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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너무... 싫은 거다. 한국이라는 사회가 너무 싫고... 너무 싫고..."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NS 한마음 전 대표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18일 오후. 김종익 전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불구속 기소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 건 보기도 싫어서" 관련 기사를 읽어보지 않았다는 김 전 대표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있었다. 김 전 대표는 기자에게 "언론 보도에 검찰의 일방적인 입장만 나와 있나요, 아니면 최강욱 변호사가 기자회견한 내용도 함께 나와 있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담당검사도 '다 정리됐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검찰 기소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아무리 권력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을 필요로 한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라며 "저는 사찰을 당해서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인데 (그런) 피해자를 상대로 (횡령 혐의에 대해) 1년 가까이 조사를 하고, 지난 3월 담당검사가 '다 끝났다',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다 정리가 될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하니까 당황스럽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전 대표에 따르면,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지난 3월 김 전 대표에게 '다 정리 됐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김 전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 재직 당시 고객관리 차원에서 축의금, 경조금, 화환 등을 보낸 사람들에게 (검찰이) 실제로 받았는가, 안 받았는가를 일일이 조사했다"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다시 제 주변 사찰을 한 거다, 너무 기가 막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다 끝났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검찰이 왜 갑자기 기소를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게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안고 있다, 섣불리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의견을 밝히기를 조심스러워했다. 향후 대응에 대해서도 "일단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와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김 전 대표를 회삿돈 8750만 원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05년 9월~2008년 8월 회사법인 카드로 구입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거나 기념품 구입대금, 임직원 출장비 등을 허위 또는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비자금 1억 1522만 원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8750만 원을 은사의 병원 치료비나 회식비 등 개인적인 용도에 썼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해 노무현 정권 실세들을 위해 사용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장부에서 사용처가 규명되지 않는 돈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횡령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며 "법정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제가 입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다음은 김종익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2010년 10월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0년 10월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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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심경이 어떤가.
"글쎄요, 뭐. 제가 특별히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일단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것 같고. 담당검사가 '다 끝났다'고까지 이야기를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다 정리가 될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하니까 왜 그런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저는 사실 생각하기도 싫다. 아무리 권력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을 필요로 한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저는 사찰을 당해서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인데, (그런) 피해자를 상대로 제가 참여정부에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1년 가까이 조사를 했지 않았나.

그리고 이제 와서 이렇게, 변호사랑 검찰에 자료제출 다 하고, '다 됐다'고 한 사안에 대해서 느닷없이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납득이 안 가고. 제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이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 기소 사실을 들었을 때 어땠나.
"처음에는 너무 황당했다. 뭐라 그럴까. 정말 너무… 너무… 싫은 거다. 한국이라는 사회가 너무 싫고… 너무 싫고…. 가족들도 저도 지금 몸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다. 계속 침을 맞으러 다니고 이런 상황인데. 이미 1심, 2심 재판에서 회사를 뺏기고 주식이전 시킨 게 불법이라는 것이, 국무총리실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 다 판결로 확정됐지 않나. 그런데도 아무런 사과, 그동안에 제가 입었던 정신적인 피해 이런 것은 전혀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고 이런 식으로 피해자에게 더 하니까. 도대체 공권력이라는 것이 정말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권력이라는 것은 자기 유지를 위해서 끊임없이 희생을 요구한다는 논리에 의해서 그런 것인지 답답하다.

"축의금, 화환 보낸 사람들 일일이 조사...또 다른 사찰"

- 횡령혐의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사찰이 있었다고 하던데. 
"제가 회사(NS 한마음) 대표로 있을 때 신세계하고 쇼핑몰 사업을 했다. 국민은행 내에 고객 사은품을 고객들에게 나눠주는데, 그걸 우리 쇼핑몰에서 나눠주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매출이 1년에 10억 정도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다. 당시 고객 관리 차원에서 국민은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 경조사 있을 때 축의금, 경조금을 보냈다. 화환을 보냈다든가. 그런데 이런 것을 (검찰이) 그 사람들에게 실제로 받았는가, 안 받았는가를 일일이 조사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주변 사찰을 한 거다. 너무 기가 막히다.

그 당시가 국민은행 정리해고가 진행되는 시점이었는데, 국민은행 직원들을 검찰에서 소환하면 그 사람들이 어떤 심정이 되겠나. 너무너무 끔찍스러워서, 너무 힘이 들어서 정신과 상담을 계속 받고 있었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 3월 7일인가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담당검사가) '다 정리 됐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하는 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 담당검사가 그렇게까지 말했다면 왜 갑자기 기소가 됐다고 보나. 
"저는 잘 모르겠다. 이 사건이 1년이 된 거다. 1년 동안이나 조사를 했다는 거다(웃음). 대단한 검찰이다. 저는 정말, 제가 뭐라고 이야기할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게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안고 있다. 섣불리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태그:#김종익, #민간인 사찰, #조전혁, #민간인 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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