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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를 내려오다 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다. 계단과 마주하는 길가의 끝, 화단 위에 조금 높게 서 있는 한 사람이 내려오는 이들을 마주보고 있기 때문. 그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건대입구 <빅이슈> 판매원(아래 빅판)이다.

"로버트 패틴슨을 집에 데려가세요."
"10개국 14개 도시에서 함께하고 있는 <빅이슈>입니다."
"역시 젊은 친구들이 좋네요. 큰 소리로 힘껏 외치고."

15일 하루 동안 <빅이슈> 판매도우미(아래 빅돔)를 자청한 기자.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여대생 한 명이 "저기요~" 하고 부르더니 <빅이슈>를 한 부 사 갔다. 12시부터 시작해 이미 3부를 팔았다는 빅판의 말에 시작부터 좋은 느낌이 왔다. 어느새 빅판과 빅돔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을 가득 메웠다.

빅판과 빅돔이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빅판과 빅돔이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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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판이 건대입구역 앞에 자리를 잡게 된 지는 한 달 정도. <빅이슈> 판매는 2월 말부터 시작했지만, 이전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덕성여대 앞)에 있었다고 했다.

"3월 중순까지 보름 정도 수유역에서 판매를 했는데, 하루에 1~2권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죠. 생각만큼 별로 잘 팔리지 않아서 건대입구로 옮겨오게 됐어요. 이제 한 달 정도 됐으니까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 얼굴을 서서히 익히고 있는 단계죠."

그가 <빅이슈>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즈음이었다.

"그날 굉장히 추웠던 걸로 기억해요. 한창 노숙 생활을 하던 때였는데 청량리에 밥을 주는 데가 있어서 한 끼 먹으러 갔었죠. 그때 <빅이슈>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유인물을 보고서 '저거 한번 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딱 들었죠. 설명을 들으니 취지가 참 좋더라고. 그래서 사무실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아, 글쎄 나중에 주머니를 뒤지니까 쪽지가 없는 거예요. 어디에서 잃어 버렸는지 기억도 안 나고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 청량리에 몇 번이고 다시 가기도 했는데, 계속 어긋나는 것 같더라고요."

시간이 꽤 흘러 2월의 어느 날, 그는 드디어 <빅이슈> 직원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고, 냉큼 약속을 먼저 잡았다. 이후 사무실에 찾아갔고 면담을 통해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

"많은 노숙인들이 있지만, 이런 <빅이슈> 활동에 대해 탐탁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고, 흉보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호감을 갖는 사람도 있고 다양해요. 난 노숙인의 자립이라는 취지에 공감이 갔죠.

내 경우엔, 사업을 이거저거 하다가 실패를 했는데,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니까 집에 못 들어가서 노숙을 하게 된 거거든요. 그간에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사실 알다시피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뭘 시작하기엔 힘든 상태였죠. 그런데 <빅이슈>는 그런 제약이 없으니까 정말 좋아요."

스치는 인사, 행인의 마음을 두드리다

횡단보도의 녹색 불이 켜지고,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다가왔다. 손 한 가득 동전을 쥐고서, "동전으로 계산해도 되죠?"라면서 동전을 빠르게 셌다. 동전이 너무 많아서 주머니를 비워야 한다며, 짤랑거리는 동전으로 3천 원을 건네고 순식간에 <빅이슈> 한 부를 들고 사라졌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다 한 부씩 사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생각해요. 하지만 망상이지 뭐,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사주겠어요?(웃음) 아직 <빅이슈>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주로 뜻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 주는데, 그래도 내 목소리를 듣고 한 번씩 돌아봐주고 사 가면 그런 게 참 좋더라고요."

또 다시 녹색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모습에 그는 자연스레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지나치며 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언젠가는 독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사가는 편이죠. 10명에 1~2명 정도가 나이 드신 분들이고. 이왕 시작했으니까 장사는 잘 되고 봐야죠.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나이 드신 분들까지도 많이 사게 되면 좋겠어요. 허허허."

빅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산복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빅이슈>를 한 부 달란다. 이내 빅판에게 배낭에 넣어달라며 휙 뒤로 돌아 가방을 쑥 내밀었다. "오늘은 나이 든 분들이 꽤 사 간다"며 어느새 빅판의 입꼬리가 슬며시 위로 올라갔다.

한 권 한 권 손수 미소로 건네는 빅판.
 한 권 한 권 손수 미소로 건네는 빅판.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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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를 하는 중간 중간, 빅판은 화단 아래에 걸어놓은 이전 판 표지 그림들이 비뚤어지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그러더니 "아, 맞다. 어제 독자 한 분이 이거, 엠마 왓슨이 나온 판을 구입하겠다고 주문하고 갔어요"라고 말했다. 때마침 신기하게도 그 판을 주문한 사람이 나타났다.

