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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월 19일치 12면 기사.
 <조선일보> 5월 19일치 12면 기사.
ⓒ 지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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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19일자 보도에서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각 학교에 보낸 5.18 광주민주화운동 계기교육 자료를 문제 삼았다. 그런데 이 신문이 이념편향 자료로 지목한 '읽기자료'는 자신들이 지면에서 강하게 추천(강추)한 도서에 실려 있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문은 "'5·18 교육자료'에 등장한 마르크스"란 제목의 기사(12면)에서 "'내용 중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면서 "'읽기자료'란 이름으로 제시된 글 중 마르크스 혁명론을 지나치게 상세히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 혁명론 소개했다"는 내용 살펴보니

다음은 이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 자료의 20쪽 '읽기자료 7'에서는 한 단행본을 인용하며 '자유는 여전히 더 확장되어야 하며 계급 철폐라는 개념에까지 이르게 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자유의 확장이 (혁명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16쪽에서는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불평등이 어떤 식으로 식민지 해방운동을 불러일으키는지 수많은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이어 이 신문은 "5·18민주화운동이 마치 계급투쟁이나 탈(脫)식민지 운동의 맥락에서 일어난 것처럼 학생들이 잘못 인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문제 삼은 읽기자료 6, 7의 제목은 각각 '평화와 불의가 함께 갈 수 있나?', '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출처를 밝혔듯 두 글은 모두 논술 대비 유명 서적인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도서출판 휴머니스트)란 책에 실려 있는 것. <조선>이 문제 삼은 글은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에 나온 문제에 대한 답안을 이 책의 편역자가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읽기자료 7은 자유에 대한 철학자들의 관점을 싣고 있다. 이 내용을 살펴보니 <조선>이 문제 삼은 마르크스의 주장만이 아니라 사르트르, 헤겔, 루소 등의 주장도 폭넓게 소개했다. 이 신문이 비판한 읽기자료 6도 평화에 대한 관점에 대해 칸트와 마르크스의 주장을 소개한 뒤 "마르크스가 말하는 평화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바깥에서나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비판적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은 일부 마르크스의 주장 등을 따온 뒤 5.18 계기교육 자료의 비판 소재로 활용했다는 게 경기도교육청 쪽의 주장이다.

더구나 이 책은 <조선>이 자신의 지면에서 추천을 한 도서로 확인됐다.

<조선일보> 2006년 12월 18일치 교육섹션 7면 머리기사.
 <조선일보> 2006년 12월 18일치 교육섹션 7면 머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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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2006년 12월 18일치 교육섹션 7면 '통합논술 잡는 고등 추천 도서'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사진을 곁들여 이 책을 '강추'했다. 이 신문이 방학 특집으로 실은 한 고교 교사의 추천문은 다음과 같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시리즈는 10여 년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출제되었던 문제와 답안을 선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형 논술고사에 비해 철학적 논제들이 많은 편인데, 교양을 쌓는 데 더 없이 좋다."

앞서 2003년 12월 6일치에서도 <조선>의 최아무개 논설위원은 이 책을 지면에 소개했다. '책마을' 기사 '한국에 살면서 가져야 할 교양은 어떤 걸까'에서 이 책 속편으로 나온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를 소개하면서 그렇게 했다.

"이 책은 올 초 출간한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의 속편 격이다. 전편이 프랑스의 대입 수능시험인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번역한 것이라는 점에서 속편은 곧 다가올 대입 논술고사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

공교롭게도 <조선>이 문제 삼은 이 책의 편역자는 자사 기자 출신이기도 하다.

<조선> 기자 "책 내용은 문제없지만, 5.18에 결부하니 문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서 내용과 국가보훈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계기교육 자료를  비판하기 위해 '읽기자료'의 한두 문장을 뽑아낸 보도를 보고 먹먹했다"면서 "이전엔 <조선>도 이 책을 추천했지만, 해당 책은 특목고 논술시험에도 나오고 상당수 고교 도서관에도 꽂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를 쓴 유아무개 기자는 '<조선일보>가 해당 책을 추천도서로 소개한 사실을 미리 알고 기사를 썼느냐'란 물음에 "알고 있었다"면서 "해당 책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것을 5.18에 결부시키니까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도교육청이 계기교육 자료에서 전혀 내용에 대한 설명 없이 읽기 자료로 실어놓으니까 5.18에 대해 학생들이 잘못 알게 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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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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