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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육감이 외국 교원들에게 경희궁 숭정전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외국 교원들에게 경희궁 숭정전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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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여 준비한 학교 혁신 국제심포지엄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곽 교육감은 서울 본행사가 진행된 지난 11일 오후 기조강연자로 직접 나섰다. 같은 날 오전엔 심포지엄 참석차 입국한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지의 교원대표 7명과 경희궁에 들러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등 가이드 노릇을 했다.

오는 17일까지 전국 14개 지역을 돌며 펼쳐지는 이번 심포지엄은 전교조와 교육희망네트워크, 21세기교육연구원 등 14개 교육시민단체가 주최하고 광주, 전남, 전북 교육청이 주관하며 서울과 경기 교육청은 후원기관으로 참여한다.

곽노현 교육감 "높은 성취도 배경엔 '엄마주도학습'과 교사주도수업 있어"

11일 오후 2시 50분,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의 기조강연자로 무대에 오른 곽 교육감은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교육 혁신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더 이상 낡은 교육으로는 올바른 성장과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학생들이 희생당하는 한국교육에 대해 다음처럼 걱정을 쏟아 놨다.

"세계 학업성취도비교평가 PISA 결과에서 우리 학생들은 당당히 1위를 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숨어 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58위이면서 우리 아이들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들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에서 3년 연속 꼴지를 했다. 협동성도 36개국 가운데 35등이다. 체력도 약골이고·…."

그는 우리의 높은 학업성취도 배경에는 "자녀를 학원으로 내모는 '엄마주도학습'과 아이들 이 잠을 자도 꾹 참고 나가는 '교사주도수업'이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수업 혁신으로 문제풀이식 수업을 바꾸고 생활지도 혁신으로 통제일변도 학교문화를 자율과 자치의 문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방과후 활동 혁신으로 국영수 보충수업을 문예체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학교 혁신의 주체인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모여서 서울형 혁신학교를 출범시켰다"면서 "오해도 많았지만 점점 학교 혁신이 혁신학교를 통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혁신학교 운동은 서울교육 혁신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며 우리 학교를 살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곽 교육감은 내빈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는데도 오후 4시쯤까지 행사장에 머물며 외국 교원들의 학교혁신 강연을 직접 듣기도 했다.

경희궁에서 외국 교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곽 교육감. 뒷쪽으로 서울시교육청 건물이 보인다.
 경희궁에서 외국 교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곽 교육감. 뒷쪽으로 서울시교육청 건물이 보인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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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1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9층 회의실에서 곽 교육감은 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 교원대표들과 만나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외국 대표들에게 곽 교육감실 한 보좌관은 "점심식사 전에 교육청 부속 건물인 경희궁을 방문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서울시교육청 후문에 붙어 있는 경희궁을 외국 교원들과 함께 들렀다. 그는 숭정문과 숭정전 앞에서 외국 교원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15분간 설명했다. 외국 교원들은 한국의 수도교육 수장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자 신기한 듯 귀를 세워 설명을 들었다.

이어 곽 교육감은 대표단을 역사박물관으로 안내한 뒤, 박물관 건물 1층에 있는 한 한식당에서 이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종류는 '두부 스테이크'였다.

심포지엄, 핀란드·독일 등 사례 발표...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 열망 크다"

학교혁신 국제 심포지엄에서 핀란드 교원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학교혁신 국제 심포지엄에서 핀란드 교원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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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운동,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 맞다."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교육철학, 서울시혁신학교 자문위원)가 11일 오후 열린 '제1회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 서울대회' 사회를 보고 무대에서 내려온 뒤 주변 이들에게 큰 목소리로 던진 말이다. 혁신학교 운동이 교육선진국의 학교혁신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시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시작한 심포지엄에는 서울지역 1000여 명의 교직원이 참석해 대회장을 꽉 채웠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원순 변호사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 직원 30여 명이 참석해 세계의 교육 혁신 사례를 경청해 눈길을 끌었다.

안승문 심포지엄 조직위 공동위원장은 "교원들이 자율로 참석토록 했는데도 1000석 규모의 대회장에 임시 의자를 놓을 정도로 큰 성황을 이룬 것은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개회식에서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이명박 교육정책 4년 동안 아이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교사들은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학부모들은 과도한 사교육비 고통 받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자발성에 기초한 혁신학교 운동은 한국 교육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헬레네랑에 교사 "혁신학교는 집단 힘으로 제도화해야"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 교원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 교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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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포지엄은 외국 교원 대표들이 나와 스웨덴, 독일, 프랑스, 핀란드의 학교사례를 발표하는 1부와 한국 교원들이 나와 서울지역 초·중·고 혁신학교 사례를 발표하는 2부로 나누어 진행했다.

