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독에 넣어 땅 속에 묻어야 제 맛이고 된장 역시 하얀 자갈이 깔리고 살구꽃잎 나풀거리는 장독대의 투박한 독에 담겨 햇볕을 받고 있어야 제 맛이 난다. 다르게 말하면 포도주가 담겨있어야 할 오크통에 김치가 담겨있고 은으로 만든 항아리에 된장이 담겨있다면 멋과 우아함 이전에 김치와 된장의 본성을 해치는 일인 것이다.
김치와 오크통, 된장과 은 항아리는 또 얼마나 배타적인가? 멋과 우아함을 따지기 이전에 서로에게 배타적이지 않은 어울림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이자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조카가 김치라면은 나는 햇살 나른하게 비추는 장독대의 독이다. 네 살 박이 조카와 오십을 갓 넘긴 외삼촌이 우쿨렐레를 함께 연주하며 소통하는 모습이다. 왜 네 살박이 조카가 외삼촌을 보고 싶다며 가끔 전화를 하는가? 다른 이들과 이루어질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나와는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자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2011년 바람 하나 있다면 정치인들이 권력에 대한 추세만 하지말고 나와 조카의 소통하는 모습처럼 국민들과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사항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생각에 피식하고 김빠지는 소리만이 허공을 맴돈다.
덧붙이는 글 | 나랏님이나 높으신 분들께 저같은 민초가 요구하는 소통이라는 것이 엄청난 그 무엇을 요구하는 줄 아시는가 본데 소통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조카의 눈높이에 맞추어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놀아주는 것, 저는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