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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고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외부사람들이 주도한 집회로 인해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문헌관을 통해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선에서 청소아주머니들과 경비직 아저씨 분들의 권리를 찾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지난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 당시 논란이 되었던 홍대 총학생회장의 '입장 표명'이다. 이 글은 "외부사람"과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선에서"라는 문구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배우 김여진씨는 '외부사람'이라는 말을 그대로 딴 '날라리 외부세력'을 만들어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했다.

당시 김씨는 홍대 총학생회장에게 보내는 '너에게'라는 편지에서 "스펙에 취업에 이기적이길 '강요'받고 있는 너와 너를 지지하는 학생들, 너희들을 그렇게 두려움에 떨게 하고 아무것도 못 보게 하고 언론의 화살을 다 맞게 만들고 어머님들이 주시는 밥 한 끼 맘 편히 뜨지 못하게 만드는 건 누굴까"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고대·연대·이대 학생들 '전폭적 지지'로 시급 4320원→4600원  

15일 이대 정문에서 열린 고대·연대·이대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지지 기자회견에서 3개 학교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이대 정문에서 열린 고대·연대·이대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지지 기자회견에서 3개 학교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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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른바 '홍대 사태' 이후 대학생들은 자신의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고대·연대·이대 청소노동자 파업 현장에서 각 대학 총학생회가 보여준 모습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용역업체를 상대로 집단교섭을 진행해온 공공노조 서경지부에 소속된 고대·고대 병원·연대·이대 분회는 지난 8일 1차 경고파업에 이어 3월 15일부터는 2차 파업에 돌입해 사업장별로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전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고대 1만7600명, 연대 1만3200명, 이대 1만여 명 등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 15일에는 세 학교 대표들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5일 이화여대와 고려대 병원이 ▲ 시급 4600원으로 인상 ▲ 식대 6만원으로 인상 ▲ 휴게실 등 노동환경개선 등에 합의하면서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권태훈 공공노조 조직부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화여대의 경우, 하루 8시간이 아니라 하루 4시간 근무제로 일하는 조합원들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공동으로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공공노조는 이러한 합의 내용에 대해 "비록 청소노동자들이 당초 요구한 생활임금 5180원은 쟁취하지 못했으나, 2011년 최저임금은 넘어 시급 4600원을 쟁취했다"며 "(이는) 이제 더 이상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일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태훈 조직부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4320원이고, 홍대 노동자들이 타결한 시급이 4450원"이라며 "4600원은 결코 많다고도 할 수 없지만 결코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성과는 3개 대학교 학생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려대와 연세대는 아직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았다. 두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가 시급 4600원에 합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 공공노조는 "시급 4600원은 한 달 월급 96만 1400원이다. 치솟는 물가에 한 달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살기 힘들다"며 "그런데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는 고려대와 연세대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한 달 96만 원의 임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조직부장은 "임단협이 타결될 때까지 파업과 협상을 계속해서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해 돌려받은 등록금 3% 중 1%,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위해 사용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 앞에서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어 생활임금(시급 5천180원)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 앞에서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어 생활임금(시급 5천180원)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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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투쟁을 통해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한 사례도 있다. 3% 인상하기로 되어 있던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한 경희대는 학교 측으로부터 돌려받게 된 3%의 등록금 중 1%를 청소노동자·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과 차상위계층 학생 장학금에 쓰기로 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지난 24일 경희대 재학생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1 비상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이번 전체학생총회는 2005년 이후 6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이윤호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교 측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3%를 다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홍대나 다른 대학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과 등록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학우들에게 썼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학교 측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1% 가운데 0.5%는 청소노동자·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처우개선을 위해, 0.5%는 차상위계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학부생 1만 2000명 1인당 400만 원의 등록금을 납부했다고 계산한다면, 0.5%는 2억 4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는 "이번 결정은 총학생회와 학교당국의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보여준 아름다운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태그:#청소노동자, #청소, #김여진, #경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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