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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이 지난해 세계 최대로 만든다며 수차례 실패 끝에 완성한 옹기의 기네스 등재 추진이 사기를 당한 것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울주군은 지난해 9월 29일 그동안 5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6번째만에 172kg 무게에 246cm 높이의 옹기를 완성하자, 10월 13일 한국기록원 김아무개 원장과 신장열 울주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 최대 옹기 인증식을 가졌었다.

 

이어 울주군은 지난 2월 17일 언론에 "외고산 최대 옹기의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홍보했고 각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기록원 김 원장이 최근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기네스월드 레코드'의 공식대행업체 행세를 하며 전국의 자치단체와 기업체로부터 부당 사용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되면서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김 원장은 기네스 본사와 계약을 맺지 않아 신청자에 로고 사용권한을 부여하거나 사용료를 받을 권리가 없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지만, 울주군은 당시 그에게 기네스 등재 명목 등으로 9072만 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주군이 불과 한 달 전 "늦어도 3월까지는 기네스 등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외고산 옹기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가 확정되면 지역과 외고산옹기의 홍보에 상당한 국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점에 비춰 부실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울주군은 "지난 29일 김 원장을 면회한 결과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며 "사기 당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울주군 담당자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9일 경기경찰청을 방문해 경찰 입회하에 김 원장과 면담을 했다"며 "김 원장은 '기네스 말레이시아 지사에 울주군 옹기를 기네스 등재 신청 접수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원장에 준 9천70여만 원 중 4200만 원은 이 옹기를 홍보하는 홍보물을 만드는 비용이며, 김 원장에게 빨리 홍보물을 납품하라고 했다"며 "또한 김원장에게 빨리 등재비 정산 결과를 울주군에 제출하라고 독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보고서로 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전시 행정의 결과 보여줘

 

이번 울주군의 세계 최대 옹기 기네스 등재 사건은 전시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주군은 지난해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6차례 세계 최대 옹기 제작을 추진하면서 이를 지상중계 하듯 언론에 공표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일각에서는 이 일이 의미없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원전 사고와 관련해 울주군의 잇따른 원전 유치가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옹기 이벤트가 원전 유치를 희석하기 위한 전시행정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10·29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한나라당 소속 신장열 울주군수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2009년 10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유치 뜻을 밝혔고 이후 원전 건설이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원전 추가 유치는 울주군에 이미 신고리 3~4호기가 건설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근 경주 월성과 부산 기장에 원전이 다수 있는 등 울주군이 원전에 둘러 싸여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환경단체는 물론 지역 각계의 반대가 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세계 최대 옹기 제작 이벤트와 기네스 등재 추진은 이같은 원전 유치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전시행정 중의 하나가 아니였나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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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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