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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재보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6일 동해안 지역 집중공략에 나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강릉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화이팅" 외치는 강원도지사 후보들 4.27재보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6일 동해안 지역 집중공략에 나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강릉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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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는 SBS에서 보도하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보도한 것처럼 허위로 약 22만 건의 대량 문자를 보냈다. 이는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무효가 가능한 막중한 범죄이다. 이 사실을 시인한 최 후보는 즉시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이다.

4·27 재보선 D-1. 선거 막판 불거진 불법 선거운동으로 정국은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언론은 후보간 '맞고발'로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상호비방, 흑색선전, 고발 난타전 등 똑같은 잣대로 모든 선거 국면을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2일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의 '불법 콜센터' 사건과 최문순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의 '허위 문자메시지 발송' 사건이 거의 동시에 알려지면서 상당수 언론은 양측의 불법 부정 선거운동 문제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이 유권자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게 아니냐, 불법 콜센터와 허위 문자메시지 사건은 똑같은 수준으로 비교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현저히 다르게 다뤄져야 할 사안임에도 언론이 비슷한 무게로 다루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도 선관위 관계자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법률가 출신인 이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최문순 후보 측의 '허위 문자메시지' 사건에 대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의 경우엔 자신이 당선될 목적으로 했느냐, 상대방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상대방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 비방을 했다면 중하게 처벌 받지만, 문제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비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불법 콜센터 사건이 훨씬 큰 문제"라며 "이 건은 선거사무소도 따로 차렸고, 무엇보다 돈이 관계되는 사건이라서 법정에서 크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후보 연관성까지 드러나면 가차 없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언론이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는 이 사건을 왜 이들은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일까.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최문순 후보 측의 '허위 문자메시지' 사건은 지난 18일 춘천시 선관위가 불법 사실을 인지한 것과 거의 동시에 엄기영 후보 측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20일에는 '문자메시지 발송' 사건과 관련해 최문순 후보 측 담당자를 조사했고 현재는 사건을 검찰로 이첩한 상태다. 엄기영 후보 측도 같은 날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 후보 측이 '불법 콜센터'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25일 엄 후보 측도 이 사건을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나흘 간 언급 않다가 '불법 콜센터' 터진 뒤 연일 비판

최문순 후보 측은 이번 허위 문자메시지 발송사건을 "담당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1% 포인트 박빙' 내용에 이미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하고 있다. 또 메시지의 원천이 된 SBS 보도 내용이 지난 15일에 작성됐고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18일까지 3일간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는 점에서 고의성도 의심해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사건 초기에는 이 사건을 큰 사건으로 여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후보 선대위가 선관위에 제보를 한 시점인 18일부터 21일까지 엄 후보 선대위나 한나라당 중앙당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서면 브리핑이나 논평도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30여명의 여성들이 강릉의 한 펜션에서 전화로 엄기영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현장이 선관위에 적발, 22일 오후 <오마이뉴스> 첫 보도를 시작으로 각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한나라당과 엄 후보 측은 "엄기영 후보는 관련 없다"는 해명을 냈다. 이와 동시에 최문순 후보 측의 '허위 문자메시지'에 대한 브리핑과 논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상당수 언론들도 두 사안을 비슷한 비중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과 엄 후보 측이 언론의 '기계적 중립성'에 기대 '불법 콜센터' 사건의 여파를 줄이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엄기영 말대로 '허위 문자로 최문순 당선무효' 가능?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이불로 온몸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이불로 온몸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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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문자메시지' 발송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한나라당은 '최문순 후보의 당선무효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엄기영 후보도 25일 TV토론에서 "이건 (허위 문자메시지 발송)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본다. 이와 같은 문자 발송을 하기 위해선 후보 선거 캠프 책임자가 사전에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허위사실 유포가 확인되면 회계 책임자 뿐 아니라 최 후보도 유죄를 받을 수 있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최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실제로 '허위 문자메시지' 사건이 최 후보 본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선거법상 본인의 행위와 관련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 범위는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인데, 이번 사건에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기부행위와 매수행위에 후보의 연관성이 있어야 연대책임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제의 문자메시지는 예비후보 기간을 포함해 5번으로 제한된 선거법의 테두리 안에서 발송됐기 때문에, 그 내용의 허위 여부를 떠나 문자메시지 비용 때문에 최 후보 측 회계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또 '최문순 후보 측이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불법선거 진상조사단의 일원인 이범래 의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자 발송을 지시했던 최문순 후보 전략기획팀장이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신변을 빨리 확보해서 수사를 할 것으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도 춘천선관위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최문순 후보 전략기획팀장'이라고 부르는 오아무개씨는 지난 20일 '허위 문자메시지' 사건에 대해 선관위 조사를 이미 받았다. 이후 오씨는 계속 선거사무소에 출근 중이며, 선거일인 27일 이후 검찰 조사를 받기로 한 상태다. 이범래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략기획팀장이 잠적했다'고 발언한 근거에 대해 "엄기영 후보 측에서 '23일 TV토론회 현장에 오○○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라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막판 선거전 혼탁' 류의 제목을 달아 양비론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공직 선거에 대한 언론의 검증 책임에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그:#4.27 재보선, #허위 문자, #침소봉대, #엄기영,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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