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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와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마지막 TV토론에서 또 한번 '강릉 펜션 불법 전화 선거운동' 사건을 두고 충돌했다.

 

25일 밤 강원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해 강원도내 공중파로 방송된 TV토론회에서 '강릉 펜션 불법 전화 선거운동' 사건을 먼저 언급한 것은 엄 후보였다. 엄 후보는 최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과 언론이 '강릉 펜션 불법 전화 선거운동'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지장을 주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펜션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서명운동 명부가 발견돼, 서명운동 자료가 엄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에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엄 후보는 최 후보를 향해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활동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해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엄 후보는 "최 후보가 지난 토론회에서 전화 홍보 현장에서 올림픽 서명 명부가 있었다고 사진까지 제시했는데, 현장에 있었던 것은 명부가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렇다면 명백한 흑색선전인데, 서명 명부를 직접 봤느냐"고 최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최 후보는 "선관위에서 확보한 것은 서명된 용지가 아니라 서명 용지이고, 당에서 현장에서 확보한 것은 사람들 이름이 들어있는 명부다. 필요하다면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최문순 "돈받은 사람이 없다고?" - 엄기영 "진술이 일관되지 못해"

 

엄 후보는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현재 개최도시 세 군데의 현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공세로 평창과 강릉은 물론, 강원도의 평창 동계 올림픽 세 번째 도전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강릉 펜션 사건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문제이지, 적발하고 보도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것을 보도하고 적발함으로써 동계 올림픽 유치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민 협박이고 기초적인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엄 후보는 "후보자는 절대로 이 사건에 관여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민주당이 심각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또다시 불법 전화 선거운동에 대해 "전혀 저와는 관계가 없고, 너무 논란이 돼 알아보니, (펜션) 현장에 있던 두 사람이 저를 아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최 후보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강원도지사가 되겠는가 생각했다고 한다. 그 분들이 아줌마들을 불러서 전화 홍보를 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최 후보가 "그 분들이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기자들이 (최문순 후보의 천안함에 대한 생각에 반대해) 그런 자리에 갔느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하루에) 5만 원씩 돈을 벌러 갔다고 대답했다"고 지적했지만 엄 후보는 "돈 받기로 약속하고 갔다는 사람이 있다고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 후보는 다시 "온 국민 앞에서 허위사실을 말씀하고 있는 것에 실망했다"며 재차 불법 선거운동 일당 지급 여부를 캐물었다.

 

'돈 받은 사람이 없다고 들었다'고 버티던 엄 후보는 "(불법 선거운동에 동원된 이들이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진술한 것은 아니었다. 진술이 엇갈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문제는 경찰이 엄중하게 수사하니 수사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고 한발 물러섰다.

 

"체포영장 최○○이 서명운동 도왔지만, 선대위에선 별로 못 봐"

 

최 후보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권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를 지휘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아무개씨를 언급하면서 엄 후보에게 "잘 아시죠"라고 물었다. 엄 후보는 "최모씨는 누군가"라고 반응했다.

 

최 후보가 다시 "민단협(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의 조직특보를 모르느냐"고 물었다. 엄 후보는 민단협의 회장이기도 하다. 엄 후보는 "(평창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 할 때 최○○씨가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처장을 했다"고 답했다.

 

최 후보가 "아시는군요"라고 물었지만 엄 후보는 "서명운동 받을 때 동사모에서 활발히 도움을 줬다"고만 답했다. 최 후보가 체포영장 발부 사실에 대해 아는지 묻자 엄 후보는 "전 (이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뉴스를 챙겨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엄 후보는 "100만인 서명운동할 때 적극적으로 도왔던 사람이지만, (강원도지사) 공식 선대위에는 관련이 없고, 선대위가 발족하면서는 그 분을 별로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릉 펜션 불법 전화 선거운동'에 대한 최 후보의 질문이 이어지자, 엄 후보는 "제가 모르는 일인데, 이번 사건은 잘 모르는데, 자꾸 저하고 연관시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사건 적발 당시 펜션에서 자신의 명함이 다량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엄 후보는 "그 분들이 어떻게 그 명함을 가졌는지 자체를 모르겠다"며 "동사모와 같이 100만인 서명운동할 때 명함을 충분히 많이 만들어서 서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릉 펜션' 공세가 계속되자 엄 후보는 토론 사회자에게 "정책토론회로 운영돼야 한다고 사회자에게 말씀드린다. 한가지 사건으로 약세를 뒤집으려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문순 "허위문자는 실수" - 엄기영 "불법 전화보다 엄중한 행위"

