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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천여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
3천여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 ⓒ 김학용

중국 항주의 필수 여행코스인 송성가무쇼를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다면, 그 화려한 무대와 위용 앞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송성가무쇼는 항주가 송나라의 수도였던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무를 통해 보여주는 기예 쇼로 수많은 이민족을 물리친 영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송시대를 배경으로 중국 역사와 전통을 담아낸 송성가무쇼는 총 4막으로 구성돼 있으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3000석이 넘는 공연장 객석은 연일 만원을 이룰 정도다.

쇼의 배경은 중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었던 왕조 중 하나인 송조시대. 1막은 항주에 송성을 건립하여 번화한 항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송나라 때 항주는 100만 인구를 갖고 있는 대도시였고 곳곳마다 노래와 춤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1막의 압권은 황제의 환갑을 맞아 인근 국가에서 온 축하 사절단의 공연을 황제가 흡족한 표정으로 즐기는 장면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추정되는 각 국의 문무 대신들이 축하차 도착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정성껏 준비한 다채로운 가무를 바치는 것으로 구성된다.

 송성가무쇼에 아리랑과 함께 등장한 부채춤
송성가무쇼에 아리랑과 함께 등장한 부채춤 ⓒ 김학용

그런데, 이중 관중을 압도하는 장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리랑'이었다. 아! 타국에서 만난 아리랑…. 각 나라의 전통공연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아리랑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며 한복을 입은 무희들의 가무가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한국 관광객의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한다. 머나먼 이국에서 아리랑과 함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의 춤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들도 있다. 이후 4막에서도 장구를 치는 무리가 나온 이후 사물놀이 패들이 나오고 부채춤도 이어진다.

혹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아리랑을 중국에서 듣고 간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이 순간 가장 자랑스러워야 할 아리랑이 이토록 반갑지 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친절하게도 무대뒤로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근 국가에서 방문한 사절단의 공연은…" 이라고 흐르는 한글 자막을 보니, 우리의 아리랑이 나온다고 그저 박수치고 좋아하기엔 씁쓸하기만 하다.

 송성가무쇼에 등장한 아리랑
송성가무쇼에 등장한 아리랑 ⓒ 김학용


송성가무쇼 관람객의 30%를 차지한다는 한국 관광객을 위해 배려(?)차원에서 아리랑을 넣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을 그들의 속국으로 여겨, 아리랑 춤을 그들의 황제 앞에서 추게 한다는 내용이지 않은가?

'일종의 쇼'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유난 법석을 부린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리랑은 언제 어디서 누가 부르든 반만년 역사와 삼천리 강산의 피맺힘과 눈물어린 한을 담고 있는 민족의 혼이다. 그렇기에 송나라 황제 생일 축하단 공연으로 펼쳐지는 아리랑 무대가 슬프다. 앞으로도 계속 될 송성가무쇼를 아리랑의 등장에 반가워하며 웃는 얼굴로만 봐야할지 의문이다.

 송성가무쇼에 등장한 장고춤
송성가무쇼에 등장한 장고춤 ⓒ 김학용

 송성가무쇼 포스터
송성가무쇼 포스터 ⓒ
중국 남송(南宋)시대를 재연한 세계적 수준의 뮤지컬로 서호를 배경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송나라 민족영웅의 이야기를 무용극의 형식을 빌려 꾸민 대형가무극이다.

송성(宋城)은 항주 시내에 있는 중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문화 테마파크로, 이 중 송성가무쇼는 단연 송성의 하이라이트다. 중국판 라스베이거스 쇼라고 불리는 만큼,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무대장치로 제작비만 5000만 위안에 300여명의 출연진이 동원된다.

항주의 역사, 신화 전설을 바탕으로 화려한 기예와 춤이 거대한 무대와 조명, 음향과 의상과 어우러진 송성가무쇼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 항주의 빛
중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었던 왕조 중 하나인 송조시대에, 항주 송성을 건립하여 번화한 항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송나라의 황제가 황궁에서 생일 연회를 거행하는 모습으로 연출하여 각 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두 생일 축하차 도착하고 궁전에서 다채로운 서커스와 아름다운 가무를 바치는 것으로 구성된다. '아리랑'공연이 등장한다.

-제2막 금과철마(전쟁)
남송시대의 영웅 악비의 무용담을 그린다. 송나라가 금나라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악비가 군민들과 금나라와 용감한 전투를 벌여, 승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폭포가 실제 폭포처럼 솟아나오고, 말이 무대를 달리고 대포가 쏘아지는 등 실제전쟁장면을 방불케 하는 무대 연출이 이색적이다.

-제3막 아름다운 서호, 아름다운 전설
아름다운 서호(西湖)와 전설 백사의 이야기,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뇌봉탑과 백사의 전설에서는 무대 위에서 물이 쏟아지며 비가 오는 장면을 멋진 무대를 연출한다. 양산박 전설에서는 무대 위에서 축영대 역할의 여자가 유리관에서 내려와서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함께 양산박 역할의 남자와 이루지 못한 사랑을 표현하는 나비춤을 춘다.

-제4막 세계는 여기에서 모인다
"세계는 여기에서 모인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주제로 하여 공연자들이 한국, 일본, 인도 등 여러 나라의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전통춤을 추는 공연이 펼쳐진다. 한국의 부채춤과 사물놀이 등이 등장한다.

한복을 입은 아리랑 가무 분량은 공연장에 입장한 현지관객과 한국관객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한국 관객이 많을 때는 4막의 하이라이트 부분에만 장고춤, 사물놀이, 부채춤 등을 선보이지만, 현지관객이 월등하게 많은 경우 1막부터 아리랑 가무가 등장하고 4막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고무줄식' 편성을 하고 있다.


#송성가무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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