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일(현지 시각) 밤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 사람들이 몰려와 환호하고 있다.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일(현지 시각) 밤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 사람들이 몰려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전 세계에서 가장 잡으려고 했던 테러리스트 추적이 마침내 끝났다." (CBS, <이브닝 뉴스(Evening News)>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 무고한 사람 수천 명을 죽였던 자, 미국으로 하여금 침공의 명분으로 두 개의 전쟁을 시작하게 했던 자, 우리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변화를 가져왔던 자, 이 모든 것을 했던 자가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국 특수 부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NBC,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
"오사마 빈 라덴이 강력한 특수부대에 의해 발견되어 쓰러졌다." (ABC, World News)

2일 저녁 6시 30분(현지시각), 미국의 황금시간대 뉴스 프로그램인 CBS <이브닝 뉴스>의 앵커 케이티 쿠릭과 NBC <나이틀리 뉴스>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ABC <월드 뉴스>의 다이앤 소여는 종일 미국 전역을 달구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다룬 '특집' 저녁 뉴스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 미국의 3대 방송사인 ABC, CBS, NBC가 전한 뉴스 포맷은 비슷했다. 세 명의 앵커 모두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방송을 진행했고 이들 앵커 뒤로는 성조기를 든 미국 국민들의 환호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세 방송사가 똑같이 저녁뉴스로 내보낸 뉴스 꼭지다. 

-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을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날 연설
- '제로니모 E-KIA'로 불리는 작전 개시
- 빈 라덴이 살았던 장소와 사살 당시 방 내부 모습
- 9.11 희생자 가족 및 소방관 인터뷰("빈 라덴이 죽었어도 죽은 내 아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 시민들 반응
- 강화된 공공장소의 치안

오바마 대통령은 일요일(현지 시각) 자정 무렵인 11시 35분, 긴급 연설을 통해 빈 라덴이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발표했다. 이곳 TV 화면에는 대통령의 연설이 있기 훨씬 전부터 '뉴스 속보'를 알리는 노란색 자막이 떴고 곧바로 빈 라덴 사살 사실이 보도되었다.

빈 라덴 사망 소식을 보도한 NBC <나이틀리 뉴스>.
 빈 라덴 사망 소식을 보도한 NBC <나이틀리 뉴스>.
ⓒ NBC

관련사진보기


각 방송사 앵커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통령 연설을 기다렸고 연설은 예정 시간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NBC <나이틀리 뉴스>의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연설문 자구 수정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설을 기다리는 동안 각 방송사 TV 화면에는 백악관과 그라운드 제로 주변이 수시로 비쳤다. 늦은 밤이었지만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와 환호했다(관련 기사 : 스스로 키운 '괴물' 죽이고 환호하는 미국).

이뿐만이 아니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뉴욕 메츠 야구경기가 열렸던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Citizens Bank Park)'에서는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들은 4만3000여 관중이 "USA!"를 연호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애국심이 야구 경기를 앞질렀다"고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9회말 1대1 상황에서 빈 라덴 사망 소식이 발표된 것을 두고 '911'과 인연이 있다고 일부 팬들이 해석했다는 것이다.

5월 1일(현지 시각) 자정 무렵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음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미국 시민들이 백악관 앞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5월 1일(현지 시각) 자정 무렵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음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미국 시민들이 백악관 앞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빈 라덴 사살, 초대형 토네이도 비극마저 몰아내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초대형 토네이도가 발생하여 앨라배마를 비롯한 중남부 지역에서 316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1974년 이래 최대 규모라는 이 토네이도로 인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 피해도 엄청났다.

하지만 1일 밤 발표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은 미국의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2일 월요일 아침, 미국의 모든 채널은 '오사마 빈 라덴'이 장악했다.

ABC, CBS, NBC, CNN, FOX 등 주요 채널과 케이블 채널은 간밤에 발생한 비상 상황으로 '특집 방송'이 긴급 편성되었고 오전에 방송된 연예 토크쇼에서도 빈 라덴 사건을 해설하는 전문가가 등장하여 뉴스 해설을 하는 등 고조된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의 신문에서도 빈 라덴 사망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는데 기자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의 작은 도시 해리슨버그의 지역일간지인 <데일리뉴스-레코드(DN-R)>도 5면을 할애하여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

'사망까지 10년'이라는 헤드라인의 이 기사에서 미국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9.11의 배후 인물인 빈 라덴 때문에 분노와 공포를 느꼈지만 이제 그가 사살되어 기뻐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빈 라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라크 전쟁에서 죽은 조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대형 성조기를 들고 나왔다는 주민의 이야기도 실렸다.

또한 이 지역 의원들의 반응도 실렸는데 온통 찬양 일색이었다.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미국은 국제적인 테러 가해자들이 어디로 숨든 반드시 그를 추적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짐 웹, 민주당 상원의원)
"빈 라덴의 죽음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 위협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정의를 가져다주고 국제적인 테러와 싸워온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
"그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는 대단한 만족감을 느꼈다. 정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밥 굿라테, 공화당 하원의원)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는데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정의는 이루어질 거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었다"고 말했다.

빈 라덴 사망 소식을 보도한 <데일리뉴스-레코드(DN-R)>.
 빈 라덴 사망 소식을 보도한 <데일리뉴스-레코드(DN-R)>.
ⓒ <데일리뉴스-레코드>

관련사진보기


미국인 다수 "No.1 공공의 적 사살, 대체로 잘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번 작전 성공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CNN 여론조사는 미국 국민의 2/3가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여론조사에서도 79%가 빈 라덴을 사살한 이번 결정은 잘된 것이라고 말했다(반대 의견은 14%, 모르겠다는 응답은 7%).

