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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나는 가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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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문화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청객을 초대해 신곡의 인기순위를 듣는 음악순위프로그램이 아니고, 탁 트인 공간에 수많은 관중을 불러놓고 진행하는 <열린 음악회>류의 프로그램도 아니며, 초대된 가수가 지나간 자기 히트곡 한두 곡씩 부르고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유희열의 스케치북>류의 프로그램도 아니다.

<나는 가수다>는 한국 가수들의 '왕중왕전'이며, 매주 특정한 녹화일에 벌어지는 가수들의 '코리안시리즈'이다. 녹화장에 온 청중 평가단 500명은 가수들이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해석했느냐는 결과를 본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가수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해석해 그런 결과를 얻었는지를 본다. 가수들은 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들은 다른 가수가 노래 부를 때는 자기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귀 세워 노래를 듣는다.

<나는 가수다>의 얼굴 클로즈업... 독특하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정상급 가수들이 매주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 모습이 핵심이다. 또 여기에 하나의 영상물로서 이 프로그램만이 보여주는 독특한 장면이 있다. 바로 한 가수가 노래 부를 때 이를 보고 듣는 다른 가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이다.

얼굴 클로즈업이 가진 심리적·정서적 효과는 영화 이론가 벨라 발라즈가 이미 지적했다. 화면의 편집으로 심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에트 몽타주 이론가들이 누누이 강조했고, 피사체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이미 바쟁이 그의 리얼리즘 이론에서 얘기했다.  

<나는 가수다> 첫회, 첫 가수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를 부를 때 모니터로 그녀의 노래와 공연을 듣고 보는 가수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해 교차 편집한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여느 음악·예능 프로그램과 전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드디어 경쟁이 시작됐음을 알고 '첫 주자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 함께, 동료 가수의 노래를 듣는 얼굴에는 경악·충격·설렘·반가움·존경 등이 다 드러났다. 경쟁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임에도 그 순간만큼은 가수들 스스로 경쟁을 잊고 동료 가수 공연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그 순간에 집중한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정말 경쟁을 부추기고 피 말리는 현실의 생존경쟁을 그대로 반영했다면 아마 가수들은 동료 가수의 공연을 보고 듣지 않고 자기 노래 연습하는 모습만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염려하는, 여유도 없고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구조 자체는 경쟁이지만 가수들은 여기에 함몰되지 않고, 그 과정 자체에 몰입해 즐겼다. 시청자도 노래와 더불어 가수들의 그런 모습을 즐기게 된다.

개그맨 매니저, 가수와 시청자 이어주는 '윤활유'

<나는 가수다>는 결국 각자 매주 임무를 부여받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각자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조력자인 매니저(대개 개그맨이다)와 협력하거나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건모의 재도전 사태가 워낙 파장이 컸기 때문에 뒤로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거리 중 하나는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매니저의 역할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는 고전적인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과 조력자의 관계이다.

프로그램 속 박정현 매니저 김태현이 말하지 않았던가. 매주 <우리 결혼했어요> 찍는 것 같다고. 그것을 받아서 이소라 매니저 이병진은 나는 매주 <사랑과 전쟁>을 찍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과 안성기가 연기한 가수와 매니저 관계가 떠오르기도 한다. 

만약 그들이 없다고 가정하면 이 프로그램은 정말 가수들의 무한경쟁이 돼버리고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매번 집중하는 가수 7명만을 보게 된다. 그것은 일요일 저녁에 보기에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것이다. 일종의 윤활유. 가수가 집중해서 공연하기 전후에 그들을 보조하면서 시청자와 가수를 이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낫다.

그 역할을 매니저가 해주고 있다. 만약 시청자가 얼굴을 아는 개그맨이 아니라 진짜 그 가수들의 매니저가 그 역할을 해준다면, 가수는 편할지 몰라도 시청자들은 다소 심심해할 것이다. 그리고 아예 출연 가수가 진짜 매니저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개그맨 매니저도 예능을 위해 필요한 장치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네21의 개인 블로그 '사과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는 가수다,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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