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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곱다."

이제 갓 피어난 갯버들이 노랗게 피어났다. 어느 것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채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하얀 솜털이 아기를 닮아 있다. 어찌나 부드러운지 내 마음까지 유연해지는 느낌이다. 봄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은 버들강아지는 서둘러서 노랗게 꽃을 피워냈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주변의 하연 버들강아지와는 비교가 된다. 노랗게 피어난 버들강아지와 아직 피어나지 않은 버들강아지가 서로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삼천. 전주 시내의 삼천동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천이다. 모악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리고 있는 삼천에는 이미 봄이 넘쳐나고 있었다. 겨우내 혹독하였던 추위로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쌓인 눈과 얼음이 녹은 물들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오는 것이다. 맑은 물은 흐르고 흘러 삼천을 지나 만경강을 이루고 결국은 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삼천은 봄을 싣고 봄을 나르는 셈이다. 세상의 구석구석에 봄을 배달하는 것이다.

버들강아지
▲ 노란 꽃 버들강아지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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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의 주변이 온통 버들강아지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난 가지마다 하연 솜털로 치장을 한 상태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봄 햇살을 먼저 받은 것들은 노랗게 피어난 것이다. 그 여린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고 고운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온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세상이 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어디에 그리도 고운 속살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경이롭기만 하다. 봄의 마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버들강아지의 노란 꽃은 우주의 속살이다. 봄의 마법이다. 아무리 우주가 부드럽고 고운 속살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봄의 마법이 없다면 피워낼 수 없다. 봄이 찾아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봄빛이 우주에 넘쳐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일이다. 봄 향이 온 우주에 그득 넘쳐나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이 봄의 향연이요. 봄의 위대한 승리다. 시나브로 다가온 봄이 고마울 뿐이다. 봄이 감사할 뿐이다. 어디를 보아도 봄이다. 여기를 보아도 봄이고 저기를 보아도 봄기운이 넘쳐난다.

봄 소식
▲ 경쟁 봄 소식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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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이었다. 올 겨울은 유난이도 추웠었다. 혹독한 추위에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봄은 우리의 기대를 저 바라지 않았다. 모두가 좌절하고 슬픔에 젖어 있는 동안에도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와서 마법을 펼쳐 보이고 있다. 어디 버들강아지뿐인가? 저 멀리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것도 봄의 마법이요, 남쪽 나라에서 들려오는 봄 꽃 솟기도 모두가 봄의 마법이 아닌가? 눈 속에 피어나는 매화 소식이 그러하고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 소식이 그렇다.

버들강아지가 노랗게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리움과 목마름을 생각한다. 그리움은 사랑하는 마음의 끝자락을 말하고 목마름은 소망의 끝자락을 말한다. 사랑이 모여 쌓이고 쌓이다보면 그리움이 되고 소망이 모여 쌓이고 쌓이게 되면 목마름이 된다. 버들강아지 꽃을 통해 다가설 수 있는 그리움 안에 들어서면 마음은 편안해지고 아늑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더 절실하게 보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간직하면서 살아가게 된다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그윽한
▲ 봄 향기 그윽한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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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의 노란 꽃에는 목마름도 간직되어 있다. 목마름은 소망의 결정체이다. 소망이란 살아가면서 꼭 해내고 싶은 절실한 것들이다.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을 얻은 기쁨이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질 수 있다. 그런데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된다면 그 희열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소망을 이룰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살아가면서 목마름을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것은 행복한 삶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버들강아지 꽃에는 그런 목마름이 배어 있다.

삼천에 피어 있는 버들강아지를 바라보면서 봄을 만끽한다. 버들강아지 꽃을 통해 삼천에 봄이 왔음을 확인한다. 겨우내 혹독한 추위로 인해 가슴 깊은 곳에 침잠되어 있는 그리움을 되살려낸다.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목마름을 발견한다. 목마름의 갈증을 채워감으로서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본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본다. 봄의 마법을 누리면서 봄의 향연에 동참하게 된다. 봄을 누리면서 봄기운을 취하게 된다. 새롭게 맞이하는 봄기운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일심하고 싶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버들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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