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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겨여왕 김연아가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깝게 2위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겨여왕 김연아가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깝게 2위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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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 선수가 지난달 30일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에서 눈물을 많이도 쏟았다. 눈물을 훔치다가 끝내 얼굴 전체를 두 손으로 가리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했다. 그 눈물이 또 한번의 1등을 놓친 단순한 회한 때문만은 아닌 듯 싶어서 더욱 안타까왔다. 아마도 자신이 펼친 프리스케이팅의 배경음악 '오마주 투 코리아'가 스스로의 감성을 크게 자극했을 것이다.

아리랑 선율 중심의 '오마주 투 코리아'를 만들어 세계 무대에 선 이유는 곡의 이름에서 드러난다. 그의 이번 은반 위 연기는 곡명 그대로 '한국에 바치는 선물'이었다. 배경음악과 춤사위, 그리고 수묵 산수화를 상징한다는 드레스까지 한국의 종합문화가 세계인이 주시하는 빙판 위에 펼쳐진 것이다.

모국의 문화 과시하며 금메달 못따 눈물

김연아의 눈물은 모국의 문화를 과시하면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남다른 흉금이 좌절됐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무대에 선 어린 선수의 마음이 애잔하기까지 해서 요즘 메마른 심정에서도 짠하기만 하다.

지난해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눈물 범벅이 된 북한 축구팀 기둥 정대세의 얼굴이 지금 다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는 브라질과의 경기 시작 전 행사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경기 전에 국가가 나올 때 드디어 이 자리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면서 "이런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브라질과 겨룰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고 눈물의 사유를 밝혔다.

재일교포 3세인 그도 남다른 모국애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왔을 터다. 세계무대에 나서 보니 분단 조국이 생각나는 이 젊은 영웅들의 눈물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마주 투 코리아' 국제심판들 예술점수 최고... 한국 고유문화, 세계 정상에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 투 코리아> 프로그램.
 30일,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오마주 투 코리아> 프로그램.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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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연기는 예술점수와 음악 해석력에서 참가 선수들 중 최고로 나타났다. 아리랑으로 구성한 작품의 예술성을 국제심판들이 세계 정상으로 인정한 셈이다. 한국의 고유 문화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순간이었다. 과연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어느 사상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의 중심을 잃어버린 어설픈 글로벌리제이션 구호를 반성할 만한 계기이기도 했다. 비록 기술점수에서 일본의 안도 미키에 밀리는 것으로 채점돼 은메달이었지만 우리는 '오마주…'만으로도 김연아 선수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작품을 다시 내보일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음 출전 때는 다른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김 선수 자신도 '오마주…'를 한 번으로 그치기엔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다시 한 번 그 작품을 보고 듣고 함께 춤추고 싶어할 것이다. 세계인의 심금을 사로잡은 김연아의 그 아리랑과 춤사위는 어떤 무대에서 다시 펼쳐져야 하는가.

나는 그 무대가 북녘땅에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북녘에 여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남쪽 아이스링크에서 하는 방안도 있다. 남북의 정상이 함께 관람하고 그것을 텔레비전으로 중계 방영하면 양쪽 8천만 민족이 한마음으로 승화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남북의 교류협력과 평화 정신을 재확인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상금 전액 일본 지진피해 어린이 구호에 기부, 북한 '꽃제비'들에게도 주었으면

김 선수는 향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지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적 스타인 그가 분단된 모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분투하는 이미지로 활동한다면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서도 분명 좋은 입지를 차지할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억울하게 낮추어진 가산점을 거기서 얻는다면 보람이 더 클 수 있다.

그는 이번 은메달 상금 2800여만 원 전액을 일본 지진피해를 구호하기 위한 성금으로 유엔 아동보호기금에 기부했다고 한다. 장 마당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뒤지는 북한의 어린이, 이른바 '꽃제비'가 다시 생각난다. 그들에게도 김연아 상금을 나누어 줄 수 없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재홍 기자는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민포럼 정책위원장 겸 대변인입니다.



태그:#김연아, #오마주 투 코리아 , #분단 조국 , #젊은 영웅의 눈물, #세계정상에 선 한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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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주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회의원,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 역임.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저서 :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군부와 권력' '우리시대의 정치와 언론' 외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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