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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몸문화답사기(최아룡. 신인문사)
▲ 책 표지 우리몸문화답사기(최아룡. 신인문사)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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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글처럼 읽을 수 있을까? 몸 읽어 주는 여자 최아룡은 그렇다고 한다. 책이나 그림을 읽어 주는 사람은 봤는데 몸을 읽어 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내가 이 책(<우리 몸문화 탐사기> 최아룡. 신인문사)을 흥미롭게 펼치게 된 동기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만난 사람 키가 크던데."
"화장이 잘 안 되네."
"너는 그 옷을 입으니 몸매가 산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화제가 책으로 되는 경우는 없다. 몸을 읽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아룡은 이러한 문화에 과감히 도전한다.

고공을 나는 비행기 안이 춥다고 담요를 덮고 있는 한국인들 사이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는 외국인들, 외국 공항에 도착하면 묘하게 코를 자극하는 냄새들, 가래를 함부로 뱉는 중국인들, 아무 데서나 코를 팽하고 푸는 독일인들, 길에서 몸이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나치는 한국인들…….

외국인들과의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익숙한 우리의 몸 사용법과 다른 문화를 대할 때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소할 수도 있는 문화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한다. 궁금해서 책들을 찾아봤지만 대부분의 책이 일상을 떠난 이야기, 구체적이지 않은 이론 위주의 이야기, 서양의 시각에 기댄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햇볕이 따갑지만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 독일 베를린의 유람선 햇볕이 따갑지만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 최아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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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독특한 몸 사용 매뉴얼이 있다. 서양인들은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선글라스만 낀 채 활보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캡에 양산까지 쓰는가 하면 그것이 없을 경우 손바닥이나 신문으로라도 가리고 다닌다.

우리에게 익숙해서 그렇지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뛰는 여성을 외국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달음박질로 회사에 출근해서 의자에 앉으면 슬리퍼나 실내화로 갈아 신는 것도 우리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우리 사회에서 '따뜻함'은 매우 긍정적인 뉘앙스를 지닌다. 따뜻한 마음, 따뜻한 사람, 따뜻한 분위기 …….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는 그보다는 '쿨(cool)'하다는 표현을 즐긴다. 그리고 많은 서양인들이 따뜻한 온돌이나 보온이 되는 비데를 사용하고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한국인들의 몸과 관련된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인만의 독특한 몸 사용 매뉴얼을 해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 최아룡은 한국의 거리는 중국으로, 일본으로, 인도로, 영국으로, 미국으로, 박물관으로, 광장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스스로 제기했던 수많은 궁금증의 답을 찾아간다. 우리가 인종차별적인 명칭이라 하여 '살구색'으로 바꾸었던 '살색'을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외국 여성들도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뒤를 가린 채 계단을 오르는 것일까? 한국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젊고 단정하고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검게 머리 염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머리색이 다양한 서양에서는 정치인들이 어떤 색으로 염색을 할까?

이러한 궁금증과 질문은 한편에서는 몸과 관련된 지구촌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비교로 이어진다. 열대지방의 원주민들은 왜 몸에 화려한 문신을 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냄새는 과연 존재할까? 벗은 몸은 성(性)적인 대상이기만 할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 혼혈인데 왜 흑인 대통령으로 불릴까?

매우 산만할 수도 있는 주제들이지만 그 속에 저자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은 있다. 하나는 한국인들의 독특한 몸 사용 매뉴얼에 대한 분석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몸에 대한 차별과 콤플렉스 없이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다.


우리 몸 문화 탐사기 -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몸 사용 매뉴얼을 찾아 떠나는 여행

최아룡 지음, 신인문사(2011)


태그:#최아룡, #패션, #피부, #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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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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