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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복지국가 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 파문의 후폭풍이자, 향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를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세금폭탄론'으로 맞불을 놨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도 '한국형 복지' 행보를 시작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 이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들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현재 '진보·개혁진영'의 복지논쟁은 재원마련방안과 개별복지정책에 집중돼 있다. 중요한 주제들이지만 이것만으로 '복지국가'를 만들 수는 없다.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한국 진보·개혁 세력의 힘이 수구·보수세력에 비해 열세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복지연대'로 집권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야권연합을 넘어서는, 사회세력으로서의 '복지동맹' 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일 만난 이철희(47)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복지정책보다 상위개념인 복지정치를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력이 밀고 갈 때만 지속가능한 복지를 할 수 있다"며 "이는 복지(자체)에 대한 포커스만으로는 안 되고 이 세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이냐는 고민이 같이 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력으로, 정치적 구도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상정하는 세력의 대상은 '노동세력'이다. 유럽의 복지국가도 '노동'과 '자본'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노조조직률이 10.3%(2008년)에 불과할 정도로 '노동'의 힘이 미약하다. "한국처럼 '자본'의 힘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진보개혁세력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복지정책을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리 잘 잡으면 작은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정치의 장점"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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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뉴딜'을 이끈 루스벨트의 '와그너법'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5년 미국 대법원이 뉴딜 법안 11개중 9개에 위헌판결을 내리자 루스벨트는, '노동자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보호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제도와 교섭단위제도를 설정한' 와그너법을 내놨다. 이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동의 힘을 제도적으로 확장시켜 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이 성공하면서 '30년 뉴딜 체제'의 한 기반이 됐다"며 "우리도 친복지 연합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두 가지 법만으로 이같은 세력을 만드는 상황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리를 잘 잡으면 압도적 물리력이 아니라 작은 힘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정치의 장점"이라면서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런 작업을 하지 못해서 세력기반이 좁아졌는데, 앞으로 이런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수석실 행정관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10월 민주당 전당대회때 손학규 대표의 전략자문역으로 활동한 이 부위원장은 민주당의 '새로운 전략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김헌태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김종욱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함께 <박근혜 현상>(위즈덤 하우스)을 출간했다.

지금의 복지논쟁에서도 복지국가 건설이 돈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그는 "재정구조만 바꾸면 22조 원 이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것은 역설적으로 4대강사업의 긍정적 효과"라면서 "국민들은 복지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복지'에 대해서는 "시장보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큰 흐름에 입각해 가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복지를 폄훼하는 걸 보면 박 전 대표가 얘기할 수 있는 복지의 범위가 넓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복지'가 한나라당의 주류가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다음은 문답전문이다.

- 최근 들어 복지논쟁이 활발한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기저에 깔린 요인은 양극화, 빈곤문제다. 삶이 힘들어지니까 사회가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 민주 정부 10년이 새로운 해법을 주지 못했다. 때문에 원래 하던 사람이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줬는데, 이명박 정부를 겪으면서 이게 답이 아니라는 것도 명확해졌다.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그러면 답이 뭐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시에 민주정부 10년을 해온 사람들은 한나라당과 다른 걸 가져가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해보니 그것이 복지였다. 대중의 요구와 정치세력의 요구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복지는 재정구조를 수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 토건 시스템이 강조되고, 4대강에 30조 가까운 돈을 퍼붓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저 돈을 저렇게 써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4대강과 무상급식을 비교하게 되면서 복지가 현실 문제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 486세대가 복지국가 논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고, 관심도 큰 것 같다.
"486이 그동안 생활정치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 막 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486은 전통적으로 운동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익숙했다. 그런데 이제 정치 문법에 따라, 표를 어떻게 만드느냐로 관심이 바뀌면서 그 고민이 복지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대중의 삶을 개선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정치의 본령인데, 486이 이념을 털어내고 정치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530만표 차로 깨지는 참담한 상황에 몰리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이로 인해 정치에 대한 관점도 바뀌었고, 거기에 맞아 떨어지는 주제가 복지였다."

"자유주의와 진보세력 연대로 복지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친복지세력' 즉, (비정규직) 노동자, 빈민, 자영업자 등이 아니다. 때문에 민주당의 복지국가 강조에 대한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은 분단국가다. 노동문제를 친북으로 몰아왔기 때문에 노동세력이 홀로 설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때문에 유럽처럼 '노조가 조직화되고, 이들의 정치적 대표체인 정당이 만들어지고, 이 당이 대중화되면서 복지국가로 가는' 프로세스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주의 정당이 복지에 체화되는 과정이 전제된다면, 자유주의 세력이 노동에 기반을 둔 진보 정당과 같이 가는 수밖에 없다.

