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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의 방화범죄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강조가 새로워 보였다.
▲ 대전 중앙시장 입구 무관심의 방화범죄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강조가 새로워 보였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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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말미암아 일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가공할 위력의 쓰나미는 방화 <해운대>의 특수 효과 촬영을 훨씬 뛰어넘는, 그야말로 리얼리즘의 비극까지를 가히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속속 드러나는 사망자의 급증에 더하여 처참한 건물과 승용차, 심지어는 자위대의 항공기들까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모습에선 새삼 자연의 횡포 앞에 인간은 그 얼마나 나약한 지엽적 존재인가를 여실히 일깨워 주었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토요일인 12일 아들이 온다기에 아침 일찍 장을 보려고 집을 나섰다. 평소 대전역 앞에 위치한 중앙시장과 그 길 건너의 역전시장을 애용한다. 어제 장을 보려 한 품목은 아들이 좋아하는 생선인 동태와 무, 그리고 콩나물 외 따른 몇 가지의 식품과 약품구입이 목적이었다.

시내버스가 삼성동 네거리를 좌회전하여 삼성초등학교에 정차했는데 저만치 역전 쪽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하염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순간 뭔가 일이 터져도 터졌지 싶은 불안감이 모락모락 싹텄다.

다음 정류장인 대전역 앞에서 하차하니 그 검은 연기는 더욱 확연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유추컨대 그 검은 연기가 대단한 현장은 예전의 중앙극장 부근쯤으로 파악되었다. 동동거리며 지하도를 건너 단골인 중앙시장의 초입인 D약국에서 약을 먼저 샀다. 한데 뭔가 타는 냄새가 그 약국 안까지 자욱했다.

"저만치서부터 연기가 치솟던데 웬일이래요?" 약사는 중앙시장의 정중앙에서 아까 화재가 발생했는데 하지만 여전히 소화를 못 하고 있다며 불안함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약을 봉지에 담은 채로 서둘러 화재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길은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고 소방차 한 대는 그 불을 끄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데 중앙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가운데에 상인들의 소규모 상가가 마치 겹겹의 성냥갑처럼 빼곡하여 덩치가 커다란 소방차는 아예 진입부터 불가능한 구조와 상황이었다. 소방관들이 인파가 화재현장에 못 들어서도록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음에도 놀란 불구경꾼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상인들인데 저렇게 불이 나서 어떡한대!" "그러게! 대체 또 누가 불을 지른 겨?" "상가에서 잠을 자던 한 사람은 불에 타 죽었다며?" 확인 안 된 괴소문까지 흉흉하면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중앙시장의 화재는 실화나 누전 따위에서 기인한 우발적 화재가 아니라 계획적 방화라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12일 8시 15분 '엄지뉴스'에 전송한 중앙시장 화재 현장 최초의 사진
 12일 8시 15분 '엄지뉴스'에 전송한 중앙시장 화재 현장 최초의 사진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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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둘러 그 화재의 현장 모습을 지니고 있던 휴대폰으로 찍어 <오마이뉴스>의 '엄지뉴스'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전송한 것이 바로 08시 15분 47초에 오른 '대전 중앙시장 큰불!!'이란 제목의 사진이다.

결국 12일 오전 7시 반쯤 대전시 동구 중동에 위치한 중앙시장에서 난 불은 점포 12곳을 태운 뒤 1시간 20여 분만에 꺼졌다. 불이 난 뒤 소방차 35대(그 좁은 길이었기에 과연 화재 현장에 진입을 할 수 있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와 소방대원 600여 명이 출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점포들이 대부분 목조건물인데다 밀집해 있어서 불길을 잡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어물 가게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의 말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궁금하기에 일요일인 오늘도 어제 발생한 중앙시장의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그러자 흉측한 모습이 마치 대포를 맞은 것처럼 보기만 해도 소름이 와락 끼쳤다.

경찰은 방화로 보고 수사 중인지 아무튼 노란 띠를 둘러 출입을 막게 조치하고 있었다.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중앙시장의 화재 현장은 마치 쓰나미 폭격을 맞아 폐허로 변해버린 일본의 미야기(宮城)현의 모습과도 같았다. 화창한 날씨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중앙시장을 찾았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 다시 찾은 화재현장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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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재의 현장에서 발길이 붙잡힌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화재의 무서움과 함께 경각심을 새삼 절감하는 기색으로 역력했다. "최근 잇따른 방화사건 우리 모두가 예방하자"는 대전 중부소방서와 대전 중앙시장 활성화 구역 상인회 공동 발의(發意)의 슬로건만큼은 용케 타지 않고 오늘도 중앙시장에서 목척교로 빠져나가는 또 다른 중앙시장이 중간 블럭 초입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창졸간에 불의의 화재라는 변을 당한 상인들은 그 심경이 쓰나미로 말미암아 가족의 생사마저 알 수 없는 대재앙을 맞은 일본인들의 처참한 심경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아울러 화재는 정말 무서운 재앙임을, 더불어 방화라고 한다면 기필코 그 범인을 잡아서 본때를 보여주고 다시는 재발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함을 떠올렸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



태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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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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