 

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 후보는 최 후보에게 '22만명 허위 문자메시지' 사건으로 역공을 폈다. 엄 후보는 "사법 당국에 확인해 보니 (허위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는 최 후보의 최측근 오모씨로, 선대위 전략기획팀장이 주도해 문자를 발송한 혐의이고, 민주당 선대위 간부가 관련돼 있다고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이어 "이와 같은 문자발송을 위해선 후보 선거 캠프 책임자가 사전에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허위사실 유포가 확인되면 회계책임자뿐 아니라 최 후보도 유죄를 받을 수 있다.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최 후보는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데 허위 문자를 보낸 것은 최 후보가 사퇴해야 할 사안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최 후보는 "참 물타기 하기 위해 애쓰신다"며 "문자를 보내는 것 자체는 2만명이든 22만명이든 합법이고 엄기영 후보측에서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이 문제는 문자 내용의 사실성이었고, 실무자의 실수였다. 문자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었는데 그 내용의 (출처) 명의를 'SBS 8시 뉴스'로 착각했다"며 "('8시뉴스'에는 안나갔지만) SBS 홈페이지에 아직 그 기사가 떠 있다. (SBS의) 트위터에도 그런 내용이 떠 있어서 실무자의 실수로 그렇게 나갔다"고 답했다.

 

이에 엄 후보는 다시 "이게 (기사가 나간 게) 4월 15일인데 18일에 허위문자가 나갔다"며 "사흘이면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인데, 어떻게 실무자의 실수냐"고 물었다.

 

엄 후보는 또 "최 후보는 이 문자가 선관위의 지도를 받아서 나간 것이라는데, 당시 선관위에선 'SBS 8시 뉴스에 나간 것이냐'고 당연히 물어봤고, 당시 민주당 선대위에 계신 분이 말씀하길 '분명히 나갔다'고 답했다"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건 사건보다 합법을 기망해 불법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행위는 더 엄중한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KOICA 영월 유치, 접촉도 않고?" - 엄 "비선이 있다"

 

그간 양측 후보 간 TV 토론회가 수차례 진행된 탓인지, 이날 토론회에선 그 전의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의 진위를 따지는 일도 있었다. 

 

최 후보는 지난 18일 KBS, 강원일보 공동주최로 열린 TV토론회에서 엄 후보가 영월군에 국제협력단(KOICA) 연수원 유치를 자신이 해낸 것처럼 말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최 후보는 KOICA가 김동철 민주당 의원에게 공식 답변한 내용을 인용해 "'훈련시설 건립 추진은 보궐선거 실시 확정 이전인 2008년부터 추진한 사안으로, 보궐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국제협력단은 엄기영 후보측과도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접촉도 하지 않고 유치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엄 후보는 "다른 '비선'이라고 있다. 삼성 유치건과 마찬가지다. 공식 조직과 얘기해서 되겠느냐"며 "영월이 (KOICA 연수원을) 다른 곳에 뺏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걸 다시 강원도로 끌어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최 후보는 "그런 위기에 있지 않았다. 실무자들이 오래 전화 결정한 일이고, KOICA는 외교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어디로 유치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지난 18일 TV토론에서 엄 후보는 정확히 "영월에 있는 KOICA 한국교류협력단 유치문제도 다른 데로 가려다가 그걸 겨우 애써서 강원도로 돌려놓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제 얼굴을 많이 본다는 것을, 제가 부끄럽지만 말씀드린다. 다른 기업들도 강원도로 몰려올 것을 대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태그:#엄기영,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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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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