은' 시민들이다. 

제1장에는 우리 사회 개혁을 말하는 장하준, 도정일, 조국과 가진 인터뷰다. 장하준은 "아무리 불가능하고 어려워 보여도 장기적으로 그것을 해나가려고 노력을 해야 개혁이 이루어"진다고 못 박는다. 도정일은 한국사회를 마비상태로 낳은 뿌리는 네 가지 바이러스, 즉 "'밀림(密林)주의', '시장만능주의', '쾌락지상주의', '착각' 바이러스"라고 곱씹는다.조국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 개혁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시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목청을 드높인다.

제2장은 좋은 시민, 좋은 사회에 대해 김두식이 나와 "우리가 진짜 무서워해야 할 것"으로 '사탄의 시스템'을 꼽는다. 엄기호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덕성여자대학교 윤희정 학생과 주고받은 20대 이야기에서 "'추상의 20대'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아들딸, 조카, 동생인 ○○○, 직장의 후배인 ○○○, 가게의 직원인 ○○○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데 있다"고, 고민을 쏟아낸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계속 한 배를 탈 것인가?

"사실 야권이 박근혜 전 대표를 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에서 어느 정도 표를 가져와야 하고, 충청권에서는 최소한 절반은 가져와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유의미하게 압도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어야 승부가 되는데, 야권이 과연 대구, 경북, 부산, 경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표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고성국 

제3장에서는 정태인, 최태욱, 박성민이 나와 2012년 표심을 가르는 3.8선을 넘기 위해서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회당 등으로 쪼개져 있는 진보와 개혁세력이 어떤 식으로든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귀띔한다. 고성국, 이상이, 이철희는 '박근혜 현상'을 낱낱이 파헤치며 "박근혜 파워는 거품인가? 박근혜 매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박근혜의 복지는 양날의 칼인가? 이명박과 박근혜는 계속 한 배를 탈 것인가? 야권에서 박근혜 대항마가 나올까?" 등에 대해 주사바늘을 콕콕 찌른다. 

제4장은 마르크스가 쓴 <자본>을 우리말로 마무리 지은 강신준과 장하준이 이끄는 경제이야기다. 강신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르크스는 완벽히 부활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대중은 물론 학계도 마르크스를 죽은 개 취급"하고 있다고 입에 침을 튀긴다. 장하준은 "삼성과 같은 재벌을 통제하는 방안을 놓고 '주주 자본주의'를 내세우는 일부 시민단체의 대응"에 대해 거칠게 꼬집는다.

<불량사회와 그 적들>은 남보다 한발 앞서 물음표를 던지고, 그 물음표에서 좋은 사회로 가는 길을 찾으려는 열셋 '좋은' 시민들이 손에 든 촛불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논객 장하준, 도정일, 조국, 김두식, 엄기호, 강신준 등은 우리 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불량사회를 말아먹는 적이 된다.  

<불량사회와 그 적들>을 그물로 촘촘하게 엮은 강양구는 목포에서 태어나 지난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기자로, 지금은 문화팀장으로 '프레시안 books'를 맡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침묵과 열광><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밥상혁명> 등이 있다.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받음.

덧붙이는 글 | <불량 사회와 그 적들> - 좋은 시민들이 들려주는 우리 사회 이야기 / 강신준, 고성국, 도정일, 장하준, 엄기호, 조국, 이철희, 김두식, 최태욱, 박성민, 정태인, 이상이, 윤희정 (지은이) / 알렙 / 2011년 4월 / 1만4000원



불량 사회와 그 적들 - 좋은 시민들이 들려주는 우리 사회 이야기

김두식 외 지음, 알렙(2011)


#강양구#불량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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