기자가 만난 동네 청년 에디도 이번 사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빈 라덴을 마침내 잡은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해친 매우 사악한 인물(evil man)이다. 하지만 그가 죽었다고 해서 테러리스트의 공격 위험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그들은 우리를 해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뉴욕타임스>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테러리스트의 죽음: 전환점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가장 잡고 싶었던 테러리스트 수배자가 죽음으로써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졌는가?"
"그의 죽음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
"이번 사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긍정적? 부정적?"

촘촘한 모눈종이 모양의 화면에는 이번 사건이 '중요하고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찍혔다. 다른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 미국 특수부대, 협력한 파키스탄 병력, 모든 미국인, 테러를 싫어하는 전 세계인, 살인자인 빈 라덴 때문에 수치심을 느꼈던 모든 무슬림에게 축하를!
- 2012년 민주당 대통령 선거 범퍼 스티커! "Obama got Osama(오바마가 오사마를 잡았다)."
- 미국 특수부대 팀 만세. 나는 오바마 팬은 아니지만 이번 연설을 보면 그가 결코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공을 관대하게 그에게 돌린다. 물론 부시에게도.
- 오바마는 부시가 결코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Thank you, Mr. President(고마워요, 대통령)!

<뉴욕타임스> "테러리스트의 죽음: 전환점이 될 것인가?"
 <뉴욕타임스> "테러리스트의 죽음: 전환점이 될 것인가?"
ⓒ <뉴욕타임스>

관련사진보기


"빈 라덴 위해 눈물 흘리지 않지만 정부 조직 주도 암살은 불편" 의견도

하지만 미국의 모든 여론이 빈 라덴을 사살한 행위에 대해 칭찬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누리꾼들도 있다.

- 한 사람의 죽음이 결코 테러리즘의 조류를 바꿔놓을 수는 없다.
- 이번 일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있지만 길거리에까지 나가 한 인간의 죽음을 기뻐하는 일은 결코 미국이 보여줘서는 안 될 모습이다.
- 나는 빈 라덴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 조직이 주도하는 암살 행위에 대해서는 마음이 몹시 편치 못하다.
- 그의 죽음이 결코 우리를 더욱 안전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그리고 죽음이란 결코 축하할 일은 아니다.
- 왜 사람의 죽음을 두고 기뻐하는가. 그렇다고 해서 결코 죽은 자들의 목숨을 돌려놓을 수는 없다. 
- 10년의 세월, 두 개의 전쟁, 들어간 돈만 해도 엄청난 조 단위의 $$$. 그리고 '우리는 그를 붙잡았다'고 외친다. 이런 승리를 또 한 번 하려 한다면 세계 강대국 미국은 완전히 박살이 날 것이다.
- '눈에는 눈'이 세상을 장님으로 만든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명심하라.

FBI는 지명수배된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빈 라덴을 '사망' 처리했다.
 FBI는 지명수배된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빈 라덴을 '사망' 처리했다.
ⓒ FBI

관련사진보기


빈 라덴의 죽음으로 미국은 더 안전해졌을까?

미국인들로부터 '악의 사람'이고 'No.1 공공의 적'으로 일컬어지던 오사마 빈 라덴은 마침내 사라졌다. 미국인들은 거리에 나와 환호했고 성조기를 흔들며 "USA"를 연호하면서 미국의 힘을 자랑스러워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오늘은 미국에 좋은 날"이고 "우리나라는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세상은 더욱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 전문가로 알려진 CNN의 국방 분석가 피터 버겐 역시 CNN과 한 인터뷰에서 "빈 라덴 사살은 '테러와의 전쟁'을 종식시킨 것"이라고 선언했다. 과연 이 세계는, 미국은 그의 죽음으로 더욱 안전해졌을까?

빈 라덴이 살해된 다음 날, 다이앤 소여가 진행하는 ABC의 <월드 뉴스>는 '오늘의 질문(Question of the Day)'을 독자들에게 던졌다.

[질문]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으로 미국이 더욱 안전해졌는가?
[대답] Yes: 세계에서 가장 잡으려고 했던 수배자가 사라졌으니까.  
          No: 단지 미래에 기름을 붓게 될 뿐이다.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던 3일 오전 1시 40분, 9039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58%(5231명)는 "아니오"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로이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빈 라덴의 죽음으로 세계가 더욱 안전해졌다고 믿는 사람은 25%뿐이었고 절반이 넘는 59%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오히려 공항과 기차역, 국회의사당 등의 공공건물에 치안이 강화되어 경찰과 경찰견의 모습도 자주 화면에 비쳤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에서도 청취자들의 의견을 전화로 직접 들었는데, 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복잡한' 또는 '씁쓸하면서 달콤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즉, 이번 작전의 성공이 미국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완벽한 성공이 아닌 불완전한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다. 테러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는.  

한편,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 전문가인 디아 라쉬완은 이번 빈 라덴의 사망과 관련하여 "빈 라덴은 (무슬림에게) 거대한 상징이었는데 그가 최고의 적인 미국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은 굉장한 패배감을 안겨줄 것이며 복수에 대한 열망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금 2700만 달러(미국 정부 2500만 달러, 미국항공운송협회 100만 달러, 미국항공조종사협회 1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미국이 잡으려고 했던 지구상 최고의 지명수배자 빈 라덴. 이제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과연 미국의 발표대로 안전과 평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또 다른 피의 보복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태그:#빈 라덴, #테러, #테러와의 전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