"엠마 왓슨을 너무 좋아해서 구입했죠. 여태까지 <빅이슈>는 4부 정도 사 본 것 같아요. 처음에 인터넷에서 접하게 됐는데, 커피 한 잔 덜 마시면 충분히 살 수 있어서 한 잔 양보하고 <빅이슈>를 택했죠. 잡지 내용도 재밌게 잘 보고 있는데, 조금 얇아서 양이 아쉬워요"라고 말하는 대학원생 김가람(26)씨.

빅판은 이런 게 하나씩 쌓아가는 자신만의 '노하우'라고 슬쩍 귀띔해줬다.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 지난 호 브로마이드를 준비해놓고 따로 주문받아서 다음 날 갖다 준다는 것이다. 빅판은 장난스럽게 "나름 노하우라서 공개되면 안 되는데…"라면서도 쉬쉬하지는 않았다.

"음, 주문판매라고 해야 하나? 독자들이 원하는 이전 호가 있을 수 있으니까 주문을 받는 거죠. 내일 틀림없이 갖다 놓겠다고 한 건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건 분명 독자와 나와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니까요."

그는 잡지를 건넬 때도 독자들이 보는 방향으로 건네야 한다며 빅돔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빅판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독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기 위해 작은 것 하나부터 신경 쓰고 있다.

"이렇게 깨끗한데... 노숙인 맞아요?"

빅판을 하면서부터 그의 아침은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아, 일 나가야지. 장사해야지'란다. 저녁에도 잠을 청하기 전에, '이제 자고 일어나면 일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잠이 든다고 했다.

"노숙할 때는 서울역 같은 곳에서 추위에 쫓기며 쪽잠을 자고, 아침 첫차로 오이도나 도봉산을 갔다 오면 밥이나 찾아먹으러 가고,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죠. 별 의미가 없었지. 하지만 이제는 근로의욕이랄까, 일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판매를 시작하면서 고시원에 들어갔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죠. 수익으로 고시원비를 내고, 반찬을 사 먹고, 저축까지 하면서 내 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빅판 일이 늘 웃을 수 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스치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상처가 되어 돌아온 적도 있다.

"빅판을 시작하고, 며칠 간격으로 두 분이 제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깨끗하게 하고 있는데 노숙인이 맞느냐'고요. 그걸 듣고, '깔끔하게 하고 있는 것도 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숙인이니까 지저분하게만 하고 있어야 하나요? 장사를 하려면 당연히 깔끔해야지 않겠어요?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어야 되냐고 상대방에게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가더군요."

"이렇게 깨끗하신데…노숙인 맞아요?"
 "이렇게 깨끗하신데…노숙인 맞아요?"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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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힘줘 말했다. "누구나 다 노숙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다 노숙인을 탈피할 수 있다"고.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다 인격체라는 거예요. 내가 언제부터 노숙인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떳떳한 한 사람이었다는 거죠. 사업에 실패하면 누구라도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저는 지금 자활을 위해 200원이든, 2000원이든 스스로 떳떳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니 당당합니다."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에게서 힘을 많이 얻는다고 했다. 마침 한 여자분이 <빅이슈>를 사가면서, "춥지 않으세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파세요?"라며 질문을 건넸다. 빅판에게 "많이 파세요"라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 가는데, 그는 "이런 한마디가 참 마음을 찡하게 해요. 걱정해주는 말 한마디가 보이지 않게 힘을 줘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루는 커피를 한 잔 사다 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 그 커피가 어떤 그 무엇보다도 참 달더라고요. 나를 생각하고 사다 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기억에 참 많이 남는 사람이죠."

노숙인과 사회의 연결고리, <빅이슈>

오후 4시 즈음, 봄답지 않게 찬바람이 거세졌다. 빅돔들은 슬슬 허리가 아프다고 하며 추위에 덜덜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빅판은 날씨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판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길 한쪽으로 나와 잠시 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사무실 직원들은 휴머니스트'라며 특히 많은 힘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돼도 직원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대우해줄 때, '아, 내가 인간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돼요. 희망을 많이 주고, 용기를 갖게 한달까. 사무실에서 만나는 빅판들끼리 헤어질 때 '건투하십쇼'라고 건네는 한마디도 꽤 의지가 되죠."

6개월 이상 빅판으로 근무하고, <빅이슈> 사무실에 100만 원 이상을 저축하면 임대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꼭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주어진 환경에 맞게 살면서 차근히 성실하게 생활하는 거죠. 그래도 6개월 후면 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사무실에서 다른 직업을 알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비전이 있어요. 제가 무일푼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빅판을 발판으로 다른 진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있어요."

사무실에서 지원해주는 복지혜택도 참 좋다고 그는 말했다.

"여러 군데서 후원을 받는 것 같은데, 작년부터 몸이 아픈 사람들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이 치료도 받게 하더라고요. 나도 18일에 이 치료를 받으러 가요. 교통사고로 이가 빠져서 틀니를 했는데, 이번에 병원 후원을 받아서 염가로 치료하게 됐죠."

그밖에도 사무실을 통해 여러 가지 배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홈리스 축구대회가 있어서 빅판들이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며, 올해 프랑스 파리로 월드컵대회에 나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에는 몇몇 빅판들이 발레를 배우게 되면서 나중에 공연한다는 말도 있더라고 전했다.