1부 첫 발표자로 나선 이는 한스 알레니우스 스웨덴 푸투룸학교 교사였다. 미래라는 뜻을 가진 푸투룸 학교는 유치원부터 중학교과정까지 공부시키는데 이 학교엔 6개의 작은 학교(unit)가 있고 전교생을 12개의 팀으로 묶어 학습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푸투룸 방문자센터 소장이기도 한 그는 '21세기형 미래학교'란 제목의 발표에서 학교 건물 재설계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가 교실 벽을 허물고 새롭게 지은 푸투룸학교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는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우리를 만든다. 환경은 도전정신을 제공한다"고 말해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는 한국 혁신학교 운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새로운 학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비전이다. 비전 없는 행동은 낭비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 고찰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음은 독일 헬레네랑에 학교 알베르트 마이어 교사가 강연했다. 11살부터 16살 학생 600명이 공부하는 공립학교인 헬레네랑에는 만들기·활동·표현하기를 통한 학습을 중시한 결과가 성공을 거둬 세계 교육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학교다.

마이어 교사는 이날 헬레네랑에의 팀별학습 효과와 학생들에 대한 신뢰, 자율성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이 "팀을 이뤄 한명의 담임교사가 6년 동안 같은 팀을 지도한다"면서 "교무실 위치는 교실 옆에 두는 것이 중요하고 교실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을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오픈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믿고 권한과 책임을 줄 때 효과적인 학습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서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계획하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파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혁신을 위해 한국 교사들에게 다음처럼 부탁의 말도 했다.

"팀제 운영과 교실문 항상 개방 등을 듣고 이건 불가능하다고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은 쉽다. 마음에 맞는 교사들과 힘을 합쳐 교장 선생님을 설득하고 그냥 시작하면 된다.(웃음)"

마이어 교사는 또 "혼자 싸우는 것은 성공으로 가기 어렵기 때문에 집단의 노력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사뚜 혼칸라 핀란드 라또까르따노학교 교장은 '헬싱키의 혁신학교 사상'에 대해 설명했다. 라또까르따노학교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유치원서부터 초중학생 연령의 학생 580여 명이 다니는 종합학교다.

그는 "교육이라는 것은 경쟁이 아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교육은 함께 학습하고 함께 배우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과 함께 최우수 성적을 내고 있지만 교원평가, 교원성과금과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장학사 등이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는 "핀란드의 성공요소는 한국과 다르다"고 잘라 말하면서 "교육의 목표는 학업성과 중심이 아니라 학생이 성장해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핀란드에서 학생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세운 계획에 대해 점검하거나 학생이 무언가는 배울 수 있다는 목표와 자신감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서 "학생들의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해서 공부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6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 성과 위주 발표는 한계

이날 1부가 끝난 시간은 계획보다 늦은 오후 6시 30분. 준비위에서 준비한 빵과 쥬스로 저녁을 해결한 참석자들은 오후 7시부터 2부 행사에 참석했다.

2부 행사에는 성열관 경희대 교수가 '서울형 혁신학교의 국제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이용환 상원초 교장, 장인혜 삼각산고 교육연구부장, 윤우현 국사봉중 혁신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성 교수는 "혁신학교 운동은 진보교육감의 이벤트가 아니라 공교육의 핵심 가치를 추구하면서 바다를 가르듯 묵묵히 항해를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방향은 신자유주의 교육에 반대로 가면 된다. 교육민주화의 강을 이 시점에서 건너고 있는 하나의 도도한 배가 바로 혁신학교"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가 모두 끝난 시간은 오후 8시 20분. 전체 참석자 가운데 절반 가량인 500여 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심포지엄 주최 쪽은 진행 시간이 늦어지자 현장 질의응답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지켜본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혁신부장은 "책으로만 보던 외국 학교의 사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도 "유럽에서 온 발표자들이 성과만 얘기하고 실행과정의 어려움과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비슷한 기사를 보냈습니다.



태그:#학교혁신 국제 심포지엄,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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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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