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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화순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 홍이식(53) 후보가 당선됐다. 홍이식 후보가 군수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치러진 화순제2선거구 전남도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구복규 후보가 당선됐다.

 

화순군민들은 민주당 홍이식 후보를 선택, 군수직을 둘러싸고 6년여에 걸친 '부부군수' 대 '형제군수'의 싸움을 끝내고 이들의 시대를 종식시키겠다는 열망을 보여줬다. 재선거에서 60%를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이 같은 열망의 표현이라는 평가다.

 

화순에서 부부군수 형제군수 집안 간의 싸움은 이번 재선거에서 패한 임호경 전 군수의 부인 이영남 전 군수와 전형준 전 군수가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맞붙으면서 시작됐다. 이영남 전 군수의 재선을 막고 당선된 전형준 전 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이 선거자금에 대한 출처를 추적하자 군수직을 사임했고, 이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동생인 전완준 전 군수가 당선됐다.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완준 전 군수가 임호경 전 군수를 누르고 승리,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완준 전 군수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군수직을 잃으면서 이번 재선거가 이뤄졌다.

 

각 언론에서는 홍이식 군수의 당선으로 화순에서 부부군수 형제군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부부군수 형제군수의 시대를 끊고자 하는 군민들의 열망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임호경 전 군수의 경우 이번 선거를 끝으로 군수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형제군수의 경우 이번 선거과정에서 홍이식 후보를 물심양면 지원하면서 홍이식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홍이식 후보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당선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물심양면 지원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전씨 일가가 홍이식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며 추켜세웠다. 때문에 당선의 일등공신에게서 벗어나 얼마나 자유롭게 소신껏 군정을 펼칠 수 있을지 우려될 수밖에 없는 것.

 

당초 이번 선거는 전형준 전 군수와 임호경 전 군수가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부부군수 집안과 형제군수 집안 간의 3번째 맞대결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전형준 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후 출마를 포기, 표면적인 맞대결은 피했다.

 

그러나 전형준 전 군수 측이 임호경 전 군수에 비해 조직력이나 자금 동원력이 약한 홍이식 후보를 물심양면 지원하면서 사실상 두 집안의 맞대결 양상을 띠게 됐고, 민주당과 힘을 합한 형제군수 집안의 지원을 받은 홍이식 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형제군수는 측근이 개입된 군청직원 채용관련 수억 원의 인사비리,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각종 보조금 횡령 등의 사건이 재임기간에 일어나면서 부패비리정치의 상징이라는 호된 비난을 받고 있다. 홍이식 군수가 "중심을 잡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 홍이식 군수는 전씨 일가는 자신의 당선을 위해 활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취임식을 마친 후 화순군의회 의원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서다.

 

이날 홍이식 군수는 "선거과정에서 '홍이식은 전 전 군수의 대리인'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나는 '홍이식'이지 '전이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들(형제군수 일가)은 어떤 이해관계 때문에 그(임호경)가 군수가 되면 안 된다는 나름의 입장에서 홍이식을 돕겠다고 한 것이고, 표를 얻는 입장에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그들의 지지를 수용하고 활용한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계속된 고소고발 사건도 홍이식 군수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선거는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권력앵벌이', '전임군수 꼭두각시', '양질호피' 등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유세장에서 최인기 국회의원은 임호경 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재판이 무죄로 종결됐는데도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한 데다 홍이식 군수 측은 "임호경 후보 측이 선거사무소에 난입해 소란을 피웠다"라고 했다. 이 사건은 허위사실유포 여부를 가리기 위해 선관위가 검찰에 이첩했다.

 

각종 선심성 공약을 지키기 위한 재원 마련도 홍이식 당선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유권자들의 주머니와 직결된 선심성 공약들이 남발됐다.

 

홍이식 군수의 공약 중 무주택 임대아파트와 단독주택 보증금 2천만 원에 대한 이자지원(연 40억 원)을 비롯해 현재 95만 원(정규직)과 70만 원(무기직)인 공무원 복지수당 2배 인상(연 8억 원), 노인 1인당 매월 5장씩 1장당 5천 원의 행복쿠폰 지급(연 42억 원)과 물리치료 의료쿠폰 지급, 셋째 자녀에 1200만 원까지 출산장려금 확대 지원, 다문화가정 생계비 지원, 외지 진학 화순 출신 고교생 수업료 지원 공약 등은 대부분 군비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홍이식 군수는 28일 오전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 적벽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취임식에는 화순군의회 조유송 의장과 의원, 홍이식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와 지지자, 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태그:#화순, #홍이식, #전형준, #형제군수, #임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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