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울에서 공부하는 딸은 볶은 콩을 잘 먹습니다. 검정콩을 볶아 먹으면 탈모(脫毛)가 예방되고 건강에도 좋다는 칼럼을 어떤 책에서 읽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검정콩을, 그것도 순수 신토불이로 골라서 삽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오시는 뻥튀기 아저씨께 그 콩을 튀겨달라고 하지요. 금요일인 어제(18일)도 뻥튀기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그래서 오후 늦으막에 미리 준비했던 검은콩 한 봉지와 떡국 떡, 그리고 쌀을 챙겨 성남천 다리 위에 세워놓은 뻥튀기 아저씨의 1톤 트럭으로 갔습니다.

“뻥이요~” 아저씨의 고함(?)에 냉큼 귀를 막는 뻥튀기 주문 아줌마들의 익살스런 모습. 뻥튀기 현장의 또 다른 볼거리다.
 “뻥이요~” 아저씨의 고함(?)에 냉큼 귀를 막는 뻥튀기 주문 아줌마들의 익살스런 모습. 뻥튀기 현장의 또 다른 볼거리다.
ⓒ 홍경석

관련사진보기


그러자 벌써 와 계신 아줌마가 네 명이나 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어떤 아줌마는 2~3번이나 튀길 요량으로 쌀과 옥수수, 그리고 은행까지 가득 가지고 와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더군요. 저녁에 모임이 있어 가야 되는 까닭으로 조바심이 나서 서둘러 물었습니다.

"아저씨, 한 번 튀기는데 얼마예요?"
"4천 원이유."

뻥튀기 아저씨는 이어 뻥튀기의 완성 시간은 8~10분이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저도 이걸 튀겨주세요."

뻥튀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자 된다.
 뻥튀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자 된다.
ⓒ 홍경석

관련사진보기


어릴 적 시장에 가면 참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뻥~" 하고 요란스레 뻥튀기가 터질 즈음엔 길을 가던 사람들 모두가 혼비백산으로 놀라며 때늦은 귀 막기에 분주했지요.

구름처럼 하얀 연기를 냉큼 내뿜은 뻥튀기 기계는 고소한 냄새를 가득 풍기며 지나가는 소년 소녀들의 회까지를 동하게 하기에 충분했고요. 뻥튀기 기계에서 나온 여기저기에 흩어진 뻥튀기 잔재물을 주워 먹자고 아이들이 우르르 덤비면 뻥튀기 아저씨는 그 모습이 좋으셨던지 아무튼 빙그레 함박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아까 왔을 적엔 고작 한 주먹 만큼의 곡식이었으되 뻥튀기 기계 덕분으로 가슴 가득 커다란 봉다리(봉지)를 안고 가는 아줌마들의 얼굴엔 어떤 득의만면(得意滿面)과 전장(戰場)에서 승리한 장수(將帥)의 여유까지가 가득했지요. 세월은 여류하여 지금은 가까운 동네의 구멍가게만 가도 수입산 과자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제 입엔 여전히 그런 건 별로고 뻥튀기와 같이 고루한(?) 과자가 더 낫다는 느낌입니다. 두런두런 수다꽃까지를 가득 피웠던 아줌마들이 가득한 만족의 뻥튀기를 안고 가신 뒤에야 비로소 마지막으로 제 차례가 왔습니다.

예전엔 손으로 일일이 돌렸으나 요즘엔 뻥튀기 기계도 자동화되어 제 스스로 돌아간다. 그리고 불과 8~10분이면 뻥튀기가 완성된다.
 예전엔 손으로 일일이 돌렸으나 요즘엔 뻥튀기 기계도 자동화되어 제 스스로 돌아간다. 그리고 불과 8~10분이면 뻥튀기가 완성된다.
ⓒ 홍경석

관련사진보기


"아저씬 이 뻥튀기 장사 오래 하셨어요?"
"오래 했지유. 이걸로 자식들 다 가르쳤고 시집 장가도 다 보냈으니께유."

아저씨의 자신의 직업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에선 어떤 우뚝한 포스(Force)까지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이윽고 저도 가득한 뻥튀기의 성과물(?)을 받았습니다. 쌀과 떡과는 달리 콩은 제 아무리 뻥튀기 기계라 한들 크기가 변함없이 그저 온전히 잘 볶아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잘 튀겨진 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우물우물 씹어 먹든가 아님 빻아서 물에 타 마셔도 한 끼 요기에 필적하는 게 바로 우리 콩의 우수성이죠.

"아저씨, 수고하셨어요. 다음 주 금요일에 또 올 게요."
"그류, 고마워유!"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



태그:#가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사진] 단오엔 역시 씨름이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