그는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여가활동에 참여하는 건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아직 호구지책으로 먹고 살기가 바쁘죠. 하지만 관심이 있고,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 동참하고 싶어요. 다른 빅판들이랑 친해지고 유대관계도 맺고 싶거든요."   

누구나 다 노숙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다 노숙인을 탈피할 수 있다.
 누구나 다 노숙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다 노숙인을 탈피할 수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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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판, 내일은 '더 맑음'

올해 1월에 지나가다가 우연히 <빅이슈>를 사게 됐다는 최자영(23)씨. <빅이슈>를 읽으면서 '이거 사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잡지를 만드는 '재능기부'란 말이 유독 예뻐 보인다며 4개월째 저절로 사게 됐다고 말했다. 만 원짜리를 꺼내들고 조심스레 잔돈이 없는데 괜찮냐며 다가와주는 사람, 오늘 보니 빅돔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돼서 좋았다는 이. 오늘 하루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잠시 걸음을 멈춘 이들과 눈도장을 찍었다.

어느새 6시, "평일에 이렇게 팔아본 게 처음"이라며 빅판은 기쁜 듯 찬찬히 자리를 정리했다. "20권 넘긴 게 여태 3번 정도였는데, 오늘 진짜 대박이라니까요. 많이 파는 곳은 하루에 40~50권도 판다고 하지만, 30권이면 대단한 거지. 이야~~" 하면서 연신 감탄했다. 4월 초에 하루에 26권을 판 것이 최고기록이었는데, 오늘 그 기록을 깼다는 것. 그는 사무실에 가서 할 말이 생겼다면서 싱글벙글했다.

"앗, 아까 따로 판 엠마 왓슨 판까지 31부네요!"

빅판의 말에 빅돔들도 숨겨둔 보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오늘 멘트를 하는데 자꾸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많이 팔아서 기분이 좋아서요."

빅돔이 옆에 있었던 건 처음이라는 빅판, 빅돔들의 손을 한 명씩 부여잡으며 "내 언제가 될 진 몰라도 이 은혜는 한번 꼭 갚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빅이슈>의 가장 큰 의미인, '자립'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내가 이걸 통해서 하루아침에 일어선다는 건 아니겠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커요. 10부를 팔든, 20부를 팔든 순간순간 행복한 거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됐고, 하루하루 나아지는 걸 느끼면서 내일을 더 기대하게 돼요.

매일 일하러 나오면서 '많이 팔아야지' 생각은 하지만, 20부를 파는 날보다 6부, 12부밖에 못 파는 날이 더 많죠. 하지만 어제 7부를 팔았으면, '오늘은 8부를 팔아야지, 내일은 또 10부를 팔겠지' 생각하면서 실망하기보다는 더 나은 날을 상상해요. 만약 전날보다 더 안 팔렸다고 해도 한 번 더 팔아보자면서 또 다른 의지를 갖게 돼서 좋고요. 요즘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사 가면서 나아지는 추세라 희망이 많이 생겨요."

그는 아직 <빅이슈>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한마디 전했다.

"<빅이슈>의 취지가 많이 알려지면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물론 노숙인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야겠죠. 하지만 노숙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술이나 먹고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지며,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사무실에서 티타임이 있는데, 내일 가서 자랑 좀 해야겠네요"라며 빅판이 씨익 웃었다. 카트를 어깨에 메고 지하철로 걸어 올라가는 빅판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성큼성큼' 걸어오르는 빅판의 퇴근길.
 '성큼성큼' 걸어오르는 빅판의 퇴근길.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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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판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빅돔이 말했다.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편견이 알게 모르게 있었나봐. 빅돔은 빅판을 도와준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 해보니까 함께 호흡하고, 땀 흘리고 동등한 위치에서 노동하는 것이더라고. 물론 한 자리에 계속 서 있으면서 소리만 외쳐대니 지치기도 했지. 그런데 힘 빠질 때쯤 누군가 한 권 사 가면 힘이 다시 솟고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어."

지하철역을 등지니 아까까지 빅판이 서 있던 쓰레기통 옆 화단이 바로 보였다. 바깥쪽에서 보니, 새삼스레 화단 안쪽에 있을 때와 다르게 화단이 더 높아 보였다. 지나는 이들에게는 빅판이 있는 자리에 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발만 떼서 건너와 본다면, 결코 그곳에 울타리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빅이슈>는 5월 달부터 한 달에 2번 나온다. 발행일은 1일과 15일. 건대입구역 빅판은 요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나온다고 하니(본래 주말은 자율), 건대입구 빅판을 만나고 싶은 당신! 일주일의 어느 날이든 1시에서 7시 사이,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이렇게 그에게 인사를 건네시라!

"안녕하세요! <빅이슈> 한 부 주세요! 많이 파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웹진 <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빅이슈, #빅이슈판매원, #빅이슈도우미, #노숙인, #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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