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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힘만으로 드라마를 끌어가기는 힘겨워 보였다.
▲ 보기만 해도 훈훈해 지는 아이돌 이들의 힘만으로 드라마를 끌어가기는 힘겨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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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가 끝났다. 첨엔 그저 그런 아이돌의 뻔한 드라마일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드라마를 보는 순간, 멋진 드라마구나 싶었다. 청춘의 꿈과 희망, 좌절과 슬픔, 세상을 향한 두려움, 그렇지만 따뜻한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며 꿈을 이뤄간다는 걸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드림하이>는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한다. <드림하이>의 성공은 누군가는 화려한 아이돌의 출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김태희의 <마이프린세스>가 끝내 탄력받지 못했던 점, 초호화캐스팅의 <아테나>가 방영 내내 비실거리다, 결국 한자리 시청률로 끝났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몇몇 화려한 인기스타의 힘만으로 <드림하이>의 성공을 말할 수는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과연 아이돌이었을까

이들은 드림하이를 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다
▲ 강우현선생과 시경진 선생 이들은 드림하이를 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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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타이틀 롤은 김수현(삼동)과 배수지(혜미)에 있다. 그리고 아이유, 택연 등 주목받는 아이돌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이들만 나왔다면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 본다. 드라마가 마무리된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어쩌면 이드라마의 주인공은 엄기준(강오혁 선생)이 아닐까(실제 출연 커트 회수도 많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위기와 갈등의 해결점에 서 있다. 아이들을 거두어 집에 데려와 보살피고, 뒤처져있는 아이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아이들을 보호하느라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집을 담보로 잡혀 혜미네 집의 사채를 해결해 주려 애쓴다. 진국과 백희가 위기에 몰려있을 때 이들을 데뷔시키려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마두식 또한 이 드라마의 줄기를 끌어간다. 사채업자였던 그이지만 어느날 대오각성하여 기획사 사장으로 변신한다. 원래 검은 세계의 인물이지만, 강오혁이 설득하기 시작하면 쉽게 그말에 설득당하고 마는 '순수한' 인물이다. 험상궂은 외모를 가지고 험한 일을 해왔던 그이지만, 어쩐지 강오혁의 말에는 꼼짝 못하고 휘둘린다.

연기 초보인 박진영 역시 "가수를 왜 외모를 보고 따지는 거냐'라는 대사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기획사 대표지만 망가지는 연기를 서슴치 않고 해서 큰 웃음을 주었다(혹시 연기에 욕심이?). 늘 모범생 같아 무덤덤한 느낌의 이윤지는 깐깐한 성격의 시경진 선생역을 잘 소화해 주었다. 늘 아이들에게 경쟁심을 부추기고 일등만을 요구하던 그녀는 백희가 곤란을 겪자 헌신적으로 보호해 준다. 엄친아에 차갑고 깍쟁이 같지만 속은 따뜻하고 착한, 그러면서도 약간 이상한 허당끼가 있는 시경진 선생은 강오혁과 뜻을 합쳐 아이들의 꿈을 도와준다.

하나같이 착하고 열정적인 그들은 아이들의 꿈을 이루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동시에 연기가 미숙한 아이돌의 빈 구석을 그때 그때 메워가면서 드라마의 힘을 주었다. 그들은 결코 병풍조연이 아니라 명품조연이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드림하이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니 실망 그자체. 출연진을 소개하는 코너엔 드라마를 흐트러지지않게 끌어준 주역들은 없고 아이돌의 사진만 크게 걸려있다. 주역들은 '그외 인물' '기린예고 선생님들'로 뭉뚱거려 묻혀있다. 뭐 이건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타 등등'이라고 부르기엔 강오혁과 시경진과 마두식의 역할은 너무 크지 않았나요?

탄탄한 대본과 연출이 빛났다

아이돌의 미숙한 연기를 명품조연들이 뒷받침해 주었다
▲ 드림하이의 명품조연들 아이돌의 미숙한 연기를 명품조연들이 뒷받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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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가 '아이돌의 얼굴과 지명도에 편승한 드라마'로 끝나지 않았던 것은 탄탄한 대본과 연출의 힘이 크다(작가 박혜련/ 연출 이응복). 작가 박혜련은 <칼잡이 오수정>을 쓴 작가다. 그녀는 아이들의 감성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드라마라고 해서 그저 예쁜 아이들이 나오는 즐거운 드라마는 아니었다. 삶에 대한 고민은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같은 무게로 온다. 청소년의 꿈을 그린 드라마이지만, 감동적인 대사가 많다.

