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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편에 있는 사람이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편에 있는 사람이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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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방통위 1기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최 위원장 연임을 저지할 '한방'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시중 연임 저지 못지않게 방통위 안에 위원장 독주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KBS, MBC 등 공영방송 장악부터 '조중동 방송'을 탄생시키려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선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방통위는 최시중 위원장 '손발'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중심에는 '최시중 사조직화'된 방통위 사무국과 방송의 공공성에는 문외한인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이 있었다. 

500대 2... '최시중 사조직' 맞서 야당 위원은 '고립무원'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16일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 3년 방통위 안건 779건 중 94%인 734건을 제안해 '의제 설정 권한'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상임위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안건을 제출한 이경자 부위원장도 고작 20건에 불과했다.

이용경 의원은 "근본 문제는 방통위가 일반 위원들이 안건을 제안하고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력 등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방통위설치법을 개정하여 개별 위원들이 법적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보좌역 등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최시중 위원장은 방통위 본부(사무국) 500여 명의 지원을 받는 반면 각 상임위원에게 배당된 인원은 비서 2명이 고작이다. 그나마 여당 상임위원은 사무국에서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지지만 '인사권' 없는 야당 상임위원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공개적인 회의 석상에서도 사무국 실·국장들과 야당 상임위원 간에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돌출되곤 한다.

방통위는 한 술 더 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며 사무국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당 추천으로 2기 유임이 확정된 양문석 상임위원은 '최시중 사조직화'된 사무국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양 위원은 최근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처럼 우리도 사무국이 만들어온 안건을 가지고 위원들이 토론만 할 게 아니라 상임위원들 아래 국회의원 보좌관처럼 별도 조직을 만들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무국 협조가 계속 이뤄지지 않으면 사무총장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방송위 출신 몰아내고 정통부 출신이 방송정책 좌지우지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이 지난해 8월 17일 오후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이 지난해 8월 17일 오후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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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상임위원과 사무국의 갈등은 이미 3년 전부터 예고됐다. 2008년 3월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탄생했다. IPTV 등장 등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맞췄다고 하지만 공공성이 중요한 '방송'과 산업성이 강조된 '통신'이라는 이질적인 영역의 결합은 여러 불안요소를 안고 있었다.

특히 겉모양새는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방송위)를 지향하면서도 내부 조직은 장관 독임제처럼 위원장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공무원 관료(정통부)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결국 정부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과 사무국의 갈등을 불가피했고, 정통부 출신 관료들의 일방적 파워 게임 앞에 민간인 신분이었던 옛 방송위 출신 직원들까지 불똥이 튀었다.

방통위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당시 본부 인원 523명 가운데 옛 방송위 출신은 153명으로 약 30%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2011년 3월 현재 95명으로 줄었고 비중 역시 20%에도 못 미친다. 도대체 지난 3년 방통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달 7일 방통위 인사에서 실국장급 고위직 11명 가운데 유일한 방송위 출신이었던 정한근 방송진흥기획관이 국방대로 교육 파견을 나갔다. 이로서 방통위 요직을 모두 정통부 출신 관료들이 차지하게 됐다. 

이런 변화는 지난 2009년 9월 김준상 방송운영관이 당시 유일한 방송위 출신 고위직 인사였던 황부군 전 국장 대신 방송정책국장을 맡으면서 예견됐다. 김준상 국장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잠복돼 있던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도 급물살을 탔다.

김준상 국장은 대구(능인고) 출신이자 최시중 위원장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로 대표적인 '최시중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달 방통위 2인자로 승진한 노영규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과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최시중과 같은 대구 대륜고를 나왔고, 석제범 방송진흥기획관도 대구 달성고 출신이다.

또 과장급에서도 35명 과장 가운데 6명만이 방송위 출신이다. 2008년 통합 직후까지만 해도 정통부 출신 28명, 방송위 출신 18명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2009년 4월 직제 개편으로 부서 수가 줄면서 방송위 출신이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2009년 2월 정통부 출신인 이상학 비서관이 '방송위 출신 형님'격인 김성규 전 방송정책기획과장을 밀어낸 것도 당시 방송위 출신 직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당시 방통위에 출입했던 이은용 <전자신문> 기자가 쓴 <미디어 카르텔>에서 "그가 비서관 생활을 접고 방송정책국 방송정책기획과장으로 갔을 때 방송위원회 출신 직원들 가슴에 큰 생채기가 났다"고 묘사했을 정도다.

당시 김준상 국장과 이상학 과장 인사는 정통부 출신 공무원들도 의아해할 정도로 '고속 승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지난 연말 종편 사업자 선정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최시중 위원장의 파격 인사에 보답했다.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회시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상임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 법인 선정에 관한 건'을 논의하고 있다.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회시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상임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 법인 선정에 관한 건'을 논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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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출신들이 요직 차지... 방송 공공성 못 지켜"

방통위에서 옛 방송위 출신 직원 홀대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전을 못 느낀 방송위 출신 직원들의 퇴직도 늘고 있다. 3년 사이 줄어든 방송위 출신 직원 58명 가운데 퇴직자가 28명이고 파견 11명, 휴직 8명, 전보 7명, 타 부처 전출 4명이었다.

옛 방송위 노조 관계자는 "공무원은 5급 사무관 중심 조직인데 방송위 출신 가운데 자원이 우수한 젊은 직원들이 6~7급을 받아 사무관 뒤치다꺼리만 하고 존재감이 없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실국장급이 버팀목이 돼줘야 하는데 방통위 보직이 줄어들면서 방송위 출신들을 밀어내는 식으로 진행돼 '파워 게임'에서 밀린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공정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방송위 출신들이 방송 정책에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한직에 배치되고 내몰리다 보니 방통위에 내부 견제 장치가 사라졌다"면서 "방송을 잘 모르는 정통부 출신들이 방송정책 요직을 차지하고 방송 장악에만 열 올리다 보니 결국 통신 경쟁력마저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태그:#방통위, #최시중, #방송위, #양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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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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