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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일관(初志一貫), 십시일반(十匙一飯)"

 

이 사자성어는 인생의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말일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이 말뜻을 실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지난 21년 동안 전주 일원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전주지대 대원들은 늘 가슴 속에 이 구호를 새겨둔다.

 

"봉사는 마약보다 강합니다. 앞으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그늘진 환경 속에서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진정 아름다운 사회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공동체 의식이 충만한 사회일 것이다. 지역사회 사랑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전주지대' 손대현(44) 제15대 지대장을 지난 4월 30일 인터뷰를 통해 만나 봤다.

 

"봉사도 팔자소관... '저것이 정치하려 꼼수부린다' 눈총 받기도"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제15대 전주지대장을 맡고 있는 손대현 대장  올해로 21년째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제15대 손대현 전주 지대장의 모습. 기자는 4월 30일 오후 전주지대 사무실을 찾아 손 지대장을 인터뷰했다.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제15대 전주지대장을 맡고 있는 손대현 대장 올해로 21년째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제15대 손대현 전주 지대장의 모습. 기자는 4월 30일 오후 전주지대 사무실을 찾아 손 지대장을 인터뷰했다. ⓒ 신영규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는 전국 41개 지역의 심장병 어린이, 노인정, 고아원,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을 찾아가 아픔과 외로움, 불편과 어려움, 그리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랑의 봉사 실천단체다.

 

손대현 지대장이 수십 년간 봉사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그 당시는 집이 가난하여 점심(도시락)을 준비해오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다. 전주 기린초등학교 신용식 담임선생님은 어느 날 점심시간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사자성어를 칠판에 크게 쓰더니 그 뜻을 설명해 주었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이다.

 

선생님의 설명이 있는 날부터 도시락을 준비해온 학생들은 밥 한술씩을 떠서 도시락을 안 싸온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사자성어를 정확하게 실천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손 지대장은 '언젠가는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갖게됐다.

 

"봉사도 팔자소관인가 봐요. 남들은 저를 보고 저것이 정치를 하려고 무슨 꼼수를 부리는지, 아니면 무슨 혜택이 있어서 저러는지, 하는 눈총을 보낼 때도 있어요."

 

손 지대장은 자신의 봉사활동을 두고 때론 주위의 곱지 않는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그의 뜻은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나사 하나가 빠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론 손 지대장의 부인(신영애, 40)도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회원이다. 남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온지 수십 년이 됐다. 부인 신영애씨는 "우리 부부는 선천적으로 남을 위해 봉사 명명을 받고 태어난 것 같다"며 "남편이 하는 일에 큰 보람과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행복이고 기쁨이며, 큰 희망"이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는다.

 

2011년 4월 28일 대전 웨딩홀 교과부 주최 워킹스쿨버스 워크숍에서 동료들과 함께  교과부 주최 워킹스쿨버스 워크숍에서 동료 봉사대원들과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
2011년 4월 28일 대전 웨딩홀 교과부 주최 워킹스쿨버스 워크숍에서 동료들과 함께 교과부 주최 워킹스쿨버스 워크숍에서 동료 봉사대원들과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 ⓒ 신영규

손 지대장이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 생명과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일이다. 심장병 환자에게는 환자 가족에게 전체 수술비용 중 50만 원만 받고 나머지 수술비용 전액은 사회단체 후원을 받는다. 돈이 모자라면 회원들이 김밥을 팔아 이익금을 마련하고 택시기사들이 껌 판돈을 모으기도 한다.

 

"1997년쯤 될 거에요. 뺑소니차에 치어 양부모를 잃고 천애 고아가 된 교통사고 피해자인 소년소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들 학생들을 돕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소년소녀 가장이 지금은 어엿한 30대 중년의 나이가 됐을 겁니다."

 

손 지대장 일행이 올해 계획한 일이 있다. 교통사고 피해가정과 실버가족을 위해 인기가수 남진, 현숙 등을 초청해 10월 중에 위문공연을 여는 일이다.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심장병 어린이 수술, 무연고 장례식 봉사 활동

 

 4월12일 전주 신성여객 버스 회사 강당에서 교통안전공단 주최 시민페트롤 및 로드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한 손대현 전주 지대장과 전주 팔복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는 두 분의 어르신.
4월12일 전주 신성여객 버스 회사 강당에서 교통안전공단 주최 시민페트롤 및 로드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한 손대현 전주 지대장과 전주 팔복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는 두 분의 어르신. ⓒ 신영규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전주지대는 1987년 9월 10일 전주 지역에서 제일 먼저 인가를 받은 단체다. 같은 해 10월 17일 발대식을 가진 후 "자랑 없이, 꾸밈없이, 바람 없이, 차별 없이"란 생각으로 오로지 실천하는 봉사자로서 묵묵히 외길만을 걸어왔다.

 

전주지대 전체 회원은 500여 명이다. 이중 적극적인 봉사자는 100여 명 안팎. 이들의 주 임무는 선천성 심장병어린이 수술과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르는 일. 전주지대 창립 후 지금까지 회원들의 봉사 실적은 심장병 수술자 47명, 무연고 장례식 4명과 함께 무연고자 '합동제사'를 지내줬다. 장례방법도 천주교, 불교, 기독교식과 함께 전통방식으로 치른다.

 

또 불우시설(고아원, 정심원, 양노원)을 방문하여 식사대접을 하고 위문공연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줬다. 뿐만 아니라 노인 교통안전을 위한 실버마크 보급사업과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워킹스쿨버스' 운영을 하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행하기 힘든 몇 가지가 있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억지로 꾸밈없이 살며, 남에게 바라는 것 없이 나와 조금 다르다 할지라도 차별하지 않는' 삶이다. 달리 말하면 요즘 세상살이가 작은 일도 부풀려 자랑하고,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겉으로만 치장하며, 무슨 일을 하든지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고, 흑백논리에 기초하는 차별하는 삶에 찌들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봉사자들과 손 지대장 부부의 봉사정신이야 말로 100년 가뭄에 한 줄기 소낙비요, 칠흑 같은 어둠속에 희망의 등불인 듯 하다다. 이 같은 봉사자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아름답고 삶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워킹스쿨버스(하굣길 교통안전활동) 운행   전주 아중리에서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회원이 푯말을 들고 아중초등학교 학생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있는 모습
워킹스쿨버스(하굣길 교통안전활동) 운행 전주 아중리에서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회원이 푯말을 들고 아중초등학교 학생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있는 모습 ⓒ 신영규

#손대현 전주 지대장#봉사의 왕 손대현#봉사는 기쁨이다#전주 지대 손대현 대장#교통봉사대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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