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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땅을 증여한 기억이) 전혀 없다. 내가 기록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더라."

 

지난 2008년 3월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아들 명의의 부동산 매매기록과 관련한 국회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면서 '귀신'을 끌어들였다.

 

당시 질의는 서울 서빙고동 900여 평(15개 지번)의 땅이 최 후보자 아들의 이름으로 99년부터 2년간 15차례에 걸쳐 서빙고경남주택조합에 신탁 형태로 매도된 사실과 관련된 것이었다. 당시까지 최 후보자 아들은 별다른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이 땅을 보유하게 된 경위에 의문이 제기됐고, 최 후보자가 신고도 않고 이 땅을 아들에게 증여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 후보자가 연임을 위해 오는 17일 3년 만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다시 치르게 됐지만, 3년 전의 의혹은 그대로 남아있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답변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방위는 13일 오후까지 단 한 명의, 증인이나 참고인도 채택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증인 출석요구서는 적어도 출석요구일 5일 전에 송달돼야 하기 때문에 13일까지도 증인채택에 합의하지 못하면 17일 열리는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 한 명도 없이 진행될 상황이다.  

 

최 후보자 아들, 청와대 고위직 등 증인 채택에 여야 이견

 

민주당 소속 문방위원들에 따르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병역비리 및 서빙고동 땅 증여세 탈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최 후보자의 장남 최아무개, 김아무개 전 서빙고경남지역주택 조합 대표를, 분당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동소유자인 박아무개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또 야당은 ▲ KBS 사장 교체 외압행사 여부와 관련해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최동호 전 KBS 부사장 ▲ 방통위원장 선임 배경과 이유 등과 관련해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 YTN '낙하산 사장' 인사 개입과 관련해 구본홍 전 YTN 사장 ▲ MBC 사장 선임 관련 외압행사 여부와 관련해 김재철 MBC 사장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 후보자의 아들과 전·현직 청와대 고위직, 현직 방송사장 등이 대거 포함돼 있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증인채택에 합의하지 않았다. 

 

13일 민주당 소속 문방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최시중 후보자의 갖가지 의혹을 밝히는 데 핵심역할을 할 증인들을 모두 거부한 것은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의도이며, 실시하더라도 적당히 시늉만 하고 넘어가는 식의 부실 청무회를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청와대의 시중을 들고, 한나라당이 방통위원장의 시중을 드는 것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의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방송장악으로 언론의 자유를 살처분한 최 후보자를 꼭 낙마시키겠다"고 다짐했고,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청문회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최소한의 핵심 증인을 출석시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무리한 증인채택 요구로 인사청문회 파행 몰아"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다른 증인들은 합의가 돼 있었지만, 민주당이 일부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을 빌미로 합의정신을 어기고 증인채택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며 "민주당이야말로 무리하게 증인채택을 요구해서 인사청문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려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방통위원장직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하는데 이 문제로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인사청문회에 부를 필요가 있느냐"며 "인사청문회에 후보자 가족이 증인으로 나온 적도 없고, 최 후보자 아들은 이미 따로 세대주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고 핵심 증인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최시중, #인사청문회, #귀신, #증인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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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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