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식당이라고 이 집에 무턱대고 찾아가면 큰일 난다. 예약하지 않으면 많이 기다린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방금 전까지 마당에서 뛰어 놀던 오골계와 토종닭이 손님이 오자 바로 잡혔다.
▲ 닭 잡기 방금 전까지 마당에서 뛰어 놀던 오골계와 토종닭이 손님이 오자 바로 잡혔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이 식당엔 예약하지 않고, 손님이 도착하면 그제야 남편 김홍일씨가 마당으로 출동한다. 한참 놀고 있는 닭 중 아무거나 선택해서 바로 잡는다. 잡은 닭을 주방으로 가져가서 뜨거운 물에 담근다. 건져내어 털을 일일이 벗긴다. 한참 만에 작업을 끝낸다.

남편이 작업 하는 동안 아내 구위남 씨는 물을 데운다. 대추, 마늘, 한약재 등을 준비한다. 끓인 물에 닭이 들어가고, 준비된 양념이 투하된다. 남편의 바통을 이어받아 아내의 요리가 시작된다. 이러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기다리지 않으려거든 예약하는 게 좋을밖에.

"항생제 NO, 스트레스 NO, 농약 NO"

여기에서 자란 닭들은 3가지가 걱정이 없다. 마당에서 키우는 닭들이다. 닭장에서 키우는 닭들이랑 차원이 다르다. 아주 건강하고 인물 좋고 성격 좋은 닭들이다. 먹는 것도 음식찌꺼기와 지렁이 등 천연음식들이다. 항생제 섞인 사료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시간 맞춰 그 많은 닭들에게 밥 주는 것이 일이다. 

닭도 그냥 닭이 아니다. 오골계와 토종닭. 오골계는 토종닭보다 성장이 배 이상 느리다. 그러다보니 주인 입장에선 자본투자에 비해 자본회수가 늦다. 장사 잘 못하면 밑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옻 오골계 요리. 남편이 잡고 아내가 요리했다. 몇 가지 되지 않는 조촐한 반찬은 요리의 맛으로만 승부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
▲ 옻 오골계 옻 오골계 요리. 남편이 잡고 아내가 요리했다. 몇 가지 되지 않는 조촐한 반찬은 요리의 맛으로만 승부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몸에 좋은 건 알겠고, 그럼 맛은? 고기를 씹는 맛이 다르다. 밖에 뛰어 다니는 놈들이라 조금 질긴 듯하지만, 맛이 특별하다. 거기다가 옻과 각종 한약재의 맛이 어우러진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 만큼 깊고 오묘하게 맛있다. 말 그대로 먹어봐야 안다.

채소도 식당 옆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다. 물론 유기농 채소다. 식당에 음식들은 거의 직접 키운 채소로 감당한다. 천연조미료만 사용한다. 먹어보면 맛이 개운한 게 손님이 먼저 알아본단다.

시골 같은 식당, 철학하는 식당

여기 가면 식당 같지 않다. 사실은 부부의 자택이기도 하다. 자택에서 식당허가 내어 장사한다.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손님들 중 텃밭에 농사지은 고추 등을 조금씩 따가기도 한다. 마치 시골 농촌 인심이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나 살던 고향'이다.

마당엔 연못이 있다. 올 4월부터 거기서 낚시도 할 수 있다. 사실 부부는 이 식당하기 전엔 약 20년 동안 미리내 호수에서 낚시터를 운영했다. 마당 연못 낚시터엔 부부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바로 전까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던 닭들이 저녁이 되자 숙소로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다.
▲ 숙소에 들어온 닭들 바로 전까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던 닭들이 저녁이 되자 숙소로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장사하는 부부에게 간혹 '바보같이 장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장도 느린 오골계에다가 유기농 채소라니. "농약도 안 주고 어찌 농사짓느냐"고 이웃 농민들이 핀잔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농사 첫 해에는 병충해로 인해 소출이 적었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소출도 많아진단다.

물론 이 부부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팔고 싶다는 게 부부의 소신이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 팔고자

"맛있는 음식이라고 꼭 좋은 음식은 아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 좋은 음식이다.
우리는 그걸 고집한다."

남편 김홍일 씨의 말이다. 그는 퍽퍽한 지금 시대를 향해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믿음이 실종된 시대에 믿음을 지키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나아지겠지. 올해는 알아주겠지"란 희망으로 버틴다.

자신들이 잡고, 자신들이 요리한 상 앞에서 기자의 부탁으로 포즈를 잡았다. 그들의 미소만큼이나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
▲ 김홍일 구위남 부부 자신들이 잡고, 자신들이 요리한 상 앞에서 기자의 부탁으로 포즈를 잡았다. 그들의 미소만큼이나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돈만 벌려고 사는 이 시대에 믿음도 지키고 돈도 버는 아름다운 부부다. 한마디로 철학하는 식당이다. 남편 김홍일 씨가 말한다.

"만약 사람들이 몰라주면 제가 접어야죠. 허허허허."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2일 안성 백성운수 버스 종점 뒤편에 있는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오골계, #토종닭, #오골계 식당, #토종닭 식당,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