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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에 책상과 걸상이 빽빽이 가득 차서 두 줄로 이루어진 한 분단이 보통 열두 명씩 되곤 했다. 4분단, 많게는 5분단 씩 되는 학교에 있으면 창문이 닫히는 쌀쌀한 계절엔 교실 안에 산소가 부족해서 답답하고 졸리는 느낌.

 

아직도 생생하다. 쉬는 시간이면 대부분 아이가 일어나서 복도로 뛰쳐나가거나 교실 뒤쪽에서 몇 명씩 어울려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간단한 놀이를 하는 등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자유를 누렸다.

 

수업시작에는 항상 군대와 같이 '차렷', '경례'로 인사로 시작했고 교사의 말이 곧 법일 때라 주제에 벗어나는 질문을 하거나 지나치게 창의적인 답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세계사를 가르치던 고등학교 때 교사는 수업시간 내내 교과서를 읽고 필요한 부분에 줄을 치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별표를 그리는 것으로 채웠다. 그것을 따라 하기는 쉬웠으나 그것이 지식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내 또래의 학창시절은 모두 비슷할 것 같다. 창의와 자유는 곧 반항으로 치부되어 문제아가 되어버리거나 학교를 그만두기 쉬웠다. 조용히 수업시간에 책을 보거나(교과서가 아니면 이도 처벌의 대상이었다) 교사의 얼굴을 바라보는(너무 빤히 바라봐도 체벌이 가해졌다) 등의 착실한 척하는 학생들은 무사히 학교를 마치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아니, 모범학생으로 표창까지 받기도 했다.

 

무려 20년이 흐른 지금이지만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 교과서는 그림과 함께 산뜻해졌고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과목이 생겨났고 평가방식이 세심한 듯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쟁은 더 강화되었고 취업의 문이 좁아진 이상 명문대와 이를 위한 점수를 얻기 위한 암투는 심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 학교를 마치면 적어도 두 군데 이상의 학원에 다녀야 하고 그곳에서도 꾸준한 시험을 통해서 주기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남들도 똑같이 하는 공부를 따라 해야 하고 굳은 표정의 교사들은 심각하게 성적의 중요성만을 돌려 말할 뿐이다.

 

벗어날 수 있을까.

 

"떠돌이 개가 되고 싶다. 개는 자유롭기 때문에."

 

배경은 대만이다. 기사에 나온 집 나간 아이의 이 메모 한 줄이 작가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작가는 경쟁으로 가득한 학교와 아이들에게 무거운 기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부모들을 경계하는 뜻을 담은 동화를 썼다. 1학년1반 34번. 자유를 박탈당한 순간을 표현한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34번'은 자유를 잃는다. 늦게 일어나지도 못하고 학교에 가서도 자유로운 행위를 제한당한다.

 

갑작스러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34번은 우연히 발견한 올챙이를 키우면서 꿈을 키운다. 올챙이가 자라면 나도 자랄 것이다. 올챙이 '샤오웨이'가 크면서 다리가 나오고 개구리로 변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에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왕따가 된다.

 

어느 날 자신의 '샤오웨이'를 학교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학교에 가져가 갑자기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생물을 관찰할 기회가 없던 아이들에게 올챙이는 큰 구경거리였던 것. 하지만, 인기 남이 된 34번을 시기한 누군가가 교사에게 고해 올챙이를 빼앗기고 만다.

 

아이는 삶의 희망을 교사에게 빼앗기게 되자 다시 암울함에 휩싸인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또래 친구를 만나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숲에 가서 간만에 해방감을 만끽한다. 숲은 매력적이다. 그곳에 샤오웨이도 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돌아가며 맞았다. 34번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 친구가 부모님의 야단을 피해 도망가다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한다. 그리고 절망의 나락에서 꿈을 꾼다. 샤오웨이가 개구리로 변해서 함께 날아다니는 꿈.

 

작가는 학교에 막 들어가서 겪는 어리고 자유로운 감성이 꺾이고 휘청대는 현실을 마치 그들의 입장이 된 것처럼 잘 그렸다. 시 같은 글과 함께 있는 만화 같은 그림들은 이 글을 읽는 어른들의 감성을 더 자극한다.

덧붙이는 글 | 1학년1반34번/ 언줘 글.그림, 김하나 옮김/ 명진출판/ 12,000원


#대만작가#학교문학#교육현실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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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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