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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놀이> 겉표지
<악마의 놀이>겉표지 ⓒ 문학수첩
범죄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탐정이나 형사들은 대부분 개성이 강하다. 조용하면서 사색적인 탐정이 있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다혈질 형사도 있다.

항상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탐정도, 냉소적이고 잘난척하는 탐정도 있다. 알코올 중독에 가까울 만큼 술을 좋아하는 형사도 있다.

성격과 스타일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건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주위에서 비난을 퍼붓더라도 자기만의 수사방식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 잔인하고 지능적인 범죄자들이 판을 치는 범죄의 세계에서 명수사관으로 이름을 얻으려면 개성과 자신감은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FBI 수사관 팬더개스트의 정체를 밝혀라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가 함께 만들어낸 '팬더개스트 시리즈'의 주인공인 팬더개스트도 개성이 강한 수사관이다. FBI 특별수사관 신분증을 들고 다니는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팬더개스트입니다"라고만 말한다. 그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름만큼이나 외모도 독특하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항상 검은 정장을 입고 다닌다. 피부는 거의 투명할 정도로 하얗고 유난히 손가락이 길고 가늘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장의사 아니면 살인청부업자일 거라고 생각한다. <악마의 놀이>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팬더개스트가 자신에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죽음이 나를 찾아오는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는 항상 조용하다. 차분하고 침착한 말투로 인사하면서 친절하게 여성의 손을 잡는다. 그럼 여자들은 대부분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팬더개스트에게 실제로 매력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그냥 호기심에 이끌리는 건지는 모른다.

서로 가까워지더라도 팬더개스트는 좀처럼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미국 뉴올리언스 출신이라고만 밝힐 뿐, 그 이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많은 사람은 팬더개스트에 대해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팬더개스트는 등장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 정식으로 수사를 명령받고 현장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불쑥 나타난다. 상관의 지시를 받았는지도 알 수 없고 파트너도 없다. 이쯤 되면 팬더개스트가 정말로 FBI 소속인지도 의심스럽다. 작가들은 괴상한 수사관 한 명을 창조해낸 것이다.

광기 어린 연쇄살인의 진실 드러날까?

<악마의 놀이>의 무대는 캔자스 주 남서부의 작은 마을이다. 옥수수밭이 넓게 펼쳐진 이 마을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의 보안관이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팬더개스트가 버스를 타고 이 마을에 나타난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수사를 진행한다.

마을의 보안관은 난데없이 나타난 이방인이 눈에 거슬리지만 그래도 FBI 아닌가. 살인사건 수사경험이 없는 보안관에게는 어찌 보면 지원군이 나타난 셈이다. 보안관과 팬더개스트는 서로 경계하면서도 함께 수사한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터진다.

같은 인물이 계속 등장하는 시리즈물의 매력은 바로 그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악마의 놀이>도 마찬가지다. 기괴한 연쇄살인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이 팬더개스트의 말과 행동이다.

팬더개스트는 언제 어디서든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조용하고 침착하지만 필요하다면 완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광기 서린 연쇄살인과 그에 맞서는 팬더개스트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는 것. 그것이 '팬더개스트 시리즈'의 매력이다.

덧붙이는 글 | <악마의 놀이> 더글러스 프레스턴, 링컨 차일드 지음 / 신윤경 옮김. 문학수첩 펴냄



악마의 놀이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문학수첩(2011)


#악마의 놀이#팬더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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