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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규모 정리해고 시행일(14일)이 바짝 다가왔지만 노-사 양측이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추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했고, 노측은 '끝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이 14일 전후 직장폐쇄에 들어갈지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노동조합이 12일부터 모든 조합원들이 영도조선소에 집결해 '끝장 농성'에 돌입하는 가운데, 영도조선소 안팎에서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하려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자 노동자들이 영도조선소 신관 건물 외벽에 페인트가 든 계란을 던져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자 노동자들이 영도조선소 신관 건물 외벽에 페인트가 든 계란을 던져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 금속노조 부양지부

정리해고 대상사를 비롯한 상당수 조합원들은 영도조선소 생활관에서 '숙식 투쟁'을 해오고 있다. 사측은 지난 8일 저녁, 생활관에 대한 전기차단 조치를 했다가 노조의 항의를 받고 2시간 30여 분만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측이 정리해고 시행을 하게 되면 대상자들의 조선소 출입을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한때 용역경비원 투입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물리적인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사측, 14일까지 추가 희망퇴직 접수

 

사측은 '수주 제로(0)'라며 지난해 말 생산직 1/3(400명)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다. 최근까지 210명이 회사에 희망퇴직의사를 밝혔으며, 정리해고 대상자는 190명이다. 사측은 한 달 전 정리해고 '예고 통보'를 했고, 오는 14일이 정리해고 날짜다.

 

회사는 지난 11일부터 다가오는 14일까지 추가 희망퇴직을 받는다. 사측은 노동조합에 공문을 발송하고, 정리해고 대상자 190명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문자에서 "희망퇴직 신청 접수는 지난해 12월 두 차례, 지난달 두 차례에 이어 다섯 번째다"며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한테는 22개월치 통상임금을 주는 기존 희망퇴직 조건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보고 노조 간부와 조합원 55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5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 달 넘게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해서도 하루 100만 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 측, "12일 영도조섭소 집결해 끝장 투쟁"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는 2010년 12월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며 노조 지회는 '끝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과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 앞 등지에서 노숙농성을 계속해 오다 12일 철수한뒤 같은 날 영도조선소에 집결해 끝장 농성을 벌인다.

 

노조 지회는 10일 영도조선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여전히 불법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모든 동력을 동원해 끝장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지회는 "사측이 두차례에 걸쳐 인력을 감축한 뒤 1400명의 생존방안을 논의하자는 공문을 보내온 것은 290명의 불법 정리해고를 인정하라는 주문"이라며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산시청과 서울 등 분산된 농성장을 한곳에 모아 막판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지난 1월 6일부터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식사를 제대로 못하면서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개 기관·단체 "한진중 노-사 정상화 위해 노력해 달라"

 

이런 가운데 부산광역시와 부산상공회의소,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사회단체 시민대표단(이하 시민대표단)'이 공동으로 한진중공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1일 공동명의로 한진중공업 노-사 양측에 '정상화를 위한 요청서'를 보냈다.

 

시민대표단 요청에 따라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등 3개 기관·단체는 지난 1월 17일 노·사 양측에 '5자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한진중공업 사측이 거부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3개 기관·단체가 3자협의체 활동의 하나로 요청서를 발송한 것이다.

 

3차협의체는 요청서에서 "14일 이후 노사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제 노사 모두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 제시함으로써 시민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말아야 된다. 현 사태가 하루빨리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3개 기관·단체는 사측에 대해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근로자의 입장을 깊이 생각하고 그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노측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기업의 상생과 경쟁력을 생각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사는 사태의 급박함을 깊이 인식하고 상호 신뢰와 양보의 자세로 양자테이블에 앉아 끝까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조속한 시일 내에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진중공업#정리해고#명예퇴직#영도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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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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