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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푸근한 봄기운이 에워쌉니다. 맘이 편안해집니다. 고향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마을, 전남 강진군 대구면 계치 마을입니다. 나이도, 일상도 잠시나마 다 잊고 동심의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고향 고샅길에서 함께 뛰놀았던 깨복쟁이 친구들의 모습이 아른대며 하나 둘 피워 오릅니다.

 

돌담장 너머로 활짝 핀 매화꽃가지가 화사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매화꽃송이에는 벌들이 부지런히 오갑니다. 매화꽃향기 따라 동생이 가꾸는 농원으로 향합니다. 염소와 닭, 토끼 녀석들은 여전히 잘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농원의 새로운 식구, 강아지와 삐약이

 

닭들은 횃대에 올라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염소는 낯선 인기척에 곁눈질을 하며 주변을 살핍니다. 토끼 녀석들을 우르르 몰려다니며 먹이를 먹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텃밭에는 봄꽃들이 여기저기 다투어 피어납니다. 고향을 떠나 산지 오래, 이따금씩 다녀가곤 하지만 그래도 낯설지가 않습니다. 나의 고향은 옛 모습을 제법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골집 모퉁이의 장독대도 담장의 개나리도 진돌이의 재롱도 여전합니다.

 

탁 트인 바다, 저 멀리 구강포에서 불어오는 봄바람과 추녀 끝의 풍경은 해마다 이맘때면  정분이 나곤 합니다. 이들은 '뎅그렁~ 뎅그렁' 소리를 내며 쉼 없이 수다를 떱니다. 농원 담장에 모여든 봄 햇살은 매화꽃과 속살거립니다.

 

새로운 농원 식구들입니다. 두 달 남짓 된 정말 귀여운 강아지들입니다. 5마리가 태어나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젖을 뗀 후 다른 집으로 분양했습니다. 세 마리가 사이좋게 삽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조그마한 녀석들이 제법 기세등등하게 짖어댑니다. 혈통 있는 진돗개라고 제법 폼을 잡나 봅니다.

 

개 팔자 상팔자라더니, 녀석들은 저마다 예쁜 집을 하나씩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엎드려서 조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서로를 물어뜯으며 심한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린 녀석들이 혹여 다칠세라 맘이 조마조마합니다.

 

닭장속의 병아리는 한 마리만 살아남아 짠한 생각이 듭니다. 3개의 알 중 하나만 깨어났답니다. 검은 병아리입니다. 병아리 삐약이는 잠시도 어미닭 곁을 떠나지 않고 졸졸 따라다닙니다.

 

시름마저 잊게 하는 세상 품은 천태산 정수사

 

고향집에 오면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아마도 그 물맛에 반해서 일겁니다. 시름마저 잊게 하는 세상품은 절집 정수사. 여느 사찰과 달리 속세와 경계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는 이들의 마음이 더 편안한 곳입니다. 

 

물통을 울러 매고 물 길으러 간 것입니다. 두꺼비가 물을 쉼 없이 쏟아내는 이곳 약수터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약수터에서 10여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물맞이 명소도 있습니다. 여름철에 이곳에서 물을 맞으면 땀띠가 들어가고 신경통이 치유된다고 합니다.

 

한때 해남 대흥사의 본사였던 정수사는 48개의 암자를 거느린 큰 절집이었답니다. 전남 유형문화재 제 101호이며 신라 애장왕 원년(AD800년)에 도선 국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나 그 연대가 확실치 않습니다.

 

삼청루를 지나면 대웅전입니다. 대웅전 마당에는 4마리의 사자상이 떠받들고 있는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입니다. 천불전 매화꽃 너머로 고려 무명 도공들의 제사를 모시는 도조사가 보입니다. 도조사 마당에는 옹기로 만든 혼불 등이 서있습니다.

 

청자도요지에서 정수사 가는 길은 벚꽃길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꽃 터널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청보리밭과 모란꽃이 어우러진 이 길에 서면 세상사 시름도 잠시 접어둘 수가 있답니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대구천이 있어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만개한 벚꽃이 꽃 잔치를 여는 봄날에 이 길을 걸어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향, #정수사, #강진군 대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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