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며칠 전부터 우리집 아이들이 어린이날 놀러 가자고 성화였다. 울산지역도 다른 지역과 같이 어린이날 행사를 한다고 서로 광고전에 열을 올렸다. 울산 시청에선 공업탑 부근에 있는 울산대공원 공터에서 어린이날 큰잔치를 연다고 했고 동구·북구·중구·남구도 각각 어린이날 큰잔치를 한다고 했다. 우리집 아이들과 어디로 갈지 상의해 보니 북구로 가자고 했다. 작년에 동구에서 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갔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동구에 살지만 북구에서 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가보기로 했다.

 

5일 오전 10시경 우리 가족은 나들이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북구청 마당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 89회 어린이날 큰잔치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눈에 보였다. 여기저기 체험 놀이마당 천막도 보였다. 여러가지 체험전을 살펴보니 많이 보아왔던 글귀는 화전만들기와 추억의 뻥튀기가 있었고 대부분 생소한 것이었다. 아이북랜드, 캐릭터, 포토존, 페이스페인팅, 풍성아트, 어린이놀이 바운스, 탱탱볼만들기,다문화전통의상체험, 쿠키만들기, 뮤직스편설, 아카데미 네일아트, 월드비전이 등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었다. 

 

몇년 전만 해도 전통놀이와 전통음식이 많이 소개되었고 체험전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시대 흐름이 많이 변해서인지 어린이날 행사도 많이 변한듯 했다. 거기 모인 가족은 모두 한번씩 체험해 보려거나 기념품을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에 참여하고 표를 3개 받아 가면 친환경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나눠 주기도 했고 준을 서서 차례가 되면 스케치북을 주기도 했다. 어느 곳에선 호신용 우산을 무료로 나눠 준다고 해서 줄을 길게 서있었는데 500개만 준비했다며 줄을 선 많은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흩어 지기도 했었다.

 

친구 가족이랑 두가족이 그곳으로 갔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뛰어 다니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중3 딸과 난 이곳저곳을 다니며 체험전도 보고 기념품도 받고 했다. 북구지역 어린이집 연합 모임에서 주관 했는지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나와 다양한 발표회도 가졌다. 장기자랑에도 어린이집 별로 나와 선보였다. 

 

오후엔 참여마당을 했다. 오엑스 퀴즈도 하고 어린이 디스코 왕도 뽑았다. 사회자는 어른이었고 어린이들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몰려나가 춤추기 경연을 펼쳤다. 사회자 마음에 드는 아이들이 추려 뽑혔고 사회자는 뭔가 색다른 춤을 추는 어린이에게 1등 상을 주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쪽으로 점수가 높게 주어졌다. 그것을 지켜 보면서 어른들이 즐기고 어린이들이 들러리 서있는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참여마당이 끝나고 시작전에 나누어 준 행사 전단지에 붙어있는 행운권 추첨 행사가 있었다. 모두 자잘한 물품들로 되어 있었고 자전거가 그 중 가장 큰 상품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버린 행운권을 주워 모아 기다렸으나 수십장 되는 행운권 중 단 한 개도 걸리지 않았다. 70여 명이 행운권 추첨으로 크고 작은 상품을 받아 갔으나 내겐 그나마도 행운이 돌아오지 않았다. 행운권 추첨이 모두 끝나자 모두 흩어져 어디론가로 발길을 돌렸고 우리도 집으로 향했다.

 

어린이 날 행사. 어른에 의해 진행된다. 참여마당 사회자도 어른이었다. 어디선가 전문 사회자를 불러 온듯 하였다. 어린이날 참여마당 사회자로 지역 어린이가 맡아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중에도 남달리 사회 잘보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또 어린이들을 그렇게 무대에 올려 그동안 연습한거 발표하는 행사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수 있는 참여행사가 더 의미있는게 아닐까?

 

오늘 하루 어린이 날 행사에 참여하면서 어린이들은 들러리 서 있고 어른들이 즐기는 그런 행사 같아서 조금 아쉬운 뒷 맛을 남겼다. 내년엔 어른을 위한 어린이날 행사가 아니라 정말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 행사로 알차게 진행됐으면 하고 바라본다.


태그:#어린이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