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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14일 오후 5시 30분 ]

 

최고위원회 산하에 개헌특위를 두고 개헌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한나라당 내 개헌추진세력의 계획이 지도부 내 강력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특위 설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홍준표 최고위원의 강력한 반대 발언 뒤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회 산하에 개헌특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개헌에 대한 당 내 정치세력 간의 조정과 타협도 되고 있지 않다. 당 지도부의 역할은 당 내 정치세력 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것"이라며 "이런 절차 없이 국가적 중대사인 개헌 문제를 일방적으로 기구를 만들어 최고위원회 산하에 두면 지도부가 조정 타협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개헌 논의기구는 당 대표 산하에 두지 말고 원내대표나 정책위원회 산하에 실무기구를 둬서 진행하고, 당 내 각 정치세력과의 타협은 지도부가 계속 진행해야 한다"며 "이 타협이 되면 당 내 개헌 특별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를 통해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2단계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현재의 개헌 논의에 대해선 반대 뜻을 밝혀온 홍 최고위원은 또다시 "의회가 개헌을 하려면 국민의 열망이 따라줘야 한다"며 한국의 개헌 역사를 언급했다.

 

홍 최고위원은 "국회가 나서서 개헌을 한 예를 보면, 3·4차 개헌 땐 4·19 혁명 뒤 대통령이 하야한 상태에서 국회가 할 수밖에 없었고, 6차 개헌은 국회가 했지만 사실상 어용국회가 정부의 하청을 받아 '3선 개헌'을 한 것이고 민의를 수렴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개헌이 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국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해 국회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의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개헌한 일은 국민적 열망이 있을 때 딱 두 번 밖에 없는데, 지금 의회가 나서서 개헌을 할 수 있는 국민적 열망이 있느냐"고 따졌다.

 

"일본은 개헌 없이도 선진국 갔다, 북한 실체 인정할 수 있나?"

 

개헌 추진세력이 '지금 헌법은 변화한 시대상에 맞지 않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새 헌법이 필요하다'는 논거를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일본 헌법은 전후인 1946년에 개정돼 단 한 번도 개헌이 된 일이 없고, 일본은 이 헌법으로 선진국으로 갔다"고 반박했다. '기본권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헌법재판소 판례로 헌법정신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 최고위원은 개헌에는 '북한 정권의 실체 인정'도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현행 헌법 3조 영토조항은 대한민국을 한반도 내 유일 합법 정부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991년 남한과 북한이 UN에 동시가입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승인을 받은 것과는 배치된다는 것. 홍 최고위원은 "나는 헌법이 지금의 현실과 달라진 것은 그것 밖에 없다고 본다"며 "그걸 헌법에 담아낼 자신이 있느냐, 과연 보수정권이 북한 정권을 실체로 인정할 자신이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홍 최고위원은 "여러가지로 개헌 이유를 설명하는데, 솔직하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왜 에둘러서 빙빙 둘러가느냐"며 "문제의 본질은 권력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마다 5년 단임을 하면서 전횡을 해 퇴임 뒤 불행해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분들의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개헌을 하려면 단임제 대통령제는 사실상의 '단임제 독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왜 이 시점에서 개헌하려느냐를 설명하고 오해를 방지해야지, 왜 엉뚱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개헌논의를 하는가. 그래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태그:#개헌, #개헌특위, #홍준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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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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