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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그림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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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전격 귀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오후 1시 58분께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최윤수 부장검사)에 출두했다. 지난 2009년 3월 15일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한 지 약 2년 만에 검찰조사를 받게 된 것.

한 전 청장은 '갑자기 들어온 이유가 뭐냐?' '여권 실세에게 인사청탁을 했느냐?'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누구냐' 등의 질문에는 침묵한 채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바로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한편 한 전 청장이 귀국한 이후 안원구 전 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을 접견한 한 인사는 "안 전 국장은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발언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전했다.

이상득 의원, 유임 청탁 받았나?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 인사청탁 그림 로비 의혹 ▲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 ▲ 태광실업 세무조사 직권남용(기획 세무조사) 의혹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 세 가지 의혹 가운데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최욱경 화백의 그림인 '학동마을'을 건넸다는 그림 로비 의혹은 '한상률 의혹'에서 '깃털'에 불과하다. 참여정부 시절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현 여권 실세들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진작부터 집중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그 파급력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과 태광실업 기획세무조사 의혹은 그림 로비 의혹과는 차원이 다르다. '몸통'에 해당되는 의혹이라는 것. 일단 두 의혹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 전 청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여권 실세에게 유임을 청탁했고, 이후 유임되자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 두 의혹을 둘러싸고 여권 실세들과 이명박 대통령이 거론되고 있다. 한 전 청장의 '기획입국설'에도 불구하고 여권 실세들이 한 전 청장의 입에 긴장하는 이유다.

사퇴 압력으로 한 전 청장과 틀어진 안원구 전 국장은 지난 2009년 11월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송영길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한상률 전 청장이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사건으로 곤혹스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를 변호하기 위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만났다. 한 전 청장이 참여정부 때 국세청장에 임명된 인물이라 지난 정권과의 연루 의혹을 해소시키고, 이명박 정부에 충성할 자세가 돼 있으니 연임시켜도 된다는 뜻을 이 인사에게 전했다."

안 전 국장이 한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만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09년 민주당쪽의 주장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득 의원을 두 차례 만나 한 전 청장의 유임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안 전 국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한 전 청장과 이 의원의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전 청장은 지난 2008년 12월 25일 이 의원의 측근 인사, 이 대통령의 동서 등과 골프를 쳤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된 지 13일 만에 이루어진 이날 골프회동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하나는 세금포탈과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연임을 위해 여권쪽에 줄을 댔다는 것이다.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전달하고 했던 정권 실세는 누구?

국세청장 연임 로비 의혹은 '10억원 조성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는 대목이다. 안 전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지난 2009년 12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전 청장이 '정권 실세에게 줄 10억 원이 필요한데 내가 7억 원을 마련할 테니 안 국장이 3억 원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안 전 국장은 그 정권 실세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이 '10억 원 얘기'를 나눌 때 배석했던 '제3의 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이 여권 실세에게 돈을 전달하려 했다는 정황을 증언해줄 증인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제3의 인사'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의혹과 관련, 먼저 검찰은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조성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에 그가 10억 원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풀어줄 열쇠는 안 전 국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이 '한상률 의혹들'을 제대로 수사한다면 안 전 국장의 조사는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 전 청장뿐만 아니라 안 전 국장의 입에서 어떤 내용이 터져 나오느냐에 따라 여권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안 전 국장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고 적힌 전표를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여권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또한 태광실업 기획 세무조사 의혹에는 진작부터 이 대통령 연루설이 터져 나온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유임에 성공한 한 전 청장은 2008년 7월부터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박연차 회장을 소환조사한 뒤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는 다음해(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로 이어졌다.

문제는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이 세무조사를 주도했다는 점과 세무조사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직보됐다는 점이다. 한 전 청장은 박연차 회장을 구속하기 전인 2008년 11월 민정수석실을 거치지 않고 이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결과를 직보했고, 이 대통령으로부터 "국세청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정권의 핵심부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한 전 청장 부인 "이상한 말들이 나오기도 해서 들어온 것"

하지만 검찰이 여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의혹들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검찰이 수사대상을 '깃털'인 그림 로비 의혹 등에 한정할 경우 '몸통'인 유임 로비 의혹과 태광실업 기획 세무조사 의혹 등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0억 원 여권실세 전달 시도 의혹이나 안 전 국장 감찰-사퇴 압력 의혹도 빛을 못볼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검찰발로 한 전 청장의 뇌물수수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한 전 청장이 유명 주류업체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았다는 것. 또 검찰은 그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시절 신성해운과 한 유명호텔로부터 각각 5000만 원과 미화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도 다시 수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물타기 수사를 통해 한 전 청장의 혐의를 '개인비리 의혹'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인사는 "한 전 청장이 귀국했다는 것은 이미 여권, 검찰과 혐의 조율이 끝났음을 뜻한다"며 "여권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들은 조사만 할 뿐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28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의 부인은 전날(27일) "미국에서 책을 집필했는데 마무리돼 곧 출간할 예정이어서 귀국한 것"이라며 "(한 전 청장에 대한) 이상한 말들이 나오기도 해서 들어온 것"이라고 귀국 배경을 설명했다.

한 전 청장은 지난 24일 귀국하기 전에 이미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단에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등이 참여하고 있다.  


태그:#한상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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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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