영국 노동당이 자유주의 세력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 한국의 민주당이 위축되는 게 맞다. 그러나 분단과 지역주의가 작동해 노동자 정당이 제대로 설 수 없었던 한국적 현실을 고려하면 자유주의 세력이 영국처럼 급격히 위축될 것 같지 않다. 이 상황에서는 자유주의와 진보, 두 세력이 연대해 복지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밖에 없다. 서구에서도 사회민주당이나 노동 세력이 집권했을 때 복지문제를 풀어내기는 했지만 이들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반드시 연대, 연합이 있었다. 복지담론을 주창하는 세력은 친복지 세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그 세력과의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친노동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복지 문제가 제기 됐으니, 친노동화로 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보면 된다.

민주당이 노동쪽에 조직 기반이 약한 게 사실이지만 조직된 노동자를 넘어서 전체 노동자를 놓고 보면 민주당이 노동과 분리돼 갈 수 없다. 그리고 민주당의 노동과의 결합방식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다면 별개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현재 복지를 통한 연대의 틀이 만들어져 있고, 민주당이 복지를 강하게 얘기하는 이상 진보정당이 보기에도 민주당은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 연합의 대상으로 봐야 맞다."

- <경향신문> 기고(18일자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하다)에서 "대뜸 증세에 대한 찬반 프레임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일종의 반정치적 발상"이라고 했는데, 어떤 뜻인가.
"정치는 '일조일석의 혁명'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름'을 전제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누가 더 많은 세력을 만들고, 표를 얻어낼 것이냐, 그래서 집권세력이 돼 자기 정치를 구현해 갈 것이냐가 정치 문법이다. DJ식으로 말하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서생적 문제의식에만 빠져서 멋진 모델을 전제하고 이것을 왕창 국민에게 제시한다면 그건 설득이 아니라 강박이다. 옳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을 강박하지 말고 옳을수록 대중을 잘 설득해야 한다. 설득의 최고 전략은 조삼모사라고 생각한다."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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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공학적인 접근 아닌가.
"기술적으로 뭘 먼저 제시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한정된 재원이 7개라면 4개를 먼저 줄 것이냐 3개를 먼저 줄 것이냐는 중요한 조합이다. 증세 문제를 바라볼 때 할 거냐 말거냐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 복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는 방식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

유럽은 좌우이념 투쟁의 첫 번째 고리가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대북 문제가 첫째였는데 점차 세금이 중요한 어젠다로 부각되고 있다. 너무 서두르거나 정책적 완결성을 강조하면서 이게 정직하다는 식의 접근은 정치인이 아니라 학자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다. 증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의 건강성,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조심스럽게 다뤘으면 한다. 다만 '우리가 주장하는 것의 포인트는 뭐다, 그것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이 갈 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시끄러워 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한편으로는 4대강사업 없이 무상급식이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갔을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두 개를 비교해서 보니, 체감되는 게 있고 결국 어떤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내 삶이 달라지는지를 사람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보수세력은 우리나라 예산구조 상 복지에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다고 했는데, 4대강을 통해 재정구조만 바꾸면 30조 원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명박 정부가 보여줬다. 역설적으로 4대강의 긍정적 효과다. 4대강 없이 복지가 옳다고 주장했다면 일반 사람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 지점에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해낼 수 있는, 민주당표 복지를 체감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복지도 정치의 문제다. 이제까지 복지는 예산이나 정책의 문제로만 얘기했고, 한나라당쪽은 복지는 성장 이후의 문제라는 논리를 펴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어떤 세력이 들어서면 복지가 되겠구나를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복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유력한 수단"

- "2차 분배구조 개선인 복지보다 1차 문제인 노동시장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적으로 복지는 돈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거둬서 없는 사람에게 더 주자는 발상인데, 최근의 복지는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힘이 있을 때 저축했다가 나이 들어서 쓸 수 있는 생활주기형 복지쪽으로 가고 있다.

빈부격차 해소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해결하는 쪽으로 가 있는데, 이를 전제로 하면 (질문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런데 복지를 단순히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시스템으로 보면 노동시장과 복지정책은 맞물려 있다. 단순히 없는 사람에게 혜택을 더 주자는 것은 정책이다. 그런데 복지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지금 우리는 개별복지정책이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측면도 있다. 유럽의 복지가 성공한 기반에는 강한 노조, 정당, 비례대표 세 가지가 있었다. 이 삼자가 절대 요건은 아니지만 상관성이 있다. 대부분의 의원직을 비례대표로 뽑는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를 표출하기 쉬운 시스템이어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가 상대적으로 복지를 더 잘한다. 복지문제는 이런 비례대표제도의 필요성 문제도 촉발시킬 것이다. 결국 복지를 떠받칠 수 있는 동력들 다시 말해, 제도적, 세력적인 동력에 대한 고민은 결국 정치적 고민의 영역이다. 생성된 에너지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이냐는 정치세력의 몫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문제도, 노동을 단순히 노조나 기득권으로 보지 말고 사회의 기본적인 힘의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권리를 인정해 줌과 동시에 노동에게는 그에 대한 견제 장치를 제도적으로 열어줘야 한다. 복지문제를 단순히 정책으로 접근하지 않으려면 노동문제에 대한 해법과 청사진을 갖고 가야 한다."

