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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름> 겉표지
<일곱 번째 이름>겉표지 ⓒ 비채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죽인다. 하긴 별다른 동기도 없이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해서 살인을 하는 거니까 굳이 아는 사람을 희생자로 택할 이유도 없겠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자신의 친딸들을 연속으로 살해했던 프레드 웨스트,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을 차례로 죽였던 존 웨인 게이시, 자신의 어머니와 조부모를 살해한 에드 캠퍼 등이 그런 연쇄살인범들이다.

아는 사람들을 죽일 때는 무슨 이유로 죽일까. 개인적인 원한이나 금전적인 문제 등 모든 것이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다. 쌓여왔던 불만이 어느 한순간에 폭발해버리면 평범한 사람도 살인자도 돌변한다.

그리고 한번 시작된 살인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살인도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 탄생하는 것이다.

케임브리지를 피로 물들인 여대생 살인

루스 뉴먼의 2009년 작품 <일곱 번째 이름>에서도 이런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작품의 무대는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 모여 있는 영국 최고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다. 살인사건과는 거리가 멀 것처럼 보이는 고풍스러운 캠퍼스에서 연속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여대생들만 골라서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첫 번째 희생자인 아만다는 기숙사 방안에서 살해된다. 범인은 아만다를 난도질해서 죽이고 그녀의 머리를 잘라서 가져가는 대담함과 엽기성을 보인다. 두 번째 희생자인 일라이저는 둔기로 수차례 머리와 얼굴을 가격당해서 죽는다. 세 번째 희생자 준도 역시 자신의 방에서 당한다.

바로 이 세 번째 범행현장에서 주인공인 올리비아와 닉이 발견된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올리비아는 준의 피를 뒤집어쓴 채 넋을 놓고 앉아 있었고, 닉은 찢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준의 내장을 도로 집어넣고 있었다. 정황상 올리비아와 닉이 사건의 범인이거나 아니면 중요한 목격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사건의 충격 때문에 한동안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닉은 준의 방에 들어갔다가 그녀의 시체와 올리비아를 보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칼에 닉의 지문이 묻어 있지만, 그 칼에는 다른 학생의 지문도 함께 묻어 있어서 별 증거가 되지 못한다.

캠퍼스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범인은 십중팔구 이 학교 학생일 것이다. 수사팀은 이 세 건의 살인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인지 아닌지도 규정짓지 못하고 있다. 공포에 질린 학생들은 하나둘씩 캠퍼스를 떠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학교직원들은 이러다가 학교의 수준이 낮아질까 봐 걱정한다. 수사팀의 심리학자는 올리비아의 의식과 기억을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연쇄살인의 진상은 무엇일까

잔인한 연쇄살인이 발생하지만, 역시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마냥 심각하지는 않다. 학생들은 자신의 친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곧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년 있는 축제준비를 하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술에 취해서 깔깔거린다.

연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알게 해줄 점쟁이를 찾아가고 다른 학생들은 무능한 경찰을 비난한다. 그러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왜 살인을 했을지 궁금해한다. 사실 살인범들은 작은 이유로도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공중전화 오래 쓴다고 불만을 말하다가 납치살해된 여성이 있지 않았던가.

사이코패스는 사소하게 무시만 당해도 그것을 자신의 자아에 대한 중대한 모욕으로 여긴다. 스토커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미소만 봐도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 앞에서는 정말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일곱 번째 이름> 루스 뉴먼 지음 / 김지현 옮김. 비채 펴냄.



일곱 번째 이름

루스 뉴먼 지음, 김지현 옮김, 비채(2011)


#일곱 번째 이름#루스 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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