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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가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선동하며 민족을 배신한 친일의 길을 걸었을 때 풍창노숙을 마다 않고 목숨을 바쳐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애국선열들이 있었다. 역사적 현실이 참담한데 창원시가 독립유공자와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위한 기념사업과 명예회복 사업을 외면한 채, 친일작가에 대한 기념사업을 시민의 혈세로 추진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문순규 창원시의원(구암1·2, 양덕1·2, 봉암, 합성2동)이 친일(親日)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의 기념사업 중단에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창원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 때 박완수 시장한테 "친일행적을 알고 있었느냐"고 따졌다. 이날 박 시장은 "친일행위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최근 창원시가 여론수렴에 나서자 문순규 의원은 "친일을 찬성과 반대의 여론으로 따질 문제냐"며 "이는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한 청산이어야 한다. 여론조사나 여론수렴으로 결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2억 지원

 문순규 창원시의원.
문순규 창원시의원. ⓒ 윤성효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는 올해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창원 '고향의봄 도서관'에서는 흉상 제막식을 열기도 했다. '학술세미나', '고향의 봄 어린이잔치', '이원수문학상 제정․시상', '고향의 봄 기념사업 10주년 백서발간' 등을 벌인다.

창원시는 100주년 기념사업에 2억원을 지원했다. 또 창원시는 오는 11월 3~6일 사이 '국제아동문학대축제'를 계획하고 있는데, 총 4억원을 들일 예정이다. '국제아동문학대축제'는 이원수와 연계해서 열리는 것이다.

이원수는 동요 "고향의봄" 등을 짓는 등 아동문학을 했지만, 친일 행적 또한 뚜렷하다. 그는 일제시대 조선금융조합연합회에서 발간하는 친일잡지인 <반도의 빛>에 "지원병의 보내며", "낙하산", " 보리밭에서-젊은농부의 노래" 등 일제를 찬양하고 제국주의 침략을 지지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그가 등재되어 있다.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창원시가 시민 혈세를 지원하자 시민사회단체는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한 창원지역 단체들은 '친일작가 이원수 기념사업저지 창원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친일 예술인 기념사업 상당수 중단됐다"

그동안 문순규 의원은 시정질문․보도자료 등을 통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원수의 친일행위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라 할 수 있을 것"며 "시민의 혈세로 창원시가 친일작가에 대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창원시는 현재 추진 중인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과 국제아동문학대축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109만 시민이 이원수가 걸어온 삶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친일행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기록하는 일에 행정적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옛 마산시에서 추진하던 '조두남 음악관'이 친일논란으로 심각한 지역사회의 갈등을 파생시키다 시민 저항으로 인해 '마산음악관'으로 명칭이 변경된 사례가 있고, 유치환·남인수·홍난파 등 친일논란을 겪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기념사업도 중단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찬성 여론이 있다고 해서 추진할 사업은 아니다"

최근 들어 창원시가 여론수렴에 나서자 문순규 의원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24일 저녁 문순규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창원시가 이원수 기념사업 예산 지원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여론수렴 과정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원수의 친일행적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다.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은 이미 올해초부터 시작되었고 예산도 지원되었다. 지금 와서 여론수렴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예산 지원하기 이전에 했어야 했다. 그리고 친일 문제가 여론조사나 여론수렴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찬성 여론이 있다고 해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친일 문제를 두고 여론조사나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 창원시는 여론수렴을 해서 예산을 지원해도 괜찮다고 판단되면 계속 지원할 것 같은데?
"먼저 예산 지원을 했다고 하더라도 반대 여론이 있으니까 여론청취는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사업 추진을 위한 여론 수렴은 적절하지 않다. 친일은 역사적이고, 국가적인 문제다."

- 창원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이원수 기념사업 반대 입장을 낸 뒤 항의를 받았던 적은 없었는지?
"없었다. 다만 고향의봄도서관이 있는 지역 시의원이 저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시의회 예산심의과정을 거쳐 지원된 것인데 뒤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든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잘못된 결정을 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이미 의결되었기에 되돌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게 의회다. 재의결 과정도 있다. 한번 의결했다고 해서 100% 그대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 창원시의 여론수렴 계획을 보면 '고향의 봄 어린이잔치'(5월)을 하고 난 뒤에 하겠다는 것인데?
"'고향의 봄 어린이잔치'도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로 열리는 것이다. 그 행사를 하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여론수렴을 하려면 사업 중단부터 해야 한다. '고향의봄 어린이잔치'를 그대로 하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 창원시는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가령 '이원수 브랜드'가 아니라 '고향의봄 브랜드'로 하려는 것 같은데?
"논리적 모순이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기념사업은 될 수 없다. 동전의앞 뒤와 같다. 실제 기념사업을 하면서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는 것을 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억지로라도 기념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해서라도 기념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다."

"11월 계획하고 있는 '국제아동문학대축제'도 문제"

- 창원시가 여론수렴을 한다든가,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려는 의도를 보인다는 것은 이원수의 친일행적을 인정한 셈이 아닌지?
"그래서 작가를 기념하지 않고 작품이 우수하니까 기념하겠다는 것 같다. 억지로 논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원수의 친일작품은 2002년 박태일 경남대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고향의봄 도서관'을 짓고 위탁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이원수를 중심에 내세우면 반대에 직면할 것 같으니까 '고향의봄'을 내세우는 편법을 쓴 셈이다."

- 11월 예정인 '국제아동문학대축제'는 어떻게 보는지?
"이원수 탄생 100주년 행사만 생각했는데, '국제아동문학대축제'라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더라. 그 행사는 이원수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하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한다면 친일 문인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셈인데, 창원시가 세계적인 부끄러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수와 그 행사는 다르다고 할 지 모르겠는데, 이원수가 없으면 '아동문학대축전'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옛 마산에 조작가 문신 선생이 있었기에 '국제조각대전'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창원시가 이원수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


#친일 문인#아동문학가 이원수#고향의봄#창원시#문순규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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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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