- 유럽의 복지국가는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 사회세력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우리는 노조조직률이 10.3%에 불과한 수준이다.
"복지는 이를 떠받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세력이 밀고 갈 때만 지속가능한 복지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떠받치는 세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냐의 고민이 생긴다. 이는 복지에 대한 포커스만으로는 안 되며 정책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세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이냐의 고민이 같이 가야 한다. 그것은 곧 노동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런데 노동세력뿐 아니라 더 넓은 세력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완결성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 스웨덴 모델을 이상적으로 보면서, 정책으로 우리가 가야 할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이건 세력으로, 정치적 구도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래서 복지 정책보다 상위개념인 복지정치를 고민할 시점이 왔다."

- 한국처럼 '자본'의 힘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진보개혁세력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복지정책을 지켜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많다. 
"미국 대공황 직후인 1933년에 루스벨트가 집권해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보수적인 미국 대법원이 단결권·단체교섭권·최저임금제를 규정한 전국산업부흥법 등 뉴딜정책 법안 11개중 9개에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 때 루스벨트가 새롭게 내놓은 것이 와그너법(근로자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보호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제도와 교섭단위제도를 설정한 법) 즉, 노조의 힘을 키우는 법이다. 제도적으로 노동의 힘을 확장시켜주려 한 것인데, '30년 뉴딜 체제'의 한 기반이 됐다.

우리도 복지를 떠받치는 세력으로 친복지 연합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한두 가지 법만으로 세력을 만드는 상황이 가능할 수 있다. 486세력은 그 고리로 무엇을 잡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 고리는) 비정규직 문제일 수도 있다. 압도적 물리력이 아니라 한 고리를 잘 잡으면 작은 힘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정치의 장점이고 묘미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이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세력기반이 좁아졌다. 앞으로 이런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복지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유력한 수단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복지는 가짜? 프레임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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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현상>의 공저자로서 '박근혜 복지'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상이 누구인가, 사회 시스템을 얼마나 교정하려하는지에 대해 평가할 시점이 오겠지만 박 전 대표의 복지는 아직 거기까지 가 있지 않다. 다만 주목할 건 박정희 모델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갑자기 한나라당이 복지를 들고 나오면 생뚱맞은데, 여기서 복지를 끄집어내는 계기로 박정희 복지를 선택한 건 잘 된 기획이다. 그러나 박정희 복지는 시혜적이고 잔여주의적이다. 생활주기형, 맞춤형을 얘기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분을 더 끄집어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복지를 얘기하는 것은 강경보수, 시장보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큰 흐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복지를 폄훼하는 걸 보면 박 전 대표가 얘기할 수 있는 복지의 범위가 넓지 않아 보인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더 복지 쪽으로 와라, 논쟁하자는 식으로 가야지 저 복지는 반복지라고 찬반 논란을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복지는 가짜'라고 하는 건 공세로서는 가능하지만 프레임으로는 적절치 않다. 박 전 대표가 복지 쪽으로 온 것은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복지로 우열 논쟁을 해서 우리가 더 나은 복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맞다."

- 박근혜 복지가 한나라당 내에서 다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겠나.
"시장보수, 시장 만능주의는 복지체계를 깨고 나온 것이다. 보수의 컨센서스는 신자유주의이기 때문에 잔여주의적 관점 이외의 복지 마인드가 생겨날 수 없다. 이 완고한 틀을 박 전 대표가 얼마나 뚫고 나올 것이냐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분위기, 한나라당 내 시장 만능주의의 분위기에 달렸다. '시장보수'와 차별점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당 안에서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의 문제는 남아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 전 대표에 저항하면서 전선을 만들고 있다. 곧 전선이 확고하게 표출될 것이다. 어차피 선거란 다수표 싸움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하기에 달렸다. 야권이 성장하면 박 전 대표가 지렛대가 생긴다. 그의 복지가 한나라당의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조중동이 민주당 복지를 반대하고 나선 걸 보면 박 전 대표가 많이 밀고 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 국민참여당 등 친노세력의 상당수는 사회투자국가론의 입장에 서 있는데, 진보정당들은 전통적인 복지국가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런 입장들이 혼재돼 있는 것 같다.
"사회투자국가론이 처음에는 성과가 좋았다. 영국 블레어 총리가 사회투자국가론으로 황금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지만 그게 아니라는 반증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폐기로 갈 것이 아니라 사회투자국가론이 갖는 장점은 갖고 가야 한다. 복지국가 모델로 가면서 경쟁을 팽개치면 설득이 안 될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만한 제 3의 모델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양자택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찾은 게 복지국가인 셈인데, 유럽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복지국가를 겪은 뒤 신자유주의가 나오고 '제3의 길'도 나왔다. 한국에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복지국가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신자유주의 쪽으로 넘어간 게 아니고 정치세력의 선택이었다. 나라마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복지국가가 잘못됐다고 보지 말고, 각 나라의 경험을 통해 다르게 가야 한다는 고민을 가져야 한다. 학계에서 풀어줘야 할 문제다."


태그:#복지국가, #민주당, #박근혜,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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