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꾸리찌바가 뜨기 시작한 건 이 책 이후였다. 신문, 잡지에 이어 다큐멘터리 다수가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시속 300킬로가 넘는 비행기로도 30시간을 넘게 걸리는 곳에 있는 그곳이 멀기도 했지만, 우리에게는 기껏 축구 잘하는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의외의 면이 더 놀라움과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그동안(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우리가 보고 배울 나라라고는 가까운 일본, 멀지만 영원한 우방인 미국 정도였다. 그곳에서 배우고 돌아온 이들은 지금 한국의 정책을 만들고 조율하는 자리에 있다. 그들이 인생 전성기에 겪은 나라의 감회가 '아직 한참 뒤떨어져 보이는' 한국에서 발현되는 것에만 감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책은 브라질에 대한 정보는 아니다. 도시계획의 표본이라 불리는 브라질리아(100퍼센트 도시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도시다)도 있지만, 그 한편에 세계적 생태도시로 인정받는 꾸리찌바에 관한 내용에 집중한다. 꾸리지바가 어떻게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로 출발해" 무엇이 생태인가?"라는 물음에 해답이 될 만한 정책실현과정과 실재의 경험을 써 내렸다.

 

그 희망의 메시지는 우리가 가지는 역량과 그리 떨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식민지였던 도시가 '아가쉬 계획'에 의해 도로망, △ 교통과 토지이용의 통합을 통해 방사형의 도시성장을 선형으로 바꾸는 것 △ 중심지역의 혼잡을 탈피하고 역사중심지의보존 △ 인구 통제 및 관리 △ 도시개발에 대한 경제적지원 △ 하부구조 개선 등을 원칙으로 삼았다.

 

꾸리찌바의 오늘을 탄생하게 하는 데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1971년 이후 다양한 관점의 시장들이 대부분 건축가, 엔지니어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철저하고 세심하게 계획한 청사진을 차분하게 실천했다는 점에서 급속한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오늘 위정자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을까.

 

가장 유명한 건 도시교통체계다.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견학을 다녀와서 들여온 버스전용차로제도이다. 다만, 철저한 계획에 따라 심장모양의 도시를 급행, 지구간, 지선, 직행노선버스 등의 선형구간으로 핏줄처럼 발전시켜온 통합교통체계의 진화를 보면 우리의 것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원통형의 버스정류장은 디자인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사례로 접해봤을 만한 사례다.

 

"꾸리찌바의 창조적인 일방통행로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도로체계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효율적이다. 시내 모든 교차로의 교통신호는 철저하게 2단계로 운영돼 우리나라의 3~4단계(좌회전까지)에 비하면 교차로 용량이 거의 2배에 가깝고 신호 대기시간은 불과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교통신호는 꾸리찌바 시내 도로 대부분을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교차로 구조를 특수하게 설계해 좌회전을 별도로 처리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왜 이런 교통체계를 생태의 예로 드는 것일까. 생태는 자연을 모방한 것이다. 더불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에너지, 보행자 보호 등의 철학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를 덜 운행하는 대중교통체계의 발달과 효율적 일방통행 때문인 석유에너지 절약, 그리고 보행자들만을 위한 완전한 도보로의 확보 등이다.

 

이외에도 책은 생태와 가장 가까워 보이는 순환형 사회의 모습인 자원재활용과 하천과 공원의 활용 정책, 문화유산의 보존 등을 들고 이를 근본적으로실천할 인재를 키우는 환경교육의 실황을 전한다.(물론 책이 쓰인 당시가 좀 오래된 2001년이라는 점이 걸리기는 한다.) 환경 친화적 공업단지는 도시에 녹아 생태에 위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 시의 주민인 시민의 편에 서 있는 사회복지와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관광개발, 주택정책 등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혁신적이다.

 

주택을 예로 들면 시는 재원을 조달하고 집을 지으려는 이들이 모여 건축행위를 한다. 이러한 정책이 건설사를 통해 공동주택을 짓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불온한 것으로 여겨진다.

 

책을 통해 꾸리찌바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명료하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획단계의 원칙과 관리능력이다. 세심하고 열려 있는 계획과 이에 대한 점진적이고순차적인 실행이 오늘의 생태도시를 탄생시켰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일단 개발의 광풍이 잦아들길 바라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꿈의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지음/ 이후/ 15,000원


꿈의 도시 꾸리찌바 -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 이야기, 2009 개정증보판

박용남 지음, 녹색평론사(2009)


#꾸리찌바#생태도시꾸리찌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