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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1000일을 넘긴 재능교육 노조의 농성장이 16일 오전 철거됐다. 서울광장 맞은 편 재능교육 본사 앞에 차려진 농성장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말해주는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임금삭감 반대와 수수료제도 전면 재개정, 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하며 시작된 투쟁은 3년여간 계속되고 있다.

중구청, 용역 30여 명 동원해 농성텐트 철거

16일 오전 유명자 재능교육 노조 지부장이 농성텐트에 앉아 있는 가운데 중구청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다.
 16일 오전 유명자 재능교육 노조 지부장이 농성텐트에 앉아 있는 가운데 중구청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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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자 재능노조 지부장이 농성장을 철거하는 용역들에게 소리치고 있다.
 유명자 재능노조 지부장이 농성장을 철거하는 용역들에게 소리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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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회의 한다고 감추면 우리가 사라집니까? 정부가 재능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측에 압력을 넣거나 교섭에 나오도록 만들어야지 안 보이게만 해놓으면 국격이 올라갑니까? 국격 타령 말고 재능교육 같은 사회 문제 해결해야 합니다."

오수영 재능교육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이날 철거가 곧 개최될 "G20 국회의장 회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G20 국회의장 회의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국회와 서울 시내 호텔 등에서 개최된다.

오 국장은 "재능교육 본사 앞은 중요한 국빈이나 외빈들이 자주 오가는 길"이라며 "어느날 경찰이 농성장 주변을 버스로 막으면 어김없이 경찰의 호위를 받는 검은 승용차들이 줄지어 지나간다"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청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오 국장과 유명자 노조 위원장이 들어가 앉아 있는 텐트를 찢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남대문경찰서에서 출동한 경찰병력 60여 명이 농성장 주변을 둘러쌌다.

두 명의 여성노동자가 절규하면서 저항했지만 30여 명에 달하는 건장한 용역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순식간에 텐트가 무너졌고 용역들은 중구청에서 나온 트럭에다가 그 잔해를 실어 떠났다. 주변에 걸려있던 투쟁 현수막도 모두 철거됐다. 유 위원장과 오 국장은 여경들에 의해 거의 포박되다시피 제압당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난 후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농성 텐트가 있던 자리에 문화제 안내소 부스를 설치하려고 시도했다. 농성장 바로 옆은 조선시대 제사를 지내던 '환구단'이 있다. 재능교육 노조 측은 그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며 눌러 앉았고 양측의 실랑이는 한참 동안 계속됐다.

"G20과 우연히 날짜 맞았을 뿐"

재능교육 노조의 농성장이 철거된 이후 서울시에서 그 자리에 안내소를 차리려 하고 있다.
 재능교육 노조의 농성장이 철거된 이후 서울시에서 그 자리에 안내소를 차리려 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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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동한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수차례 계고장을 보내 철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아 강제로 철거하게 됐다"며 "서울시와 중구청의 관할 구역이 겹쳐 있는 곳이어서 양측의 강제집행 일자를 맞추지 못해 미루다가 오늘 마침 집회 신고가 안 돼 있어 철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재능교육 노조는 철거 현장에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집회신고를 내놓은 상태다. 그 이전에는 사측에서 낸 집회가 신고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또 G20 국회의장 회의 때문에 철거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쩌다 날짜가 우연히 맞았을 뿐, 회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행정집행"이라고 일축했다.


태그:#재능교육, #G20 , #G20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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