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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6일 오후 8시 48분]

"이제는 국가방역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새판을 짜야 할 때입니다."

15년 동안 축산업계에 종사한 퓨리나 사료 안성특약점 강병권 영업소장의 말이다. 지난 15일, 그가 있는 미양면 '우리보리소 육성우농장'을 찾았다. 아직도 진행 중인 구제역대란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그는 구제역에 대한 표피적인 진단이 아닌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 방안을 명쾌하게 들려주었다. 아래는 그가 들려 준 이야기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가 15년을 축산업계에 종사하면서 수차례 보아온 구제역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다.
▲ 강병권 소장 그가 15년을 축산업계에 종사하면서 수차례 보아온 구제역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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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방역시스템의 전면적 새판은 이렇게...

첫째, 현재 구제역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진단한다. 하나는 구제역 발생국을 방문한 사람으로 인한 유입된 경우이고, 하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상재하다가 일정한 조건이 되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약 원인이 전자라면 외국여행객은 모두 소독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여행객 중 축산인만 소독하는 실정이다. 축산인과 비축산인은 수시로 접촉하는 현실에서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다른 축산선진국처럼 항만과 공항을 출입하는 사람들 모두를 소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농가별로 완벽한 방역시스템이 평소에 구비되어야 한다. 소독 장치 설치를 의무화 하고 소독일지를 적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가에서는 이것을 위해 법적 기준을 정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 도입을 위해 정부예산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상설적인 방역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구제역 발생 초기에 재빠른 방역시스템을 가동하려면 평소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방역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한다. 예컨대 안성시로 말하면 안성축협, 축산단체, 면사무소, 축산마을, 축산농가 등이 지역별 방역위원회로 조직되어야 한다. 이것은 평소 정부, 지자체, 축산농가 등의 체계적인 조직의 상설화를 말한다.

현재 우리보리소 육성우농장에선 이렇게 차량소독기를 설치해 철처하게 소독을 하고 있다.
▲ 자동차 소독 현재 우리보리소 육성우농장에선 이렇게 차량소독기를 설치해 철처하게 소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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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별로 '안개분무시스템' 도입 등이 절실

개별 농가는 평소에도 소독시스템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출입 차량 소독, 가축 소독, 방문객 소독' 등의 소독시스템의 구비는 필수다.

안성만 해도 차량 소독기가 농가의 약 20% 정도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그것조차도 고장이 나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설치 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부실 설비를 하고난 후 AS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 농가에 차량소독기 보급과 책임 있는 업체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생석회 소독에만 의존하면 방역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가축 소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 양돈장과 양계장에 보급되고 있는 안개분무 시스템을 전국 농가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 축사 안개분무 시스템이란 축사 내에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 최적 조건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고,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를 줄이고, 소독을 통한 각종 질병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역시 비용이 만만찮다.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는 개별 농가의 힘만으로는 설치하기 힘들다.

방문객 소독도 중요하다. 평소 농장에 방문하는 수의사, 인근농가, 사료회사 직원 등의 평소 방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료회사 직원 등은 개인 소독기를 지참하고, 방역복을 준비하는 노력 등이 요구된다.

강병권 소장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안개분무시스템'. 이 사진은 지금 그 시스템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중이다. 축사 내에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 최적 조건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고,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를 줄이고, 소독을 통한 각종 질병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설치 비용이 상당히 비싸 농가가 혼자의 힘으로 설치하지 못한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 안개분무 시스템 강병권 소장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안개분무시스템'. 이 사진은 지금 그 시스템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중이다. 축사 내에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 최적 조건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고,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를 줄이고, 소독을 통한 각종 질병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설치 비용이 상당히 비싸 농가가 혼자의 힘으로 설치하지 못한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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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농가별로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경제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지원을 모든 농가에 다 해줄 수 있는 비용이 이번 구제역 살처분 비용에 들어갔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젠 '동물복지'를 생각할 때다"

이번 대란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축산업, 육식을 향한 인간 욕구, 경제논리 위주의 가축사육 등의 한계를 드러내준 사건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재건하기 위해 다음 3가지 정도의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는 가축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위 '동물복지'를 실현해야 될 때다. 가축을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사육한다면, 결과적으로 구제역 같은 대란에 직면하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손실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기존에 이루어진 밀집 사육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것은 개별 농가의 노력으로만 힘들다. 정부에서 저렴한 축산물 수입개방을 함으로서 우리나라 농민들은 수익성에 쫓기게 되었다. 예컨대 돈방 1칸에 돼지 10마리를 사육할 것을 15마리를 사육해야 겨우 수익이 나는 구조다. 이런 경우 밀집사육은 계속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전염병 등 각종 질병에 취약한 구조는 이어진다. 축산물 수입의 제한이 이루어져야 농가에서도 소득의 보장을 받을 것이고, 친환경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농장을 기피시설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분뇨방출시스템이나 축사의 제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이 구제역 예방에 지름길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보리소 육성우 농장에서는 철저하게 방문객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 방문자 소독 현재 우리보리소 육성우 농장에서는 철저하게 방문객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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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선 10년 전 터진 구제역의 영향이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돼지고기 수출국이었던 대만은 아직까지도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고통과 대가를 치러 내고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구제역 대란, 일단은 국민 모두가 마음을 합쳐 잘 넘겨야겠고, 그 후 전면적인 방역시스템을 새로 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태그:#구제역, #방역시스템, #강병권,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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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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