#1. 혜미는 아빠가 와서 미국에 가자고 한다. 포기했던 성악을 하라고 한다. 혜미는 한국에 남아서 데뷔를 할지 미국에 가서 성악을 다시 할지, 고민한다. 혜미는 그 어느쪽도 100 퍼센트가 아니라고 한숨쉰다. 이에 진국은 이렇게 말한다.

"어느 한쪽이 100퍼센트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정답이지. 고르기 힘드니까 선택이라고하는거야.  어쩌겠어 골라야지. 선택하고 난 뒤에는 그 50을 100으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어 열심히 해서  그길이 맞았다고 너 자신에게 증명해야지."

#2. 드디어 삼동, 수지, 진국, 백희, 제이슨, 필숙이 무대에 오르는 날이다. 서로 좋아했던 친구들, 언젠가 함께 무대에 오르자는 약속을 아주 오래전 부터 해왔던 친구들고 함께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데뷔할 수 없으리라는 좌절,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으리라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던 그들은 함께 무대에 올라 한방울의 땀도 남김없이 쏟아붓는다. 벅찬 가슴으로 토해내는 진국의 독백은 감동적이다.

"세상에는 두가지 행복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지나고 나면 행복했었구나 하는 행복과 또 하나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이다. 그 순간이 행복하다 느끼는 행복은 너무나 귀해서, 그 순간을 추억하면서 평생을 살 수 있을 만큼 빛난다고 했다. 아마 우리는 이 순간을 그런 행복으로 기억할 것 같다."

꿈을 꾼다는 것, 꿈을 이룬다는 것

대형기획사가 합작하여 제작한 드라마 <드림하이>는 그럼에도, 연예계의 비리를 그냥 지나가지는 않는다. 늘 실력이 간당간당한 백희는 기획사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백희는 갑자기 'K양'으로 덫칠당하고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된다. 성추문에서 항상 여성연예인들은 피해자인데도 주홍글씨를 들이 씌우는 우리 현실을 담았다. 무대에 오른다는 것, 꿈을 이룬다는 것은 어른들의 음흉한 손길과 농간의 덫에서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건너와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자기의 일처럼 백희의 아픔을 함께 했고, 다시 일어설 수 도와주었다.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경찰서로 가는 차안에서 백희는 혜미에게 너무 겁나고 떨리니까 너가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백희를 위해 혜미가 '거위의 꿈'을 부른다. 노래하는 혜미도, 그 노래를 듣는 백희도 눈물을 멈추지 않는다. 이 장면은 잊지 못할 드라마의 명장면이 될 것 같다.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이토록 절절했었구나 하고 다시 보게 된다. 누군가 말했듯 혼자 꾸는꿈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함께 꿈을 꾸는 그들 청춘이 아름답다.

<드림하이>는 끝났다. <드림하이> 홍보 플래쉬몹은 몇번이나 다시 돌려보아도 가슴 벅차다.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 그들의 마음이 되어 춤추고 노래하며 가슴벅찬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이겨나갈거라는 다짐, 벽을 깨뜨리며 나아가자는 다짐이, 겨울이 끝나가는 이즈음 모두의 마음에 다가서고 있다.

두려움의 끝에서 난 오늘도 흔들리죠 
떨어질까 봐 날아오르지 못하는 어린 새처럼
자꾸 내가 할 수 있나 내 꿈이 이뤄질까 
내딛는 걸음 한 걸음 걸음이 다시 두려워 질 때마다

I dream high 난 꿈을 꾸죠 힘들 때면 난 눈을 감고
꿈이 이뤄지는 그 순간을 계속 떠올리며 일어나죠 
I can fly high 나는 믿어요 언젠가 난 저 하늘위로
날개를 펴고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높이 날아 오를거에요

(<드림하이> 노래 중에서)


태그:#드림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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