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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신사들이 "김양아~"라고 부르던, 누이들이 서빙을 하던,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서 커피를 마셨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1999년 이대 앞에 1호점을 낸 'ㅅ'커피점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본격적인 시대를 열면서, 현재는 여러 기업의 브랜드 커피점들이 3000여개나 난립할 정도로 한국의 커피전문점은 정점에 올라와 있다.
23일(수) 저녁, 이대앞 근처의 한 커피점을 찾았다. 인터넷 카페 '초록실천단' 회원들이 마련한 자리에는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는 'ㅌ'카페 조여호 대표와 문화가 있는 커피점으로 알려진 'ㄱ'카페 김현민 대표에게 공정무역커피와 커피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피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최근에 논란이 된 커피 한 잔 원두 원가 150원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문화가 있는 커피집으로 소문난 '가베나루' 김현민 대표
 문화가 있는 커피집으로 소문난 '가베나루' 김현민 대표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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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이하 김)
: "150원은 아니다. 1kg 원두가격이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한 잔(20g기준)에 150원이라고 한다면, 매우 질이 낮은 원두가 있다고 했을 때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것이고, 그런 원두를 쓰는 곳도 있겠지만 600~700원을 쓰는 곳도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기타 재료비 등을 포함하고 로열티 등을 감안하면 가격(4천원대)이 너무 폭리는 아니다. 150원 원가는 이슈(낚시)를 만들기 위한 기사라고 본다. 최근(구제역)에 우유값의 압박을 받고있다.(웃음)"

조여호(이하 조) : "원가 계산이 쉽지는 않은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같은 경우는 임대료와 인건비, 컵 같은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한잔에 1780원 정도 나온다. 얼마 전에 폐점한 고시촌 근처의 신림점 경우는 공정무역 커피임에도 한잔에 1800원을 받았다. 주변이 1500원 받는데 2000원으로 올릴 수가 없어서 박리다매로 갔는데도 이익이 나오지 않아서 버틸 수가 없었다."

커피를 상품으로 봤을 때, 비용이 올라가는 것에 맞춰서 가격을 올려 수익을 맞추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커피값이 대체로 비싼 것에 대해서 두 사람은 동의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매장 임대료가 비싼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S 커피문화로 대변되는 독특한 (계층)문화에 빨려들어 가려는 부분이 있어서, 비싸더라도 충분히 그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봤다.

공정무역커피와 일반무역으로 들어오는 커피의 가격차이는 얼마나 되며, 공정무역으로 현지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조 대표는 표준적으로 정해진 공정무역 기준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한다며, 현지에서 직접 원두를 들여오고 있는 동티모르를 예로 들었다.

공정무역 커피점 '티모르' 조여호 대표
 공정무역 커피점 '티모르' 조여호 대표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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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에 독립한 동티모르에는 CCT(Cooperative Cafe Timor:동티모르 커피조합)라고 하는 구매조합이 헐값에 커피가격을 결정한다. 농민들은 공정무역을 하기전에는 구매조합이 아니면 팔 곳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조합이 정한 가격에 팔면, 구매조합은 다국적 커피회사로 넘겨주고 있었다. 너무나 불공평하기 때문에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농민들에게 알리게 되었다. 그 당시(4년 전)에는 원두콩 1kg에 30센트에 조합에 팔고 있는것을 1.5달러에 거래해서 수입하게 되었다."

동티모르는 자연적으로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이 많다고. 현재 2개 마을(5백 가구)은 CCT 조합보다 5배의 높은 가격을 선금으로 받고 공정무역을 하고 있으며 조 대표의 커피점에서는 연 30톤의 원두콩을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커피)공정무역의 문제점은 없을까?

: "여러나라의 공정무역팀들이 현지(농민)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에서 중간 유통을 하고 있는 동티모르의 CCT 같은 조합들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서, 조합을 통해서 공정무역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 중에는 중간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들과 직거래를 통해서 그들이 흘린 땀의 대가를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함으로써 농민들은 품질 좋은 원두를 생산하고 구매자와 서로 윈윈(win-win)할 수가 있다.

그런데, 가격은 충분히 줬는데도 중간 유통구조에서 이익이 빼돌려지면 높은 가격을 지불한 만큼의 품질 좋은 원두 생산이 안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공정무역 때문에 전체 시장의 가격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품질에 맞춰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품질은 낮고, 한번 올려진 가격은 내릴 수가 없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역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정무역을 할 때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커피를 매입하는 코요테(coyote)라고 하는 중간 상인들의 횡포 때문에 농민들은 가난과 착취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뿐만아니라, 이는 커피의 품질까지 떨어뜨린다고 한다. 공정무역은 꼭 필요하지만, 반드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한다. 특히 공정무역을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농민들에게 땀흘린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

길을 걸으면서도, 전철 안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불과 몇 년 전 처럼, 문화사대주의라거나 '된장O'라고 비난하는 일은 없다. 그만큼 우리의 커피문화가 발전했다기보다는, 수 년 사이 커피전문 체인점의 전성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와이파이(Wi-Fi) 무선랜의 보급과 맞물려서 젊은층을 흡수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코드를 잘 공략한 마케팅 전략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밥보다 커피를 선호하는 시대에 커피이야기 자리를 마련한 초록실천단
회원들
 밥보다 커피를 선호하는 시대에 커피이야기 자리를 마련한 초록실천단 회원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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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들이 생각만큼 적다. 요즘에는 커피 체인점들이 공부방 이나 놀이방이 되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있거나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간여하지 않는다. 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주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제는 커피만 가지고는 안된다. 저희 매장은 커피로도 찾아오지만 이야기 공간으로써 서로에게 관심가져주고 말동무도 해주다 보니 마음을 열고 지내게 되면서 팬클럽이 생겨나게 되고, 벽이나 의자에 그림이나 글을 쓰면서 매장에 오면 자기 이야기를 표현한다. 우리는 간섭하지 않고 손님 입장에서는 이 공간은 나만의 공간이라고 보는거다. 무형의 어떤 것들까지 포용하지 않으면 커피문화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석유 다음으로 무역거래가 활발한 것이 커피다. 우리사회가 급속도로 커피소비의 정점에 이르게 된 이유 한가운데에 거대 자본의 논리에 따른 프랜차이저 커피점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도 치열한 자리선점을 하기위해 TV광고에서 부터 드라마 간접광고를 통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 속에서 동네 커피숍들은 하나 둘 간판을 바꿔달거나 사라지고 있다. 커피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획일적으로 소비하는 개인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태그:#커피전문점, #커피, #공정무역, #동티모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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