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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사법개혁 논란이 뜨겁다. 이날 처음 등원한 야당 초선의원은 검찰개혁을 강력히 주장했고, 4선 여당 최고위원인 홍준표 의원은 사법개혁특위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검찰 힘빼기'를 경계했다.

 

대검찰청 차장 출신으로, 최문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승계한 김학재 의원은 6일 국회 본회의 취임선서를 한 뒤 인사말에서 "검찰 출신으로서 저희 친정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또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저로서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일성을 날렸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검찰에는 두 가지 이상한 현상이 있다"며 검찰만능주의와 지나친 검찰권력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에서의 검찰권 행사는 소위 임금이 모든 정사를 직접 보살핀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이라며 "정치·경제·사회·언론·체육 모든 분야의 문제가 검찰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 검찰은 수사권을 비롯해 수사지휘권, 기소권 등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국가 공권력은 대부분 축소화의 길을 걸어왔지만 유독 검찰권 행사는 더욱 왕성하게 강화일로에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개혁할 게 없다'? 국민에 공포와 혐오감 줄 뿐"

 

검찰에서 '개혁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김 의원은 "검찰이 신뢰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들은 개혁할 것이 없다고 강변한다면 이는 오만으로 비쳐질 것"이라며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그런 상황이 된다면 국민에게 공포와 혐오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검사들은 정말 열심히 고생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특수부, 공안부 등) 인지부서에 근무하는 극소수의 인권의식이 결여된 검사, 그리고 정치 성향의 검사들"이라며 "엉터리 수사를 해서 인권침해를 하고 무죄가 확정됐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회와 정부가 잘 협의해 합리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검찰도 살리고 국민도 보호받는 민주검찰을 만들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이 말을 하는 동안 의석에 앉은 일부 의원들이 '그만해' '짧게 끝내라'라는 등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21세기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선진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란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라며 "이것은 국격에 관한 문제"라고 일침을 날리면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홍준표 "사개특위안 하려면 개헌 필요, 대법관은 줄여야"

 

 

 

검사 시절 슬롯머신 수사로 권력실세까지도 구속시켜 '모래시계' 검사로 잘 알려진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개혁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홍 최고위원은 판사와 검사에 대한 수사를 맡는 특별수사청 설치에 대해 "1년 (예산이) 10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1년에 한두 건 있을까 말까 한 판·검사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청을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특별수사청에서도 수사는 검사가 한다, 일반 검사도, 특별수사청 검사도 똑같이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어떻게 한쪽(특별수사청 검사)은 독립성이 보장되고 다른 쪽은 안 된다는 취지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사개특위안을 현실화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경찰 수사권을 독립시키려면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게 돼 있는 헌법부터 고쳐야 하고, 수사 주재자를 검사로 한정한 형사소송법도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검찰 스스로가 높아진 경찰의 위상을 감안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종결된 사건에 대해 사건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할 때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정도는 우리 법 구조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는 문제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오히려 대법관이 너무 많다, 줄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독일이 123명, 프랑스가 115명, 스페인이 70명의 많은 대법관을 두고 있는 것은 이 나라들의 대법원 기능이 재판 관련 사실 여부까지 다시 심리하는 '사실심'을 하기 때문이고, 한국의 대법원은 재판 과정의 위법성이나 적용된 법령이 올바르게 해석됐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많은 대법관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홍 최고위원은 대법원이 법률심 기능을 하는 미국이 9명, 영국이 12명, 일본이 15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우리나라 대법관은 14명이지만 9명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고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1·2심 재판을 좀 더 심도 있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감정 앞세워 검찰 권한 약화시키지 말라"

 

사개특위안을 조목조목 비판한 홍 최고위원은 "검찰개혁 논의가 출발할 때 검찰에 '자체 개혁안을 갖고 오라'고 해서 그 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맞지, 최근의 청목회 사건 등을 두고 국회가 감정을 앞세워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검찰의 수사권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사개특위안 현실화에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이 개헌 논란 당시 개헌의 당위는 인정하면서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사실상 18대 국회에서는 사개특위안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법개혁#검찰#홍준표#김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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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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